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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ㅣ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평점 :

프랑스 소설은 프랑스 소설만의 독특한 느낌이 있다. 영미 문학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묘한 분위기 때문에 호불호가 지극히 구분되는 장르인것 같다. 영미문학에 비해 이국적이라 해야할지 아니면 기이하다 해야할지 모를 주인공들의 대사의 이질감이 입속에 모래처럼 남아 있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이 작품 저 작품을 계속 접하게 될수록 그 나름의 색깔로 받아 들이게 되고 말속에 숨은 위트와 풍자를 알아가는 재미를 알게 되는것 같다.
'우리 슬픔의 거울'은 피에르 르메르트의 '오르부아르' '화제의 색'에 이은 대작 중 하나로, 2차 세계대전 당시를 배경으로한다. 등장인물들이 이어서 나오는 앞의 두 권을 읽지 않아서 혹시 이 책을 읽는데 스토리가 연결이 안되면 어떡하나 약간 걱정을 했는데, 이 책에서는 개별 사건들이 엮여져 있어서 앞선 두 권을 읽기 않아도 전혀 상관이 없었다.
역시 전쟁이라는 것은 전선에 뛰어든 군인들에게 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다. 이 소설은 콜라쥬 형식으로 개별적인 각각의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중반부를 지날때 까지 도대체 이 이야기들이 어디서 딱 맞딱뜨려질까 궁금증을 자아냈다.
학교 교사이자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는 루이즈는 단골 노신사로부터 묘한 제안을 받게 된다. 그녀의 벗은 몸을 보여주기만 하는 댓가로 큰돈을 제안받고, 루이즈는 호텔에 숨어들어 옷을 벗는다. 그녀의 벗은 몸을 보자마자 권총으로 자살한 노신사와 그의 자살에 관한 경찰 조사를 통해 알게되는 충격적인 사실을 쫓는 루이즈.
정의감 넘치고 의욕충만한 군인 가브리엘은 권모술수에 능한며 온갖 부정을 저지르는 라울이라는 동료군인을 만나 그의 인생은 수렁에 빠지고, 결국 수용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세상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기꾼이자 화려한 언변과 임기응변 능력으로 변호사-공보관-신부라는 어이없는 신분을 갈아타는 데지레라는 인물.
이 책에는 전말 다양하기 그지 없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도저히 접점을 찾을수 없을듯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무엇보다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처음부터 끝까지 선하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악인이 아니라는 캐릭터의 정체성의 변화이다. 어쩌면 이것이 정말 우리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고.....정말 '악마같은 플롯을 지닌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실감 할수 있었던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