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홍아
YJ 지음 / 누보로망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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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를 휴학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간신히 생활하는 청아의 꿈에 어느 날부터 붉은 나무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붉은 나무의 붉은 씨앗에서 나타난 붉은 꽃의 정령 홍아를 보며 청아는 왠지 모를 그리움과 슬픔을 느끼는데요.

얼마 뒤 편의점에서 일하는 청아의 앞에 자신을 홍아라고 하는 어린 아이가 나타납니다.

꿈속에서 만난 여인을 떠올리게 하는 홍아가 신경 쓰였던 청아는 홍아의 부모를 찾을 때까지 홍아를 보호하기로 하고, 홍아가 청아와 함께 살게 되면서 청아는 서서히 전생의 기억을 찾기 시작합니다.

 

청아의 꿈속에 나타나 난 네 안에 있어. 너와 나는 하나야.” 라고 말하는 홍아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홍아가 등장하기만을 기다렸는데 꿈 속에서 만났던 여인의 모습이 아닌 아이의 모습으로 등장해서 놀랐어요.

더군다나 홍아가 홍아, 청아 오빠이 말 외엔 다른 말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 초중반은 이야기 진행보다 청아가 홍아를 양육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뤄서 따분했습니다.

해맑은 홍아와 다정한 청아의 모습이 귀엽기는 했지만 홍아와 함께 쇼핑을 다니고, 청아가 홍아를 양육하는 내용의 분량이 너무 길어서 정작 두 사람의 인연을 풀어나가는 것엔 소홀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나마 홍아를 만나면서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청아의 꿈이 전생의 이야기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단편적인 부분을 끊어서 짧게 보여주는 형식에다 각각의 꿈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아서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습니다.

게다가 무엇 하나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청아의 형인 청진과 청진의 약혼녀 백희가 등장하며, 청아를 두고 뭔가 음모를 꾸미는 전개로 흘러가면서 분위기가 더 산만해져 몰입하기 힘들었어요.

이야기의 진행도 청진과 백희가 청아의 푸른 심장을 노리면서 그들을 저지하기 위해 대대로 홍아를 모시던 가문의 할머니와 손녀 설아가 부딪히며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존재감이 없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목숨이 위험한 처지인 청아는 그저 홍아를 돌보는 일에 매진하고, 홍아는 청아를 살리기 위해 같이 있기는 하지만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머물며 어리광을 부리고 있어서 긴장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어요.


홍아가 어른이 되면서 청아가 전생의 기억을 모두 찾게 되었을 때 이제 이야기가 제대로 진행되겠구나 기대했지만, 그 뒤에도 여전히 청아는 홍아를 데리고 쇼핑 다니는 일에 몰두하는 것 빼고는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아서 허무했습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유통기한 지난 삼각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던 사람이 무슨 쇼핑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게다가 청아를 만나고 나서는 청아랑 있느라 편의점도 거의 안 나가요. 같이 일하는 형한테 편의점 대타 맡기고 청아랑 같이 쇼핑만 다니는데 보는 제가 다 답답했습니다.

홍아가 편의점에 일하러 가지 말라고 조르니까 이미 너무 많이 빠져서 안 된다고 하는데 말만 그러지 계속 안 나갑니다. 그러고도 잘리지 않는다는 게 참 신기했네요.

 

주인공 커플은 현대 로맨스물을 찍고 있는 반면, 악역들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할머니와 설아를 보니 대체 주인공들은 언제 활약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마음 편하게 사랑 타령을 하는 주인공들 보다는 마귀의 문을 열어야 한다며 청아의 푸른 심장에 집착하는 청진과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백희의 사연이 더 궁금했는데 청아와 홍아의 사연이 밝혀지는 후반부에 청진과 백희의 사연도 한꺼번에 휘리릭 밝혀지고 허무하게 결말을 맞이해서 황당했어요.

홍아가 청아를 구하고 떠나는 과정도 쫓기듯 급하게 이뤄져서 갑작스럽게 몰아치는 전개에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느라 둘의 이별을 애틋하게 생각할 틈도 없었네요.

홍아가 청아를 구하기는 하지만 그 전에 더 애를 쓴 사람은 할머니와 설아였고, 악역들의 최후도 허무해서 모든 사건이 끝나고 나서도 후련하지 않고 찜찜했어요.

 

전생에서 현생으로 이어지는 인연,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악역들, 주인공들을 도와주는 조력자... 각각의 이야기를 따로 보면 참 매력적인데 이야기들이 엮이지 못하고 각기 따로 놀면서 결말이 흐지부지 된 것 같아요.

온몸이 빨갛다는 이유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뒤 붉은 꽃으로 다시 피어난 홍아의 전설로 시작하는 도입부가 흥미로워서 초반의 느낌은 아주 좋았는데 개연성 없는 전개와 급하게 몰아친 마무리 때문에 초반의 좋은 느낌을 유지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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