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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 ㅣ 에디션 D(desire) 1
조세핀 하트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데미지를 읽고 “아메리칸 뷰티”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는 중년 가장에게 찾아든 생활의 활력은 다름 아닌 사춘기 딸의 친구였던 영화였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어린 마음에 “어떻게 딸의 친구를!!”이라고 격분하며 이상한 영화였다는 흔적 정도 남아있었는데 데미지를 보면서 다시 생각이 났다. 지금도 여전히 책이나 영화에 나온 두 아버지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서 무엇보다 하기 힘들다는 ‘평범하게 살기’를 하는 중인 주인공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든든한 직장에 아름다운 아내, 멋진 아들과 사랑스러운 딸. 상상 속에서나 나올법한 그림 같은 풍경이다. 하지만 화창한 날씨만 지속되는 곳이 자살률이 높다고 했던가. 모두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은 이런 의문을 가진다.
“그런데 이게 누구의 인생이지?”
우리 엄마아빠들은-물론 내 친구들도 그렇지만-대게 앞만 보고 달렸다. 앞만 보고 달리다보면 영광스러운 결승선이 눈앞에 짠~! 하고 나타날 것이라 믿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영광스런 결승선은 없다. 가도 가도 끝이 없고 나를 기다리는 것은 한정된 수명뿐이다. 더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 없게 만드는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리 영광스럽지 못한 결승선이다. 어떤 이들은 그 결승선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 앞만 본다. 옆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조차 못 한 것일 수도 있고, 있을거라 예상은 되지만 감히 고개를 돌릴 엄두를 내지 못한다. 또 어떤 이들은 데미지의 주인공처럼 어느 순간 불현 듯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지금껏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기도 한다. 그리고는 그것이 전부인양 빠져든다. 주인공이 안나에게 빠져들었듯이. 하지만 안나는 주인공에게 또 다른 시작을 안겨주고 떠난다. 언제 또 고개를 불현 듯 돌릴지는 알 수 없다.
책을 읽는 동안 계속 마음속에 담아둔 키워드는 ‘행복’과 ‘욕망’이다. 주인공은 안나를 만나기 전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그리고 안나를 만나 자신의 숨어있던 ‘욕망’을 표출함으로서 ‘행복’을 맛보게 된다. 그 결과 가족은 산산조각이 나고 자신의 생활도 엉망이 된다. 안나를 제외하고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욕망이고 행복이었다. 그리고 그 행복은 머지않아 또 다시 새로운 욕망을 찾아 나서게 할 것이다.
아직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누구나 내면에 숨겨진 ‘욕망’을 따라가려는 욕망이 있지만 그저 욕망으로만 남겨둔다. 데미지는 그 욕망을 대신 실현시켜주는 듯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욕망은 너무 위험한 것이라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첫사랑은 첫느낌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 아름답듯이 욕망은 욕망대로 두어야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