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자책] [세트] 가상연애 (총2권/완결)
한효진 지음 / 로아 / 2018년 4월
평점 :
일곱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에 의해 연예계에 발을 들인 수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 춘자에게 사랑받기 위해 수현은 춘자가 원하는 대로 살아왔지만 춘자는 수현을 학대하며 미워하기만 했습니다.
수현이 저급한 풍문에 휩싸였을 때도 춘자는 오히려 수현의 잘못을 인정하는 인터뷰를 했고, 그 일로 인해 수현은 막대한 빚을 떠안고 연예계 생활을 끝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벼랑 끝에 몰린 수현은 소속사 사장 재민의 도움으로 성우로 새로운 인생을 펼쳐나갈 수 있게 되었고, 그의 은혜를 갚기 위해 재민의 아들 성훈을 훌륭한 배우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데요.
덕분에 성훈은 제법 유명한 배우가 될 수 있었지만, 성훈은 아버지에게만 다정한 수현을 까칠하게 대했고 수현 또한 성훈과 친하게 지내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둘의 사이는 좋지 않았습니다.
이 소설은 사실은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 마음이 있었지만 솔직하게 마음을 드러내지 못해 멀어지기만 했던 두 사람이 ‘가상연애’라는 성인 게임의 성우로 동시에 캐스팅 되고, 일을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며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어쩐지 내용이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사랑은 어려워’의 연작이네요. ‘사랑은 어려워’에서 태민의 제안으로 인해 민하가 썼던 게임 시나리오가 바로 성훈과 수현이 작업하고 있는 ‘가상연애’입니다.
꼭 ‘사랑은 어려워’를 읽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태민과 민하가 성훈과 수현의 조력자로 꽤 자주 등장하기도 하고, 태민과 민하의 사랑이 성훈과 수현의 사랑과 비슷한 점이 있어서 전작을 읽고 보면 ‘가상연애’를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어요.
수현과 성훈은 어린 시절 어머니에 의해 억지로 연예계 생활을 강요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른 점은 기댈 곳이 없었던 수현과 달리 성훈에게는 재민이라는 훌륭한 아버지가 있었다는 것이죠.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기에 오히려 더 친해질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만, 두 사람이 만났을 당시에 성훈은 너무 어렸고 수현은 자신의 상처를 추스르기도 벅찬 상태여서 같은 집에 살면서도 어긋나기만 했다는 게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런 두 사람을 연결해준 것이 ‘가상연애’ 녹음 작업이었는데요. 군대를 다녀오고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성훈이 수현을 향한 마음을 자각하고 다정하게 다가가는 것은 좋았습니다. 갑자기 달라진 성훈의 태도에 당황하면서도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수현의 풋풋한 수줍음도 귀여웠고요.
그냥 그렇게 천천히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면 좋았을 텐데, 수현의 어머니가 다시 나타나 폭력을 휘두르고 그로 인해 수현이 일부 기억을 잃는 사건이 생기면서 두 사람의 사랑이 불안하게 진행돼서 보는 저도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이 기억을 잃은 수현을 상대로 성훈이 너무 조급하게 구는 것이었는데요. 기억을 찾으면 수현이 자신을 떠날지 모른다고 불안해하면서 수현을 곁에 묶어두기 위해 피임약을 비타민제로 바꿔치기 하고 임신에 집착하는 모습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기억이 온전한 사람을 상대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도 별로지만, 사라진 기억 때문에 불안해하는 수현에게 다정하게 접근해서 임신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는 건 정말 아니지 않나요? 집착남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 집착은 반대!
드디어 수현과 성훈이 결혼까지 생각하는 연인사이가 되기는 했지만, 수현이 기억을 잃은 상태라는 것과 수현의 돈을 들고 사라진 춘자가 언제 다시 나타나서 폭력을 휘두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서 1권 분위기는 상당히 달달했는데 마음 편하게 즐길 수는 없었어요.
2권에서는 성훈의 집착이 더욱 심해져 수현이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집 밖에 경호원까지 세워놓고 외출도 하지 못하도록 하는데요.
감금이라고 해도 성훈이 수현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아니고, 수현이 떠나지 못하게 하려고 감시하는 거라 피폐하고 어두운 분위기는 아니지만, 자신이 감금당한 상황이라는 걸 깨닫고 오히려 행복해하는 수현이 안쓰러웠어요.
어머니에게 사랑받고 싶었지만 사랑받지 못했기에 사랑이 항상 고팠던 수현의 마음이 감금 에피소드에 잘 드러나서 마음이 아팠네요.
비슷한 상처가 있는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며 상처를 극복한다는 내용은 좋았지만 그 과정이 거의 성훈의 힘으로 해결되는 건 좀 아쉬웠습니다.
특히 수현의 어머니 문제는 수현이 직접 어머니와 대면하고 과거를 극복하길 바랐는데 수현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수현이 철저하게 배제된 채 마무리돼서 허무했어요.
권수는 많지 않지만 각 권의 분량이 상당한 편인데 두 사람의 연애->동거->임신->결혼까지의 과정에 집중해서 스토리적인 부분이 적었던 것도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