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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RD: 리멤버 두잉(Remember Doing)
펜잡은 이과생 / ㈜조은세상 / 2019년 2월
평점 :
잠재된 기억 속에 있는 일까지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서 시뮬레이션하는 가상현실 게임 RD.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있는 슬픔이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탄생한 RD는 현실과 똑같은 감각과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뜨거운 관심 속에서 역사적인 RD의 첫 구동의 GM으로 참여한 지원. 그녀가 처음으로 만난 플레이어 준혁이 인식되지 않는 오류로 인해 정상적으로 플레이하지 못하게 되면서 지원은 준혁과 함께 다른 플레이어들을 돕게 되는데...
2월에 구매한 책 중에서 기대 안했는데 내용이 좋아서 깜짝 놀란 소설입니다. 게임을 소재로 한 소설들은 유치하고 가벼운 경우가 많아서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탄탄한 스토리 전개에 감탄했어요.
느낌상 남주가 준혁 같은데, 둘이 함께 다른 플레이어들이 가상현실 체험을 하도록 돕는 상황에 각 화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구성이어서 대체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지 궁금했는데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준혁이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사연과 감정을 접하면서 점점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게 되고, 외면했던 자신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전개돼서 작가님의 큰 그림에 놀랐습니다.
직접적으로 만나지 않고 가상현실에서만, 그것도 다른 플레이어를 돕는 업무를 하는 중에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우려했던 부분도 가상현실 속에서 데이트를 하며 서서히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모습이 억지스럽지 않게 그려져서 로맨스 소설로서의 만족도도 높았어요.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은 기억 속에서 찾아 떠올리면 바로 갈 수 있으니까 현실 데이트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네요.
가상현실이라는 소재를 그냥 하나의 소스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현실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면서 로맨스를 이끌어 내고자 고심하며 작가님이 쓰셨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어요.
특히 인공지능 마인의 존재가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준혁에게 일어난 오류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 아직은 말할 수 없다며 싸하게 굴어서 나쁜 인공지능인가? ㄷㄷㄷ 했는데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배려심에 놀라버렸습니다. 괜히 인공지능이 발달하는 미래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란 걸 느꼈다지요.
약간 아쉬운 건 가상현실에서가 아니라 진짜 현실에서 예쁘게 사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너무 짧게 보여주고 끝났다는 것? 엄청 아쉬운 건 아니고 그냥 좀 더 둘의 달달한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욕심에서 사족으로 붙여보는 아쉬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