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책들과의 만남 1
데이비드 덴비 지음, 김번.문병훈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 – 데이비드 덴비, 씨앗을 뿌리는 사람

마흔 여덟, 영화평론가 데이비드 덴비의 콜롬비아 대학 고전 수업 노트.
우리는 그의 노트를 통해 호머, 플라톤, 성서, 마키아벨리, 세익스피어, 헤겔, 울프에 이르기까지 불멸의 고전을 만나게 된다.

고전을 왜 읽는가. 여기, 내 마음을 콕 집어 내어 표현한 글이 있다.
우리가 문학을 읽는 것은 궁극적으로 즐거움을 얻는 것과 더불어 (중략)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안다는 것을 뜻한다 – 854쪽
고전 읽기는 ‘자기 확장의 약속’ 자기 확장이란 자아 형성을 포함하여 자신의 성장 잠재력을 최대한 키우고 실현하는 것이다. – 898쪽
우리가 울프를 읽는 만큼 울프는 우리를 읽는다. 우리가 울프를 잘 읽을 때 우리 자신도 잘 읽게 된다 -902쪽
짧은 생각하나를 보태자면 ‘사람 읽기’라 할 수 있겠다. 고전에 모든 이야기들은 우리의 가능태 속 이야기들이다. 우리의 몸은 결핍된 영양소를 자연스레 끌어 당기게 하는 능력이 있는데, 어쩌면 우리가 고전을 찾는 것은 현실에 부재에 대한 향상심을 가지는 것, 당연한 일에 대한 영혼의 끌림, 그 발현이기도 하다.
내 속에 갈급한 것들을 고전을 통해 건져 내는 일, 나의 경우는 어거스틴 의 참회록을 읽으면서 기존의 틀이 부서져 내렸다. 내 삶을 고쳐보게 하는 힘, 다시 소유하게 하는 힘. 아마 고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기도 하리라.

객관의 진실과 객관의 도덕성을 만들어가는 교수와 학생들의 행보는 그런 수업이 존재성만으로도 부러움을 살만하다. 연령 남녀 흑백을 떠난 뒤 끝없는 자유발언, 그들의 Brain storming 식 수업은 나의 아집을 허물고 타인과 소통하는데 좋은 도구라 생각했다.

삼키지 못한 남은 단어 하나. 양가성(兩價性) 그 모호함.
플라톤에 나오는 기게스의 반지가 내게 주어졌을 때 난 정말 ‘정의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사람’ 이 될 수 있을까.
종교적이든 아니든 자유주의적 기풍은 아이들이 악에 대해 듣더라도 여전히 선을 선택하게 될 수 있다고 여긴다. 사실 그들은 악에 대해 반드시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을 사랑할 수 없다. 혹은 선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 – 157쪽 플라톤 中
여전히 숙제로 남은 사랑.
사랑의 결속은 자애로움과 호의로 굳건해진다. 호의에 근거한 결속은 각자가 의무적인 노력을 기꺼이 준수하는 가운데 사랑과 이끌림의 결속에 가까워진다. – 도덕원리론

내게서도 고전은 저자의 말이 딱 들어맞았다.
“고전은 생소하고 어렵기만 한 케케묵은 옛 것이 아니다. 오늘의 우리에게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좌표를 재정립하게 만들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자기 존재의 소중한 면면들을 되찾게 한다. 스스로를 쇄신하고 신장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오래된 새것인 것이다 – 62쪽

900쪽이 넘은 분량의 책이라 읽기에 다소 ‘도전의식’이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고전의 정수와 함께 자신의 마음속을 헤아려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을 덮고 나니 내가 모르고 있었던 세상이 많았구나 라는 생각과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의 목록이 새로이 정리된다. 이 또한 고전이 주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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