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광년이가 산다
하루가(한은경) 지음 / 동행(마야마루)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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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대리로 모두의 부러움을 받는 삶을 살던 지후는 답답한 서울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고 귀촌을 결정합니다. 그렇게 반려견 사랑이, 마음이와 함께 춘천 방동리의 조용한 시골에서 첫 독립 생활을 하게 된 지후.

꿈에 그리던 귀촌 생활이 즐거운 한편,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끼던 지후의 옆집에 이웃이 이사 오면서 지후는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과 함께 이웃에 대한 호기심을 느낍니다.

하지만 주소판을 찾으러 옆집 창고를 뒤지다가 마주친 이웃에게 못 볼 꼴을 보이고 마는데요..

 

 

단발머리는 미친년 꽃다발처럼 산발인데다, 꽃무늬 냉장고 원피스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구색을 갖추듯 슬리퍼 한쪽은 어디로 갔는지, 새까만 발바닥에 박힌 돌이 애처롭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야 나! 하고 인증한 꼴이 된 지후... 부끄러움에 옆집 사람이라는 말도 못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지만 이대로 방동리 광년이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오해를 풀기 위해 다시 옆집을 찾아갑니다. 다행히 금방 오해를 풀고 이웃과 통성명도 하면서 민망했던 첫 만남은 잘 수습이 됩니다만, 비 오는 날 오리 우비를 입고 괭이질을 하는 지후를 옆집 남자가 발견하면서 다시 방동리 광년이가 될 위기에 처합니다.

 

일에 치여 지친 마음을 좀 쉬고자 귀촌을 결심한 유신.

서울을 오가며 차근차근 귀촌 준비를 하던 중 옆집에 이사 온 지후를 만나게 됩니다. 다소 충격적이었던 첫 만남을 가지긴 했지만 어쩐지 지후에게 호감이 생기는데요. 그러나 지후를 만나며 그가 꿈꿨던 한가로운 전원생활은 물거품이 됩니다.

비 오는 날 지후 대신 삽질해, 다친 지후 치료해줘, 고장난 지후의 보일러도 몰래 고쳐줘... 지후 덕분에 단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는 사건, 사고 가득한 귀촌 생활을 하게 되지만 골치 아픈 여자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지후가 귀엽게 느껴지는 유신입니다.

 

여러모로 시골 생활에 서투른 지후가 의도치 않은 민폐를 끼치게 되면서 두 귀촌 젊은이들은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됩니다. 지후가 유신의 도움을 많이 받기는 하지만 도움만 받고 새침하게 구는 사람이 아니라 반드시 어떻게든 은혜를 갚는, 빚지고 못살지후라 그런 지후의 모습에 유신도 점점 호감을 갖게 돼요.

지후가 귀촌을 결심한 이유가 자신과 비슷한 이유임을 알게 된 유신은 지후에게 더욱 친밀감을 느끼고 마침내 방동리로 완전히 이사를 오게 됩니다.

서로에게 호감은 있지만 좋은 귀촌 이웃의 선을 넘지 못하던 두 사람은 지후의 남사친의 계략 덕분에 이웃사촌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고, 동거 아닌 동거를 하며 뜨겁게 사랑한 끝에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방동리에서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본격 귀촌 권장 소설입니다.

 

톡톡 튀는 제목처럼 유쾌하고 발랄한 이야기였어요. 광년이라기에 여주가 아주 또라이 같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조금 엉뚱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경우 바르고 개념 있는 사람이라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시골 생활이 익숙하지 않아서 유신에게 폐를 좀 끼치기는 하지만 도움을 받으면 먹는 걸로 보답한다든지, 어떻게든 갚으려고 하는 모습이 참 예뻐 보였어요.

까칠하고 냉정할 줄 알았던 유신도 곤란에 처해있는 지후를 지나치지 않고 도와주고, 귀찮은 척 하지만 길고양이 양양이도 끝까지 책임지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남자라서 좋았구요.

도시 생활을 하던 젊은 남녀가 귀촌하여 우연히 옆집에 살게 되면서 상부상조 하며 서툴지만 천천히 시골 생활에 적응하고, 서로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을 보니 귀촌에 전혀 관심이 없던 저도 귀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귀촌하면 농사도 해야 하고 불편해서 싫어! 도시 좋아 도시파였는데... 이 소설 덕분에 귀촌 생활에 환상이 생겼습니다.

 

소설 자체가 재밌기도 했지만 지후가 가진 생각과 제 생각이 비슷해서 더 몰입하며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바둑이 할머니가 지후에게 병아리와 토끼를 줄 테니 가져가라고 했을 때 책임감 없는 입양을 할 수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네요. 평소에 생명을 내 가족으로 데려오면 죽을 때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지라 지후의 말에 깊이 공감이 갔어요.

지후가 무지개다리 건너간 마음이의 묘지를 보며 보고 싶다고 할 땐 예전에 함께했던 반려견 생각이 나서 좀 울기도 했네요.

광년이라는 제목에 비해 내용이 잔잔하고 생각보다 개그 요소가 없어서 밋밋하기는 했지만 대리 귀촌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보기엔 나쁘지 않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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