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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우리 집에 왜 왔니?
오아시스 지음 / Renee / 2018년 3월
평점 :
건축회사 <디딤>의 후계자이자 건축설계본부장의 자리에 있는 도현은 아버지로부터 중요한 프로젝트의 성공과 한 주택을 매입하는 임무를 받게 됩니다.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두 가지 일을 모두 성공하고 싶었던 도현은 집을 절대 팔지 않겠다고 버티는 집주인을 만나기 위해 직접 그 집을 찾아갑니다.
그 집에는 강력한 집 지킴이가 있었으니, 부모님의 신혼집으로 시작하여 자신과 동생이 함께 살아온 추억의 집을 팔 수 없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는 한빛입니다.
오늘도 또 지긋지긋한 양복쟁이가 찾아왔구나! 하고 내쫓으려는 한빛에게 도현은 뜻밖의 제안을 하는데요.
다짜고짜 남의 집에 들어오면서 문단속을 이렇게 허술하게 하냐고 타박까지 하는 도현을 보며 몹시 당황스러웠습니다. 아무리 남의 집 문이 열려있다고 해도 함부로 들어가면 무단 주거침입이 아니겠습니까? 이 남자 어쩌려고 이러지? 싶었는데 집을 사러 온 것이 아니라 조명 디자이너 정한빛에게 의뢰를 하러 왔다고 하는 도현을 보며 일이 재미있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의 집을 노리는 적의 장군에게 호락호락 넘어갈 한빛은 아니지만 경력이 없는 자신에게 디딤과의 협업은 거절하기 힘든 유혹이었기에 결국 도현과 비즈니스적 동맹을 맺고 기간 한정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는데요.
결코 우호적인 관계가 아닌 둘이었기에 이 프로젝트 괜찮을까 걱정이 됐는데 생각보다 둘이 참 잘 맞는 파트너더라고요.
조명 디자이너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데다가 경력도 전무한 신입 한빛을 우습게 보는 실장은 도현이 저지하고, 한빛은 자신의 능력을 펼쳐서 도현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몸소 증명하니 둘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환상의 콤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명에 관해서는 형광등 나가면 교체하는 정도의 관심만 있었던 저에게는 조명에 관한 이야기가 상당히 생소했지만 자신의 조명 철학을 바탕으로 열정적으로 일하는 한빛의 모습이 매력적이어서 좋았어요.
비즈니스 파트너로 함께 하면서 두 사람이 일을 매우 열심히 하기는 하지만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조금씩 썸도 타서 일과 사랑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도현에게 까칠하게 날을 세웠던 한빛은 함께 일을 하면서 도현이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도현 또한 진지하게 일하는 한빛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며 그녀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집니다.
도현이 한빛에게 의뢰를 제안한 것이 프로젝트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한빛의 경계를 무너뜨려 집을 구입하기 위함도 있어 보여서 두 사람이 가까워질수록 집에 관한 문제가 마음에 걸렸는데요. 다행히 한빛에 대한 마음이 커진 도현이 그녀의 집을 지키는 방향으로 마음을 굳혀서 안심했어요.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잔잔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 도현의 전 애인인 지혜가 나타나 끈질기게 방해공작을 펼치기 시작하는데요. 단순히 두 사람 사이를 질투해서 이간질 하는 수준이 아니라 한빛을 다치게 하려고 조명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도현의 사업을 방해하려고 루머를 퍼뜨리는 등 악질적인 범행을 계속 일으켜서 정말 짜증났습니다.
사건 하나를 해결하고 두 사람이 달달한 시간을 보내려고 하면 또 사건을 일으키는 식으로 계속 방해를 하니 흐름이 끊어져서 몰입이 안되기도 했지만 후반부는 지혜가 벌인 일을 수습하기 위해 도현이 고군분투하는 내용 위주로 전개돼서 굉장히 지루했습니다.
한빛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것까지는 좋은데 지혜의 계략으로 한빛이 도현을 오해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입만 맞추지 말고 이야기를 좀 하지~ 싶어서 답답했어요. 결국 도현에 대한 불신감이 쌓인 한빛이 집 문을 닫아걸었을 때에야 비로소 두 사람이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더군요.
두 사람이 연인이 되기 전까지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함께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연인이 되고 지혜가 본격적으로 방해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일을 도현 혼자서 감당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결정적인 문제 해결의 키는 한빛이 찾은 CCTV 영상이었다는 점을 보면 작가님이 마지막 한 방을 위해 잠시 둘의 사이를 갈라놓았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집 한 채를 사이에 두고 다투는 불편한 관계였던 한빛과 도현이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면서 일과 사랑 모두 열심히 하는 모습이 훈훈해서 보기 좋았으나, 악조의 끈질긴 방해로 인해 중후반부 악조의 분량이 지나치게 많았던 점과 사건 해결에 치중하느라 상대적으로 약해진 로맨스가 좀 아쉬운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