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천 가족 2』는 어떤 모습으로든 자유롭게 둔갑하는 너구리와 하늘을 비행하며 신비한 재주를 부리는 덴구가 등장하는 독특한 판타지, 유정천 가족 시리즈의 2권이다. 새해의 시작을 1권과 함께하며 능청스러운 서사와 유쾌한 장면들에 매료되어 한껏 웃을 수 있었던 만큼, 다음 편은 어떤 식의 이야기가 전개될지 잔뜩 기대하며 읽어나갔다.2권에서는 1권에 등장하지 않았던, 또는 활약하지 않았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그동안의 궁금증을 해소해주었다. 더욱 풍부해진 관계성과 입체적인 묘사 덕분인지, 하나의 사건도 여러 인물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전개 속도가 1권보다도 빠르고 사건의 인과가 명확해서 가볍게 소화시킬 수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교훈과 상징성을 고민하다 깊은 사유에 빠져들기도 하였다.p.322영웅도 악당도 마지막에는 털 뭉치요, 모든 털은 하늘로 돌아간다.소설에서 선과 악으로 대표되며 방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두 인물도 죽음 앞에서는 그저 하나의 털 뭉치일 뿐이었다. 살아온 길이 어떻든 마지막에는 결국 같은 처지가 된다는 점에서 생의 허무를 상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털은 하늘로 돌아가고 돌아간 털들은 사라지지 않고 분명한 흔적을 남길 것이다. 특히 바보의 피가 흐르는 너구리라면, 가장 눈에 띄는 구름에 우스꽝스러운 자국을 남기고 유유히 떠날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할수록 모두에게 존경받던 소이치로도 마지막의 순간 모든 부담을 내려놓고 평안했으리라 짐작하게 된다.1권에서 암시되던 것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면서 흥미를 고조시킨 2권이었다.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너구리 형제들의 바보짓은 세번 네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을 것만 같다. ‘재미있는 것은 좋은 것’이라는 너구리의 철학을 벗 삼아, 복잡한 생각 없이 편하게 읽으며 웃을 수 있는 소설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