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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파경
초현 지음 / 베아트리체 / 2018년 1월
평점 :
결혼한 지 오 년째이지만 회사를 위해 정략결혼 한 사업 파트너에 가까웠던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아내의 교통사고 소식에도 걱정보다는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무심한 남편이 찾아간 아내의 병실에는 자신이 아는 아내와 너무나도 다른 아내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조용하고 차분했던, 대외적으로 완벽한 아내가 아닌 발랄하고 순진한 모습의 아내... 기억을 잃고 고3으로 돌아간 아내는 이름조차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기억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가 있나? 내가 알던 아내는 대체 누구였나? 아니, 내가 아내에 대해 아는 게 있기는 했었나? 혼란 속에서 뒤늦게 아내에 대해 알아가며 후회하는 남편과 동화 속에 튀어나온 곁가지 성혜민으로 살아야했던 아내의 이야기입니다.
남편에게는 과거에 사랑했던 아내가 있었습니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전 부인을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했던 남편은 전 부인과의 추억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었죠. 아내가 전 부인과의 추억에 들어오려고 하면 바로 선을 그었습니다. 조수석에 타도 되겠냐는 아내의 조심스러운 부탁, 입맛이 없는 아내가 샀던 아이스크림... 전 부인과의 추억에 아내가 들어오려고 할 때면 거절하고 냉정하게 쳐냈습니다. 기억을 잃은 아내와의 대화를 통해 몇 안 되는 아내와의 일화를 떠올리며 남편은 후회합니다. 그러면 그렇다고 말을 하지, 내가 먼저 물어볼 걸... 아내가 말할 여지도 주지 않았던 자신을 돌아보며 죄책감을 느끼지만 그것은 아내에 대한 뒤늦은 애정이 아닌 연민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기억을 잃은 아내가 왜 이름조차 다른 사람이었는지 알게 되면서 가여운 아내에게 냉정했던 자신을 자책하긴 하지만 남편은 여전히 전 부인을 핑계 삼아 변명을 합니다. 나의 마음속엔 유경이로 가득차서 성혜민이 들어올 자리가 없었노라고...
그렇기에 남편이 사실은 처음부터 아내를 사랑하고 있었는데 그 사실을 몰랐다는 갑작스러운 깨달음이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기억을 잃은 아내의 옆에서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전 부인을 떠올리던 사람이요? 어머니에게 전 부인의 실체를 들으며 그녀에 대한 환상이 깨지지 않았다면 계속 그녀와 아내를 비교하며 전 부인을 잊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뒤늦게 자각한 남편의 사랑이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공주님이라고 생각했던 전 부인이 마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이상적인 아내는 바로 5년간 함께 했던 아내였다는 걸 깨달은 것뿐이죠.
그래서 남편의 후회보다는 자신을 끝나버린 동화 속 곁가지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아내의 마음에 더 공감이 가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언젠가 잘려나갈 곁가지라고 생각하며 살아갔을 아내의 심정을 생각하면 남편이 더 후회했어야 하는데 아내가 기억이 돌아온 뒤의 이야기가 너무 짧아서 아쉬웠어요. 후회물의 재미는 후회 후 찾아오는 달달함인데 그런 부분은 다소 부족합니다. 다소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잔잔하면서도 몰입감 있는 이야기라 정략결혼, 후회남, 기억상실녀 키워드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읽어볼만한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