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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BL] 버려진 세계는 창조주를 1부 1 ㅣ [BL] 버려진 세계는 창조주를 1부 1
아포카 지음 / BLYNUE 블리뉴 / 2018년 1월
평점 :
흔한 책빙의물을 생각했는데 독특한 요소가 많아서 상당히 흥미롭게 봤습니다. 키워드를 안 보고 바로 읽어서 TS요소가 있는 줄 몰랐기에 처음엔 좀 당황했는데, 초반에 하영에게 목욕을 빌미로 성추행을 당하면서 남자가 된 것을 확실하게 인식하게 되는 부분 빼고는 바뀐 성별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어서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쓴 소설을 읽다가 소설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다른 책빙의물과 달리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이 창조한 소설 속에 본인이 직접 들어가게 됩니다. 그것도 대충 설정만 쓰고 존재를 잊어버린 미완성의 설정집 속으로요.
보통은 내용을 아는 소설 속으로 들어가서 자신이 아는 소설의 내용과 점점 달라지는 전개에 당황하는데 이 소설은 완성이 되지 않은 소설이기에 소설을 구성한 당사자조차 내용을 모른다는 점이 색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또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소설의 창조주이자 소설 속 인물이 된 기연이 소설 속 세계에서 좀비라고 불리는 죽었다 살아난 존재 중 하나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좀비는 우리가 아는 좀비와는 조금 다르게 엘릭시르라는 바이러스를 통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들인데, 좀비로 되살아나는 과정에서 모습이 바뀌기도 하고 초능력이 생기기도 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연이 합류하게 된 좀비 그룹 ‘루나쉐이드’의 좀비들도 각기 독특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창조주인 기연은 좀 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요, 감이 좀 발달한 것 외에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처지라서 점이 신선했습니다.
책빙의물 주인공들을 보면 먼치킨인 경우도 있고, 먼치킨까지는 아니어도 나름 능력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소설의 창조주인 기연이 다른 좀비들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현실감 있게 느껴졌어요.
단순히 소설 속으로 빙의한 사람이 아니라 소설 속의 세계를 창조한 사람이기에 자신이 짠 근친 설정 때문에 이복동생인 세한에게 강제로 당할 운명인 세인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세인이 슬퍼할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기연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피폐한 소설은 종종 대책 없이 질러놨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수가 불쌍하게 굴려지는 일이 있어서 분노하는 경우가 많았던지라, 한때의 근친, 후회공 키워드의 유행에 휩쓸려 세인이 불행해지는 내용을 구상했지만 소설 속에 들어와서 자신의 설정에 책임감을 느끼고 세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고군분투 하는 기연이 아주 바람직하게 느껴졌어요.
좀 충격이었던 것은 세인이 기연의 최애였다는 것? 최애인데 굴리는 설정을 넣었다니... 최애니까 다른 인물들보다 세인을 더 예뻐하는 건 이해가 갔는데, ‘내 최애 이렇게 예쁘답니다!’ 하고 뿌듯해하는 장면이 종종 나와서 좀 오글거렸습니다.
1권에서는 소설 속 세계관 설명, 등장인물들의 능력과 대략의 성격 등의 설정 설명 외에도 정부가 좀비를 생포하기 위해 만든 조직 ‘세인트나이츠’와 기연이 속한 좀비 그룹 ‘루나쉐이드’가 부딪히며 일어나는 사건들의 비중이 상당해서 로맨스 요소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에요.
그래도 기연이 구상한 소설이 BL 소설인 만큼 누가 기연과 이어질까가 가장 궁금했는데요. 일단, 호감 이상의 구체적인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같은 루나쉐이드 멤버인 하영과 세인의 이복동생 세한, 기연의 최애 세인 이렇게 세 사람입니다.
로맨스 요소가 많지 않은데 세 사람이나? 싶겠지만... 하영은 초반에 성희롱 한 번 한 뒤론 소설에서 등장하질 않고, 세인과의 관계는 기연이 일방적으로 세인에게 호감을 보이다가 소설 후반부에 갑자기 연인이 되는 급진적인 관계라 감정선이 얕습니다.
그나마 메인공이라고 느껴지는 세한과의 관계는 세인을 찾다가 기연과 만나게 된 세한이 갑자기 기연이 가학심을 자극한다며 시작된, 집착에서 생겨난 관계라 뜬금없어서 공감하기 힘들었어요.
특히 기연을 붙잡아서 강제적으로 관계까지 갖고 소유하려던 세한이 기연을 구하러 온 루나쉐이드 세인에게 순순히 기연을 데리고 가도록 하는 부분이 이해가 안 갔습니다. 그토록 집착하던 형이 눈앞에 있는데도 연기 좀 하다가 단호한 세인의 태도에 금방 본색을 드러내더니 기연까지 쉽게 포기하고 보내주는 게 너무 이상했어요. 그 뒤에 기연이 자신의 마음을 세인에게 고백하면서 둘이 연인이 되는 것도 갑작스러웠고요.
전반적으로 감정선이 없기도 하지만 집착이든 애정이든 너무 뜬금없이 생겨나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세계관 설명, 등장인물들 소개, ‘세인트나이츠’와 ‘루나쉐이드’가 적대하는 상황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 BL 소설다운 내용까지 꾹꾹 눌러 담아서 흥미로운 요소가 많은 점은 좋았지만 좀 과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정부 세력인 ‘세인트나이츠’와 싸우는 내용이 꽤 자주 나왔는데, 그 사건에 어떤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루나쉐이드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계속 사건이 벌어지는 것처럼 보여서 지루했어요. 멤버들의 초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좋은데 사건을 통해 한꺼번에 여러 명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방식이라 오히려 더 헷갈리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사건 자체도 개연성 없이 싸웠다가 금방 끝나서 긴장감도 없고, 몰입하기 어려웠어요. 기연과 세인이 세한과 처음으로 마주쳤던 사건과 세한에게 붙잡힌 기연을 구하기 위해 싸우게 되었던 사건 외에는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강해서 뜬금없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엉성한 부분이 많이 보이는 어설픈 소설이었지만 소설의 창조자가 직접 소설 속에 빙의했다는 신박한 설정과 소설의 창조자조차 앞으로의 전개를 알 수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재밌게 봤습니다.
기연이 소설의 창조자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기는 한데, 둘러대는 게 어설퍼서 곧 정체를 들키지 싶습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기도 하지만, 세인 시점의 이야기를 보면 기연을 둘러싸고 이복형제간의 싸움이 시작될 것 같아서 앞으로의 전개가 매우 기대되네요. 삼각관계는 언제나 개꿀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