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GL] 열의의 감옥
눈을세모나게 / 아마빌레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딸에게는 촌부의 무지를 물려주지 않으리라는 아버지의 노력으로 총명한 여성으로 자란 원학.

원학의 아버지는 원학이 더 많은 것을 배우기를 바라지만 원학은 나라를 잃은 상황에서 학문과 배움이 무슨 소용이냐는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입니다.

학당 선생이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경성으로 유학을 간 원학은 친일파 수뇌인 이명진의 딸 명운의 가정교사가 됩니다.

명운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원학은 자신보다 한 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삶을 다 산 듯한 초탈한 느낌의 명운에게 끌리게 되고, 명운 또한 원학에게 호감을 보이면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집니다.

 

적극적으로 독립 운동을 하지는 않지만 나라를 잃은 아픔을 마음에 새기며 현실과 타협하는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는 원학과 친일파의 딸 명운의 사랑.

상당히 민감한 주제라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봤는데요.

몸이 약한 명운을 걱정하는 원학과 원학에 대한 호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명운,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갖는 감정이 애틋하고 예뻐서 보기 좋았어요.

 

중반까지는 원학과 명운이 가까워지며 행복함을 느끼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명운이 친일파의 딸임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없었지만 친일파에게 테러를 가하는 단원들의 기사를 보며 명확하게 갈리는 두 사람의 의견을 통해 마음이 같아도 생각이 같을 수는 없음이 느껴져서 씁쓸했어요.

다른 나라의 속국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아냐는 원학의 말에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냐며 독립다른생각으로 규정하는 명운을 보며 원학은 큰 슬픔을 느끼는데요.

이 일을 기점으로 두 사람의 사이가 결정적으로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크게 마음이 원학이 병이 나고, 원학을 문병 온 명운이 뒤이어 앓게 되면서 흐지부지 넘어가서 의아했어요.

 

분명 원학은 자신과 너무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명운에게 실망함과 동시에 친일파의 돈을 받으며 가정교사로 일하고 있는 자신도 그리 떳떳하지 않음을 깨닫고 상처를 입었는데 그 마음이 명운의 다정함으로 인해 금방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이해가지 않았습니다.

비록 원학이 적극적으로 독립 운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라를 잃은 슬픔을 느끼고 있는 젊은이였고, 현실에 타협한 자신의 비겁함을 자책하는 인물이었는데 말이죠.

 

그렇게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명운을 받아들이면서 나라에 대한 마음을 저버렸는가 했는데 후에 친일파를 처단하는 모임에 합류하며 이명진의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하기도 해서 대체 원학의 생각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자신이 제공하는 정보로 인해 명운이 다칠 것을 염려하며 명운이 무사할 것인지를 거듭 확인하는 걸 보면 명운에 대한 마음 또한 진실하다는 것이 느껴졌기에 더욱 헷갈렸습니다.

   

조심스럽게 추측해보자면 원학은 친일파의 딸이라는 것과 명운이라는 사람은 별개로 보았고, 명운 그 자체를 사랑했으며 명운 또한 그러했기에 테러에 가담한 원학을 구하려 했다는 것이 아닐까 싶기는 한데요.

그렇다고 한다면 친일파에게 테러를 가하는 단원들의 기사를 보고 명운이 나라가 밥 먹여 주는 것이 아니지 않아?’ 하는 말을 하는 부분은 없는 게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 사건으로 인해 원학과 명운의 생각이 다름이 분명하게 드러났고, 그 다름은 같아질 수 없는 다름이기도 하거니와 소설이 끝날 때까지 두 사람이 서로의 다른 부분을 언급하거나 맞춰가려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거든요.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몰랐을 땐 애틋하고 예쁘게만 보였지만 독립에 대한 명운의 생각을 알고 난 뒤에는 자꾸 그 부분이 생각나서 몰입하기가 힘들었어요.

원학이 테러의 주범으로 잡혀가고 명운이 원학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후반부에 가서는 모든 일이 갑자기 일어나고 얼렁뚱땅 마무리 돼서 혼란스러웠고요.

차라리 원학이 명운에게 보냈던 편지 내용처럼 세상을 떠났더라면 비극적인 결말로 마침표를 찍었을 텐데 이도 저도 아닌, 쓰다만 것처럼 끝나서 매우 찜찜했습니다.

걱정한 것에 비해 불편한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 의아함이 남는 소설이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