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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 - 윤광준의 명품인생
윤광준 지음 / 그책 / 2011년 2월
평점 :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빨간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그 표지 위에 안경과 콧수염은 어느 독립투사의 것처럼 강하면서도 우리 할아버지의 것처럼 보수적이고 고루한 느낌이 가득했다. 하지만 책날개에 나와 있는 작가의 사진을 보는 순간 빨간 표지 위의 콧수염과 안경은 그를 가장 잘 나타낸 상징이었다. 그래서 그 사진을 보는 순간 ‘풉’ 하고 웃음이 났다. 안경 너머 지은이의 눈빛은 금방이라도 뭔가를 한 건 저지를 듯 장난스런 느낌이 담겨있었다. 책의 겉표지를 벗기면 책의 진짜 표지가 나타난다. 책 표지는 빨간 겉표지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빨간 겉표지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책의 모습을 발견한 듯했다. 책을 읽기도 전에 뭔가 재미있는 것들을 가득 발견해서 한껏 기대를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책은 총 4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 어둠은 언젠가 반드시
2. 결국 치열한 것만이 남는다
3. 절실한 욕망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려라
4. 행복해지고 싶다면
어둠의 끝엔 반드시 찬란한 빛이 기다리고 있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지금 언제 끝이 보일지 모르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내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동굴 속에서 이 길이 맞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엔 막막하기만 한 길이 공포로 다가왔던 것처럼 나 역시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것인지 갈등하면서 조금씩 그 공포도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동굴 끝에서 드디어 빛을 만났을 때의 기쁨과 감사함을 보면서 조금은 용기가 생겼고, 나를 더 굳게 믿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치열한 것만이 남는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작가는 자신의 음악적 취향을 드러냈다. 라디오나 컴퓨터, MP3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만 겨우 즐겨듣는 나로서는 작가가 극찬하는 음악기기에 대한 내용은 조금 지루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엔 저절로 ‘까암~짝’ 놀랄 수 있는 그런 것을 찾아내고, 자신을 그렇게 놀랍게 만든 이의 열정을 이야기하면서 지루함은 싹 가셨다.
세 번째 부분을 읽기 전 ‘절실한 욕망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려라’라는 저 부제에서 ‘욕망’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절실한 마음이 아니라 왜 욕망이었을까. 찬찬히 읽어가며 내가 찾은 답은 뭔가를 꼭 이루고 말리라는 마음이 아니라 뭔가를 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은, 그 무언가가 너무나 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자 한듯했다. 절실하게 바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절실하게 원하는 무언가를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라는 말로 받아들여졌다. 뭔가 한 가지 일을 10년 동안 하면 그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 10년은 전문가가 되기 위해 붙들고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느 날 뒤 돌아 보았더니 어느덧 10년이 지나 있었고 어느새 이건 내가 좀 잘 아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 하는 것을 담고 있는 말이지 싶다. 절실한 욕망으로 10년을 이어간다면 정녕 뭐가 되어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마음속에서 이는 마음의 종착지는 ‘행복’이다. 이 책에서도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했지만 결론은 행복이다. 지은이의 말처럼 우리는 이미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들을 너무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늘 실천이다. 나 역시 육체적, 정신적 게으름으로 행복과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런 나의 마음에 경종을 울리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네 번째 부분에 들어있는 ‘시간 앞에선 경건하기’. 서른이 넘은 자들은 모두 죽어버리라는 커트 코베인의 독설로 시작하는 이 부분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에 경고를 하고 있다. 마음만 가지고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못한 채 서른을 맞이했다면 앞으로 그런 마흔, 쉰, 예순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나는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생각하다보니 절로 경건해졌다.
즐거운 인생과 행복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들이 어지간히도 쏟아지는 요즘이다. 어느 순간 자신만의 감상에 흠뻑 빠진 에세이나 실천으로 이끌지 못해 되레 죄책감과 찝찝한 마음만 남기는 자기계발서와 멀어지던 중 발견한 책이라 큰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던 책이다. 하지만 짧은 문장 호흡과 화려하지는 않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나와 주는 표현들이 있어 참 읽기에 좋았던 책이다. 그리고 1mm도 허투루 자르는 법이 없다는 지은이의 사진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더 좋았다. 널널한 짜임새에 금방 읽어내리라 생각했었지만, 내 가슴에 와 닿는 주옥같은 말들로 가득 차있어 곱씹으며 읽느라 오래 걸렸다. 지은이의 인생이 명품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본인은 그리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내 인생을 명품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