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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평전 - 자유로운 사유를 위한 이드의 종교비평
이드 지음 / 종교와비평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예수 평전 – 이드, 종교와 비평
처음 책 제목을 보았을 때는 예수의 일생을 드라마와 같은 재미를 살려 쓴 책 일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책에 2부 까지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
3부로 넘어가면서 내심 ‘벤허’의 작가 루 웰레스의 일화처럼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가 ‘기독교의 신화를 영원히 없애버릴 목적’으로 성경을 연구하고 책을 쓰던 중 그리스도의 신성함에 무릎을 꿇었다는 일이 생각나서였다. 그러나 저자 이드 님은 예수의 탄생에서부터 죽음과 부활, 재림에 이르기 까지 성경 구절을 찾고 관련 자료를 들춰가며 의문점들을 파헤쳐나간다.
글 첫 머리에 이 책을 쓴 목적이 ‘바이블과 예수를 우상화하여 부와 명예, 권력을 추구하고 종교 사업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며 예수를 기존 잣대를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쓴 글이다’ 고 밝히고 있다.
그런 그의 역설과 주장은 성경 구절과 신문, 특정 종교인의 말과 글들을 인용하여 신빙성을 더한다. 많은 자료 수집과 학습의 시간이 있었음이 역력해 보였다.
저자 이드 님의 발상은 또한 참으로 재미있고 일리가 있다.
“예수가 이 지구촌에 오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인류 모두가 죄인이라고 선포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인류에게는 죄가 없었을 것이라는 역설이 성립되는 게 예수의 죄에 대한 견해다. 예수가 있는 곳 혹은 예수를 믿는 사람들에겐 모든 인류가 죄인이 되겠으나 예수를 부정하거나 아예 예수를 모르는 사람들은 죄인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P-41)
나 역시 이 말에 크게 공감했다. 왜 왔을까? 누가 속죄양이 되어달라고 요청 이라도 했나?
책 전체가 예수를 신랄하게 비평하면서 통쾌하리만치 까발리고 벌겨 벗겨 놓는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움이 있다.
먼저, 179 쪽부터 181쪽에 이단의 목록이 나온다. 저자 이드 님은 소시민의 시각으로 이 책을 썼다고 서두에 밝히면서 예전에 종교생활을 했다가 종교의 폐단을 느끼게 되면서부터 기독교가 인류에 끼친 죄악사를 말하는 전도사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 역시 기독교를 믿어 본적이 있었지만 그런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은 없다. 돈도 권력도 밝히지 않았고 신앙인일지언정 그 이면에 잠재되어 있을 인간의 욕망을 본적이 없는 터라 이단을 열거했던 그의 글은 그로 하여금 이단의 피해자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만약 그렇다면 이 책은 일부 더러운 짓을 일삼는 이단들로 인해 선량한 기독교인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며 저자 역시 좋은 않은 오명을 얻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굳이 예수를 호래자식, 사기꾼, 동성애자, 강간설, 빈약한 경제관 등으로 표현하면서 골고다에서 예수를 찔렀던 로마병정들의 날카로운 창 끝과 같은 말을 써야만 했는지 의문으로 남는다.
요즘 모 개그프로에 나오는 ‘왕비호’와 같은 의도적인 비호감 전략이라면 모를까.
저자 이드 님은 철학, 신학, 인문학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성경 해석에 미흡함이 엿보인다. 특히 '팔복'을 비난하는 부분에서 ‘마음이 가난한 자(the poor in spirit)’라는 뜻을 그저 ‘the poor spirited’라는 뜻으로 해석한 것은 아닌지. 가난한 마음이 아니라 심령이 가난한 자인데 그 속을 물질로만 가득 채우지 못한 빈곤함만을 생각한 것은 아닌지.
실제로 예수와 접촉해서 예수의 말을 옮겨 적은 글은 마태와 마가 복음서다. 그 외 대부분은 들은 말을 기억해 두었다가 옮겨 적은 것이라 성경 기록 자체의 모순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성경을 토막 구절로 이해하려 든다는 것도 상식 밖의 일이다.
성경을 해석하기 위해 신학대학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나라 말도 앞뒤 다 잘라 먹고 중간만 들으면 안되듯이 말이다.
처음 예수를 기존 잣대를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쓴 글이라는 그의 의도는 제대로 표현되고 먹힌 듯 하다.
하지만 마치 ‘억울한 기독교인’들을 대표해서 자신이 희생양이 되어 이런 글을 썼다는 식의 마지막 구절에 대해서는 역시 아쉽다.
마약 이드님의 말이 맞다 면 한평생 사랑을 실천하며 살다간 테레사 수녀나 김수환 추기경, 지금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함께 살면서 그들의 변 묻은 몸을 씻기며 죽는 날을 기다리는 우리 목사님은 (나 역시 사이비 신자지만) 이드 님의 표현만큼 또 얼마나 억울할까.
종교를 믿음에 있어 신과 나 사이에 그 어떤 장애가 있어서도 안 된다. 흔히 목사를 양떼를 이끄는 목자에 비유하는데 그들은 신자들이 신앙의 본질을 오류 없이 바라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지 그 외 어떤 입장에서건 사람 이상의 신분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복음을 전달하는 사람의 입장은 단지 수도자임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말씀을 듣고 자라는 신자들이 자신의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순수한 신앙을 바라 볼 수 있도록 해야지 목사나 신부를 쫓아 닮아가기를 원하고 있다면 잘못 가르쳤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이 분별력 없이 이단에 빠질까. 강제성을 띄는 것도 아니고 헌금을 많이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나처럼 봉사하는 것이 싫어서 교회를 나가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다.
이 책은 기독교라는 종교를 이렇게 여러 각도의 시각에서도 바라볼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불교든 기독교든 종교가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접한다면 아마도 재미있는 화제 거리가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