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 - 개정판
이황 지음, 이장우.전일주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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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버지였다. 멀리 있는 아들이 잘 있는지, 공부는 잘 하고 있는지, 일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소소한 일들도 염려하는 그냥 우리의 아버지였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유학자가 아닌 보통의 아버지가 있었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편지를 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나는 내가 아버지에게 편지를 받아 보았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없다"라고 단정을 짖고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하나씩 생각이 났다.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만큼 적은 횟수이지만 나는 아버지에게 이메일을 받아 본 적이 있다. 어느 날 어디서 배워왔는지 인터넷을 배우고 이메일 주소를 하나 만들었다며 내게 독수리 타법으로 오랜 시간에 걸려 적은 메일을 보내왔다. 뭔가 거창한 것을 적고 싶으셨는지 당신의 딸인 나를 걱정하고 나를 늘 생각하고 있으며 내가 참으로 기특하고 자랑스럽다는 내용을 평소에는 쓰지도 않는 말투와 손발이 오그라드는, 아주 옛날 책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투의 말로 적으셨었다. 그때 나는 왜 그랬는지 그 메일을 보고서는 아무런 감흥 없이 아주 간단한 답장을 남겼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갑자기 어두워져 신문도 보기 어려워진 눈으로 돋보기 끼고 익숙치 않은 자판을 하나하나 두드려가며 딸에게 하고픈 말을 어색하게 적어나갔을 아버지의 모습이 참 마음을 아리게 한다. 

   나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 본적이 있었던가. 학교에서 어버이날 맞이 부모님께 편지쓰기 과제가 있을 때면 "부모님께"라는 이름으로 엄마아빠를 한데 묶어 매년 "착한 딸이 될게요. 공부 열심히 하는 딸이 될게요"라는 말만 나열했던 편지가 고작이었다. 그리고 IMF 때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던 아버지께 힘내라는 편지를 한 번 썼던 적이 있었다. 다 크고 나서 엄마에게는 가끔 편지를 한 번씩 써주곤 했었는데 아버지한테는 참 인색했던 것 같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 책을 보는 것을 아버지가 보면 내게 편지를 써주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되레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나의 아버지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그저 나를 믿고 지켜봐주었다면 공부에서부터 처가살이, 하인부리는 일, 처가와의 재산과 관련된 일까지 모두 꼼꼼히 신경쓰는 이황은 참 세심한 아버지였다. 그가 아들 준에게 전한 편지에 그 마음이 고스란히 뭍어난다. 대표적인 조선의 유학자로서 특별한 자식 사랑이 있을거라 예상을 하고 나의 아버지에게도 그런 것을 기대했지만, 이황도 나의 아버지도 자식을 염려하고 아끼는 마음은 한결같은 보통의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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