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원은 폭우로 비행기가 연착된 데다가 남은 객실마저 없어서 할 수 없이 모르는 남자와 같은 방을 쓰게 됩니다.
느닷없이 닥친 불행에 불쾌했던 것도 잠시, 같은 방을 쓰게 된 남자가 절대 스트레이트는 건드리지 않겠다고 다짐한 규원의 결심이 흔들릴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 규원은 설레기 시작하는데요.
밤늦게 까지 일하는 남자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규원은 남자와 말다툼 끝에 이야기의 흐름이 성욕 처리로 흘러가자, 호승심이 일어 남자를 유혹한 뒤 격렬한 하룻밤을 보내고 맙니다.
스트레이트와 만났다가 데인 경험 때문에 스트레이트는 절대로 안 돼!! 하던 규원이 스스로 남자를 유혹해서 관계를 갖는 부분은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남자를 처음 본 순간부터 자신의 취향이라 설레기는 했지만 스트레이트니까 안 된다고 할 땐 언제고?
두 사람은 잊지 못할 황홀한 하룻밤을 보내지만 스트레이트와 엮이기 싫었던 규원은 관계 후 그대로 도망을 가고, 규원과의 관계를 잊을 수 없었던 태영은 계속 생각나는 규원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질 않습니다. 다행히도 우연히 업무와 관련된 자료 속에서 하룻밤을 보낸 남자, 규원의 정보를 입수하게 된 태영은 본격적으로 규원을 스토킹하기 시작합니다.
태영의 입장에서야 관심이 있는 사람을 만나기 위한 절박한 연락이었겠지만, 당하는 규원의 입장에서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매일 메일을 보내고, 자신의 기사가 실린 잡지사에 연락해서 자신의 연락처까지 알려달라고 하니 질긴 스토커로 느껴질 뿐이었죠.
끈질긴 태영의 스토킹 끝에 결국 두 사람은 만나게 되었고, 태영은 단도직입적으로 규원을 좋아한다고 고백하며 사귀자는 제안을 하지만 규원은 단호하게 태영을 거절합니다.
고백했던 상대가 ‘좋아한다고 했던 말은 립 서비스였어!’ 하면서 고백을 거절하면 기가 좀 죽을 만도 하건만 태영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요.
수시로 전화도 걸고, 규원의 집 근처로 이사도 가고, 한우 사줄 테니 같이 밥 먹어요! 유혹도 하고요.
태영이 다가올수록 질색하며 쳐냈던 규원도 한우에는 결국 무릎을 꿇더군요. 역시 한우는 최고!
한우로 유혹하는 태영이나, 한우에 넘어가는 규원이나 둘 다 귀엽긴 했지만 솔직히 규원이 좀 얌체 같아 보이기는 했어요. 그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땐 언제고 한우 쏜다니까 따라가서 꽃등심 시켜서 맛있게 먹고서는 ‘스트레이트인 주제에 남자와 사귀겠다고? 안되지, 안돼.’ 하는 게 너무 얄미워 보였거든요. 애당초 스트레이트인 태영을 유혹해서 관계를 가진 건 규원이었잖아요!
사귀면 매일 한우를 사준다는 태영의 제안에도 NO!를 외치며 태영을 거부하던 규원은 전 애인과 다투다가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태영과 사귀기로 합니다. 그마저도 바람을 피운 전 애인과, 내 취향이지만 스토커인 태영을 저울질한 끝에 이뤄진 것이었지요.
그렇게 떠밀리다시피 태영과 사귀게 된 규원이었지만, 어쨌든 외모는 자신의 취향이고 속궁합도 좋았으니 애태우다가 한 번 자고 헤어져야지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는데요.
하지만 그런 규원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 태영은 키스조차도 하지 않고 철저하게 금욕적인 데이트만 고집해서 결국 태영을 휘두르려던 규원이 오히려 태영에게 휘둘려 안달복달하게 됩니다.
이 부분 저는 너무 재밌었어요! 그렇게 줄기차게 쫓아다니다가 연애를 시작했으니 원래도 갑을관계였던 두 사람의 사이가 아주 마님과 돌쇠가 되겠구나~ 생각했었거든요.
규원이 태영을 애태운 만큼 당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던지라 아주 고소했습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야 하는 법! 결국 참다못한 규원이 유혹까지 했건만 넘어오지 않는 태영 때문에 폭발한 규원이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자, 절대 헤어질 수 없다는 말과 함께 태영이 한 말은 키스는 사귄 지 6개월은 되어야 할 수 있는 게 아니냐 하는 황당한 답이었어요.
그토록 태영이 스킨십을 꺼렸던 이유가 태영의 친구 수민의 장난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니... 좀 허무하긴 했지만 이 일을 계기로 규원이 태영에 대한 마음을 인식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한 번 자면 헤어지리라 생각했지만 힘들게 관계를 맺고 나니 한 번으로 끝내기엔 아쉽다는 생각에 태영과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를 억지로 찾으면서 자기합리화 하는 규원이 참 답답했습니다.
애당초 태영에게 첫눈에 반해 유혹한 것은 규원이었고, 만나다 보니 태영이 더 좋아진 게 보이는데 스스로 스트레이트는 안 된다는 선을 그어놓고, 그 선은 자신이 이미 넘었는데도 계속 스트레이트라 안 된다고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어요.
스트레이트와 사귀면서 겪은 일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는 해도 스트레이트인 태영에게 먼저 다가간 건 규원인데, 또 다시 상처 입을까 두려워서 일방적으로 태영을 끊어내려고 하는 게 이기적이고 비겁하게 보였습니다.
문제는 그 사람의 성향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성인데 말이죠. 소설 후반부에 등장하는 규원의 새로운 스토커인 전 애인도 스트레이트가 아니었고요.
스스로의 마음에 솔직하지 못한 규원이 좀처럼 태영에게 마음을 열지 않아서 속상해하면서도 규원과 헤어질 생각이 없다고 못 박는 태영을 보니 마음이 좀 짠했어요. 야근에 시달리면서도 시간이 나면 꼭 규원을 보러 올만큼 진심으로 규원을 좋아하는데, 연인 사이가 되어도 규원은 여전히 벽을 세우고 있으니... 보는 제가 다 뚁땽했네요 ㅜㅜ
개연성이 부족한 전개와 자꾸만 등장해서 짜증을 유발하는 규원의 전 애인 문제가 좀 아쉬웠지만, 정중한 스토커 태영과 도도한 고양이 같은 규원의 유쾌한 밀당이 재밌어서 즐겁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