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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처음사랑
그다음 / 조은세상(북두) / 2018년 4월
평점 :
바람이 나서 가족을 버리고 떠난 엄마 대신 아버지의 폭언에 시달리며 자란 지효.
답답한 마음에 바람을 쐬러 나왔던 지효는 친구 성희의 제안으로 규헌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해서 규헌을 만나게 됩니다.
지효의 나이 열아홉, 규헌의 나이 스물... 비록 한 살의 차이일 뿐이었지만 지효는 자신과는 다르게 여유롭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규헌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고 그와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지효가 자신과 함께 일탈을 하면서 추락하는 모습에 죄책감을 느낀 규헌이 일방적으로 지효를 멀리하기 시작하면서 오해가 쌓이고, 둘의 사랑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채 비참하게 끝나고 말아요.
세월이 지나 지효는 규헌을 잊은 채 결혼도 했지만 규헌은 여전히 지효를 잊지 못하고 그녀가 언젠가 돌아오길 바라며 지효의 고향 용현시에 자리 잡고 그녀를 기다리는데요.
실패한 결혼의 쓰라림을 안고 지효가 고향에 돌아오면서 끝났던 둘의 사랑은 다시 시작됩니다.
이질감이 느껴지는 배경과 올드한 문체, 80년대 청춘 학원물이 생각나는 초반 전개가 상당히 장벽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해하기 힘든 규헌의 사고방식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어요.
규헌과 만나며 지효가 성적이 떨어지고, 규헌과의 사이를 질투한 다른 아이들이 지효를 괴롭히는 것 때문에 죄책감을 가지고 떠나는 것도 이상했지만, 얼마 뒤 폼이란 폼은 다 잡고 지효의 집 앞에서 대기 타고 있다가 다 널 위해서였다며 네 앞에 당당한 모습으로 서기 위해 그랬다며 혼자 애절한 드라마를 찍는 게 정말 오글거렸습니다.
애당초 자신 때문에 지효가 탈선하게 됐다는 판단 자체가 미스였지만 그 뒤 보인 행동은 그냥 어린애의 억지에 불과할 뿐이라 한심했어요.
그들에게는 애절하고 절절한 첫사랑이었지만 저에게는 둘의 사랑이 풋풋하지도 않은 그저 미숙한 사랑으로 보여서 재회 후 달라질 둘의 모습을 기대했습니다만,
10년의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정신은 둘이 처음으로 만났을 때처럼 어리기만 한 둘의 모습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충동적으로 결혼한 지효는, 결혼 후 망나니처럼 구는 남편에게 휘둘리면서도 아버지에게만은 나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알리지 않겠다며 자기 팔자를 스스로 꼬는 미련함을 보입니다.
뒤늦게 아버지가 자신을 위하고 있었음을 느끼고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는 하지만, 끝까지 남편의 사채 빚을 자기가 갚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바보 같았어요.
경솔한 마음으로 남편과 결혼을 한 건 잘못이지만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고 방탕하게 놀아나면서 쓴 돈을 왜 갚겠다고 하는 건지... 그 빚 때문에 결국 자신이 쓰레기라 경멸했던 규헌의 도움을 받고서도 끝까지 자존심을 세우는 모습도 별로였어요. 자존심을 세우면 끝까지 도도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었고요.
규헌이 계략을 세워 지효가 자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기는 했지만 자존심 세우면서도 점점 규헌에게 의지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지효의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습니다.
갈팡질팡하는 지효보단 내 사랑의 시작과 끝은 바로 너, 윤지효라며 변함없이 지효에게 집착하는 규헌의 마음이 일관성 있다는 점에서는 좋았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규헌의 사랑 방식이 10년 전과 달리 성숙해졌다거나 한 건 아니라 여전히 공감하기는 어려웠어요.
지효에게 당당한 사람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지효의 고향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것은 좋은데 수단이 영... 어둠의 세계에 몸담고, 자신이 있는 조직의 이익을 위해 지효의 아버지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에게 신임을 얻어 지역을 개발하고자 하는 게 어디가 성공한 남자의 모습이란 건지요.
마침내 고향에 돌아온 지효를 얻기 위한 방법도 딱 어둠의 세계 사람들이 사용할 법한 비겁한 뒷공작이라 하나도 멋있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두 사람이 하는 사랑에 관해서는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고, 둘만의 절절한 감정선 또한 납득이 가지 않았어요.
그나마 괜찮았던 건 고향에 돌아온 지효가 곁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 조금씩 고향의 정을 느끼며 변해가는 부분이었습니다.
어릴 때 자신에게 폭언을 퍼붓던 아버지가 미워서 반항하는 마음으로 했던 지효의 결혼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지만, 그 일을 통해 지효가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고 고향에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었죠.
지효가 고향에서 아버지와 이모, 규리 등 지효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도피하는 마음으로 왔던 고향에 정을 붙이고 점점 정착하게 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규헌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달라지면서 지효가 규헌에게 가졌던 오해를 풀고 둘이 사랑을 이루며 끝나기는 하지만, 차라리 지효가 고향의 어느 순박한 청년과 다시 사랑하는 스토리였다면 훨씬 훈훈하고 좋았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