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공부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언어 영역은 조금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시는 참 어렵더라고요.

그런 제가 답답했는지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시를 느껴보라고 했지만 그 느낌이라는 게 뭔지 모르겠어서 결국 시험에 나올 법한 포인트를 전부 외웠던 생각이 나네요.

시를 느끼지 못하는 저에게도 이 시 좀 독특한데?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시인이 바로 기형도 시인이었어요.

다른 시들과 달리 어둡고 우울한 느낌이 드는 시가 당시 힘든 일이 있었던 저의 마음과 통하는 부분도 있었고, 쉽게 해석할 수 없는 난해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시가 입속의 검은 잎이네요.

 

그렇게 10대 시절 시알못이었던 저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기형도 시인의 시집을 어른이 되어 다시 읽었습니다. 여전히 난해하다고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 시가 어떤 시대 배경을 바탕으로 탄생한 것인지 알기에 예전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더군요.

제가 그 시대에 젊은이로 살아보지 않았기에 완벽하게 그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이 세상에는 부조리함이 많아서 왜 기형도 시인이 그토록 괴로워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나이를 더 먹고 세상을 살아가면 기형도 시인의 시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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