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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악마 백작의 신부 : 새하얀 소녀와 붉은 과실
츠키모리 아이라 저/Ciel 그림/전우 역 / 코르셋노블 / 2018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에이레네는 유랑 민족 출신에 고아라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에게 떠밀려 신부를 데려와서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있는 악마 백작의 새로운 신부가 됩니다.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처럼 악마 백작을 두려워만 했던 에이레네였지만 루키니아스가 주는 쾌락과 가끔씩 보여주는 다정한 모습에 점점 그에게 끌리기 시작하는데요.
어느 날 에이레네가 열어서는 안 되는 방의 문을 열고 루키니아스의 비밀 중 하나를 알게 되면서 에이레네는 금단의 길에 발을 들여놓고 맙니다.
지금까지 봤던 TL 중에 가장 독특하고 그로테스크한 내용이라 아주 신선했어요. 결말도 충격적이었고요.
사실 처음부터 루키니아스가 악마일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습니다. 보나마나 뭔가 이유가 있어서 우중충한 성에 틀어박힌 남주를 보고 마을 사람들이 괜히 두려워하며 악마 백작이라고 부른 거겠지 싶었거든요.
언제 남주의 사연이 밝혀지려나~ 하고 여유만만하게 보고 있었는데 비밀의 방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 식겁했습니다.
<스포 주의>
첫 만남부터 관계로 시작해서 마주치기만 하면 에이레네를 능욕하는 루키니아스를 보며 순진한 처녀를 조교해서 음란한 여자로 만드는 취미가 있는 남주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관계를 가질 때마다 계속 “타락해라.” 라는 말을 하는 것도 보다 빨리 자신의 취향에 부합하는 여자로 만들기 위한 루키니아스의 욕망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루키니아스의 정체가 죄를 지어 천계에서 쫓겨난 천사이고 천계로 돌아가기 위해 순수한 하얀 영혼이 필요해서 계속 신부를 요구했다는 말을 듣고 당황스러웠어요.
순수한 영혼을 찾았다면서 그럼 왜 에이레네를 타락 못 시켜 안달이었는지?
신부들이 가진 하얀 심장을 원했지만 순수한 신부들을 앞에 두면 도저히 타락시키지 않을 수가 없어 쾌락을 주며 타락시켰다는데 굉장히 이해가 안 가고 변태같이 느껴지더라고요.
루키니아스가 에이레네에게 끌리기 시작하면서 그녀를 보호하려 하지만 그놈의 타락 타령은 멈추지 않아서 그놈의 타락 소리 좀 그만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사면서 타락 성애자인 루키니아스도 매우 이상하지만 에이레네 또한 만만치 않게 이상해서 둘이 참 잘 어울렸어요.
순진한 처녀가 음험한 남주의 신부가 되어 쾌락에 무너지는 내용은 흔하지만 남주가 예전 신부들의 시체를 유리 상자 안에 장식해서 보관하는 것을 보고서도 ‘아아~ 비밀을 가진 그와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여주는 흔하지 않죠.
기본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지만 루키니아스와 첫 만남에 대놓고 악마 백작이시냐고 물어보는 거나 파란수염의 방을 보고나서도 루키니아스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걸 보면 당돌한 면도 있는 여주의 성격이 독특해서 재밌었어요.
특히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루키니아스와 함께 천계로 돌아가기 위해 온 천사 아드니아를 불태워 없애는 부분을 보고 음험한 남주 못지않게 위험한 여주라는 게 느껴져서 흥미로웠습니다.
독특한 설정과 반전 가득한 전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색달라서 좋았습니다만 독특함에 치중하느라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에이레네가 루키니아스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루키니아스의 정체가 밝혀질 때까지 둘이 만나기만 하면 관계만 가지기 때문에 후반부에 몰아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도 아쉬웠어요.
끈끈하고 농밀한 씬이 매력적이기는 했지만 반복적으로 씬만 나오니까 지루하고 지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씬이 좀 적었더라면 서로의 심장을 나눠 먹고 뱀처럼 얽혀 서로를 탐하는 모습으로 끝나는 엔딩이 더 인상적이었을 텐데 앞에 나온 씬에 지친 저에게는 또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지겨웠어요.
개인적으로 그래서 에이레네는 결국 어떤 존재가 된 건지 궁금했는데 명확하게 나오지 않아서 찜찜했습니다. 에이레네의 심장을 정화하기 위해 루키니아스가 자신의 심장을 주긴 하지만 타락한 천사의 심장이 효과가 있을까 싶고..
루키니아스의 정체, 타락에 집착하는 이유는 밝혀졌지만 인간이 아니게 된 에이레네가 느꼈던 증상, 아드니아를 처리하며 보였던 능력 등 밝혀지지 않고 넘어간 부분이 많아서 아쉬웠어요.
엽기를 좋아해서 어두운 내용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후기처럼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호러 로맨스 소설이었습니다. 살면서 본 TL 중 가장 특이해요.
전개에 허술한 점이 많아 이해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엽기적인 내용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