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평범한 사람으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생명 유지를 위해 서큐버스로 다른 사람의 꿈에 찾아가는 이중생활을 하는 민재.
서큐버스하면 문란하게 다른 사람을 유혹하는 이미지인데 민재는 자신만의 룰을 만들어 필요할 때만 사냥을 하고 때로는 타인의 생명력을 빼앗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해서 독특했어요.
도도한 태도도 그렇고 다른 사람의 호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걸 보면 민재가 마냥 까칠한 성격 같은데 사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주고 곁에 있어줄 진실한 사랑을 찾는다는 것도 의외였습니다.
예전에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선을 긋고 살면서도 언젠가 진정한 사랑이 오기를 기다리는 게 서큐버스 답지 않게 순수하고 귀여워서 마음에 들었네요.
제목이 헌트&헌트 여서 민재가 사냥 다니다가 악마 사냥꾼에게 딱 걸리나? 생각했는데 악마 사냥꾼은 아니지만 한 인간에게 사냥을 당할 것 같긴 합니다.
상대는 민재가 호기심에 사냥을 하기 위해 접근한 유명 스타 강이찬!
이찬 또한 민재 못지않게 성격이 독특해서 흥미로웠어요.
꿈에서 만난 민재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거나 자신을 스토킹하는 스토커의 정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쌍하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게 보통 사람의 사고방식은 아니라서 정체가 뭘까 궁금하더라고요.
어딘지 어설픈 민재의 사냥법에 비해 이찬의 사냥법은 치밀하고 계획적이라 이찬이 서큐버스였다면 더 재밌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1권은 이찬이 마침내 민재를 찾아내서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며 끝나는데요.
사냥하는 입장이었던 민재가 사냥을 당하는 입장이 되었으니 긴장감이 흐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민재의 태도가 굉장히 여유로워서 사냥꾼과 사냥감 사이에 흐르는 쫄깃한 분위기를 기대했던 저는 좀 실망스러웠어요. 게다가 둘이 막 현실에서도 꿈에서 한 일을 해볼 참에 등장하는 눈치 없는 매니저라니...(한숨)
장편이라 그런지 몰라도 1권은 떡밥만 던지고 끝나서 전개가 허술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특히 민재와 이찬이 6년 전에 만난 사이라는 걸 둘 다 눈치 채는 부분이 굉장히 어색했어요. 6년 전에 딱 한 번 만난 민재를 이찬이 기억하는 것도 그렇지만 민재는 이찬이 첫사랑이었다면서 왜 처음 봤을 때는 기억 못하고 나중에서야 알아채는지...
아쉬운 점이 있기는 했지만 민재와 이찬의 과거 인연, 민재가 평범한 인간에서 서큐버스가 된 이유, 유독 이찬에게만 가면 구슬의 정기가 빠르게 채워지는 이유 등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궁금해서 끝까지 달릴 것 같아요. 상당히 장편이라 앞으로 풀어갈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 기대되네요.
민재가 서큐버스라 씬이 난무하는 자극적인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민재의 건전한 연애관 덕분에 전개가 순수하게 흘러가서 색다르고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