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과 키워드가 취향이라 구입했는데 좀 엉성한 부분이 있긴 해도 전개가 빠르고 내용이 복잡하지 않아서 재밌게 봤습니다. 소설의 중심이 천랑과 그 신부에 관한 신화이긴 한데 생각보다 신화 설정이 치밀하게 짜인 느낌은 아니더라구요. 슈렌과 황제가 만나게 된 것과 황제가 첫눈에 슈렌을 마음에 들어한 것, 슈렌이 천랑의 신부라서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을 뒷받침 해주는 설정으로 쓰인 정도? 다섯 부족장이 천랑의 뜻을 묻고, 점괘에 따라 천랑의 현신에게 신부를 바쳐야 한다며 의미심장하게 시작한 것에 비해서 내용이 굉장히 얄팍하지만 단순한 거 좋아하는 저는 오히려 좋았습니다.
쓸데없는 내용 없이 전개가 빠른 점이 좋기는 했는데 황제가 슈렌을 신부로 들인 뒤에 바로 5년 후로 시간을 건너 뛴 건 좀 아쉬웠어요. 키잡물의 묘미 중 하나가 공이 수를 살살 꼬드겨서 키워가는 과정을 보는 것인데... Why 5년 뒤? 시작부터 서로 좋아서 헤헤헤 하니 보기 좋기는 한데... 과정 생략 너무나 서운한 것.
공이 황제고 수도 평범한 인간이 아닌 만큼 슈렌에게 다양한 악의 무리들이 마수를 뻗칩니다. 소설 초반부터 반역을 꿈꾸는 인물이 슈렌에게 접근하기도 하고, 슈렌의 모국에서도 슈렌을 이용하려고 하고, 슈렌이 임신한 뒤엔 슈렌을 해치려고 계략을 세우는 인물도 등장해요. 그래서 황제가 온실 속 화초로 애지중지 키워서 성인을 앞둔 나이가 되도록 순진하고 해맑은 슈렌이 험한 일이라도 당할까 노심초사 했는데, 황제가 알아서 다 해결해주고 본인이 자리를 비웠을 때도 슈렌의 안전을 위한 준비를 하고 떠나서 슈렌이 큰 피해를 입지는 않습니다.
수가 공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성적으로 험한 일을 당하는 걸 극혐 하는지라 슈렌의 특별한 능력을 노린 나쁜 놈에게 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멘탈이 바스라질 뻔 했으나, 슈렌이 어찌 어찌 눈물로 속여서 마음 놓고 끝까지 볼 수 있었네요. 위기가 있어도 큰 문제없이 해결이 돼서 긴장감 없고 맹숭맹숭 하지만 피폐함 보다는 편안함을 선호하는 저에게는 호였어요.
슈렌과 황제의 사이에도 오해나 갈등이 없고, 둘 사이를 방해하는 이물질도 존재하지 않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둘은 달달해요. 보통 황제공 하면 냉정하고 잔인한 성격이지만 내 수에게만은 다정하고 따뜻한 남자가 떠오르는데, 슈렌의 황제님은 그냥 다정하고 자상한 남자입니다. 다른 나라를 침략해서 국토를 넓히는 야심가지만 전쟁은 전쟁일 뿐!! 슈렌에게만 다정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딱히 매정하지는 않더라구요. 슈렌에게는 특히 다정해서 언제나 우쮸쮸~ 오냐오냐 예쁜 것~ 어화둥둥 모드예요. 그래서 황제로서의 카리스마나 치명적인 매력은 부족하지만 일편단심 다정한 스타일이라 슈렌과의 분위기는 좋아서 그걸로 만족하며 봤네요.
남자지만 신부니까 임신은 당근 빠따로 해야겠죠? 슈렌이 자기는 남자라서 임신을 못해서 황제에게 후계자를 못 만들어 준다며 슬퍼할 때도 저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봤습니다. 너는 한다 임신, 곧... 요즘은 오메가버스가 아닌 임신물은 찾기 힘들어서 평범한(?) 임신물에 목말랐던지라 슈렌보다 제가 더 임신을 기다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가임기가 되면 슈렌의 몸에서 유혹적인 향이 나오고, 그 향을 맡은 황제는 이성을 잃고 슈렌을 탐하게 된다는 설정이 알오물과 비슷해서 약간 실망스러웠네요. 그래도 운 좋으면 한 방에 임신이 되는 알오물과 달리 7일간 힘써야 한다는 점은 그레잇이었습니다:)
툭하면 울고 연약한 수는 취향이 아니지만 단순한 전개와 서로만을 사랑하는 공과 수, 달달한 분위기가 취향이라서 만족스럽게 봤어요. 전개가 좀 엉성한 부분이 있고, 사건과 위기가 쉽게 해결돼서 허술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저는 설정 대부분이 취향이면 너그럽게 보는 스타일이라 그렇게 거슬리지는 않았어요. 치밀한 전개, 개연성 있는 내용을 원하신다면 실망하실 수 있습니다. 가볍고, 달달하고, 적당한 사건과 위기가 있지만 순조롭게 해결돼서 둘이 애 낳고 잘 먹고 잘 사는 판타지물 좋아하시는 분들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