-

-
[전자책] 팔려온 신부는 사랑받는다
모리모토 아키 지음, 코마시로 미치오 그림, 전우 옮김 / 코르셋노블 / 2018년 1월
평점 :
명문가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애지중지 사랑받으며 부족함 없이 자란 여주는 자신의 성격이 고약하다는 것은 알면서도 나는 미인이니까 마음대로 굴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제멋대로 귀족 아가씨입니다. 그렇게 언제까지나 여왕처럼 대접받으며 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재무 관리인의 배신으로 집이 파산하게 되면서 여주의 평온한 삶은 무너지게 됩니다.
원래 TL소설에서 망한 귀족 가문은 무능한 경우가 많긴 하지만 여주의 집은 파산했는데도 불구하고 가족 누구도 현실 감각이 없고, 파산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도 한심해서 답답했어요.
망했다는 소문이 날까봐 하인을 해고하지도 못하고, 파산은 했지만 집을 파는 것은 상류층으로서의 면이 서지 않으니 집도 팔 수 없고, 돈은 없지만 일을 하는 것은 품위 없는 행동이니 일도 하지 않겠다는 마인드를 보니 망할 만 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네요.
그래도 가족 중에서는 그나마 여주가 현실적인 편이라 부모님이 결혼을 앞당기자는 갑작스러운 이야기에도 수긍하고 받아들입니다. 파산에도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딸의 결혼에 기대는 부모님을 위로하기도 하구요.
파산 때문에 갑작스럽게 결혼하게 되었지만 어차피 약혼자도 있었고 좀 더 빨리 결혼하게 된 것 뿐이니까 괜찮아~하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여주가 간과했던 것이 있었으니 누.구.랑 결혼하는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죠.
당연히 약혼자가 결혼 상대겠지 생각했던 여주는 어릴 적 자신에게 모욕을 주었던 싫은 남자가 자신과 결혼 할 사람이라는 사실에 크게 놀라지만, 거부하지 않고 결혼을 받아들입니다.
계약 결혼, 게다가 너무나 싫은 남자가 내 결혼 상대라면 보통 울면서 거부하다가 강제적으로 결혼하는 상황이 대부분인데 여주는 절망하지도, 울지도 않고 당당한 태도를 보여서 마음에 들었어요. 돈 때문에 하는 결혼이지만 남주에게 당신이 싫다고 하면서 싫은 이유까지 또박또박 말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결혼 후 첫날밤에서도 여주의 태도는 변함이 없어서 남주와의 관계를 굴욕적으로 느끼면서도 굴복하지 않으려고 고집 부리고, 자존심을 지키려고 가시를 세우는 게 귀여웠어요.
그래도 현실 감각이 너무 떨어지는 부분은 좀 답답했습니다. 파산한 집의 빚 대신 결혼했는데 위기감이 전혀 없고, 허영심도 여전하고요. 그래서 남주가 빈둥거리게 놔둘 수는 없다고 하면서 여주에게 일을 시킨다고 할 때 정신이 번쩍 들게 스파르타식으로 바짝 일을 시키길 바랐는데, 일이라고 하긴 민망한 수준의 당연한 것들을 시켜서 좀 실망했습니다.
여주와 결혼하기 전에 얄밉게 말하는 거나 첫날밤 자존심이 센 여주의 기를 꺾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남주가 재수 없고 강압적인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말만 좀 퉁명스럽게 하지 은근 배려심 있고 어화둥둥 하는 느낌이 들어서 둘이 싸워도 사랑싸움 수준이라 긴장감은 없었네요.
남주가 툭하면 여주에게 머리가 나쁘다고 하는데 확실히 여주가 백치미가 있기는 합니다.
기본 개념은 있는데 현실적인 부분으로는 바보 같은? 집이 파산했을 때 부모님의 대처를 보면 유전인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도 할 말은 하는 성격이라 소심+답답한 여주 보다는 제 스타일이라 바보 같은 부분도 귀엽게 넘기게 되더라구요. 특히 심심하다면서 남주에게 수다 친구 해달라는 게 너무 웃겼네요.
맨날 티격태격 말싸움이나 했지, 평범한 대화는 나눈 적이 없는 부부가 대화를 통해서 오해도 풀고 서로를 더 알아가는 과정이 보기 좋았어요. 툴툴거리면서도 여주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여주가 좋아하는 로맨스 소설도 잔뜩 사주는 남주 넘나 스윗했구요.
그대로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호감을 쌓으면서 끝났도 괜찮았을 것 같았는데 왠지 싸한 분위기를 풍겼던 전 약혼자이자 절친의 갑작스러운 여주 납치 사건은 좀 뜬금없었어요.
남녀 간의 우정은 없다는 남주의 신념을 증명하기 위함인지...
덕분에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자각하게 된 여주가 남주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면서 서로 같은 마음임을 확인하기는 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남주가 여주에게 그동안 세웠던 계략을 털어놓으며 사실 첨 본 순간부터 널 좋아했어 하고 고백하는 게 급하게 끝내려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남주 은근 무서운 사람인 것 같아요.. 직접적으로 파산을 시킨 건 아니지만 연관이 아주 없지는 않은데도 남주가 이렇게 날 좋아했다니 기쁘당~ 하는 여주는 참 맑고 투명해보였습니다...
스토리 전개 자체는 단순했지만 솔직하지 못한 두 사람이 티격태격 말싸움하는 것이 재밌었고, 기본적으로 서로 호감이 있는 상태라, 싸우고 있는데도 느껴지는 달달한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똑똑하진 않지만 할 말 다 하는 제멋대로 기 센 여주도 신선했구요.
제멋대로라고 해도 결국 남주 말에 따르고, 딴 생각을 해도 남주에게 금방 들켜서 그 댕청함이 귀여웠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남주가 왜 여주를 좋아하나 했는데 보다 보니 어쩐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네요. 거미줄 같은 여주의 곱슬머리와 예쁜 외모도 크긴 했겠지만요.
갑에게 을이 질질 끌려가는 계약결혼이 아니라 색다른 재미가 있었어요. 뻔한 계약결혼에 질린 분들께 추천합니다! 삽화도 정말 예뻐서 소장해도 후회 없어요. 표지도 예쁘지만 삽화가 정말 반짝반짝 화려하고 예뻐서 음미하면서 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