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미술관 - 생각을 바꾸는 불편하고 위험한 그림들
김선지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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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포와 그로테스크에서 미를 찾지요, <뜻밖의 미술관> 서평 후기

'아름다운' 미술은 보편적이라는 말이 있다. 한 철학자가 남긴 말로,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말이다. 이것이 아예 객관적인 미적 기준으로 자리하고 그에 부합하는 미술이 훌륭한 미술이라는 것이다. <뜻밖의 미술관>은 그와 전혀 상반되는, 괴상한 습작부터 참담한 순간까지 기이한 순간들을 담아낸 그림이 가득하다.

책은 다양한 미술사적 순간을 다룬다. 르네상스부터 고딕까지, 그야말로 미술사에서 괴상망측한 그림은 총망라한다.

일례로 이 르네상스 시대의 그로테스크 아트가 있다. 흔히 르네상스를 아름다운 빛의 시대라 생각하지만, 어둡고 추한 것에의 탐닉도 있었다. 이 시대는 중세의 어두움을 벗어난 시대였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마음에는 불안이 잔존했다.

종말에 대한 두려움, 역병에 대한 공포, 그리고 삶에서 느끼는 갖가지 감정 등.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괴상한 습작을 여럿 남겼을 정도로 온화하고 미소 띈 그림만 가득한 '빛의 시대' 르네상스의 대표 풍조의 그림자를 이 책은 폭로한다.

아주 고전적인 주제인 가족도 등장한다. 하지만 책의 제목과 걸맞게, '뜻밖의' 사건이 가득하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그린 이 그림은 비극 중의 비극인 아들의 죽음으로 끝난다. 아버지인 황제의 광기가 아들을 죽이고 만 것이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역사화로, 무너지는 제정의 결말을 그려낸 작품이다.

아들을 잡아먹는 아버지인 고야의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도 언급된다. 이 책에 있는 그림 중 실제 필자가 유럽 여행에서 실물을 본 그림 중 하나이다.

아들이 자신의 권좌를 위협할까 두려워했던 사루투누스는 결국 자신의 아이들을 하나씩 잡아먹는다. 원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욕심에 가득차 일말의 후회라곤 없는 모습으로 아들과 딸들을 잡아먹지만, 이 그림에서 그는 공포와 후회에 가득찬 눈을 하고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다. 권력을 위해 정당화된 선택을 하는데 왜 그는 후회를 할까?

천륜을 저버린다는 굴레에 처한 주인공에 대한 재해석, 그리고 당시의 답답하고 권위적인 사회 상황 속에서 괴로워한 고야의 고민으로 이 책은 좀 더 심층적으로 들어가본다.

미술을 감상하는 것은 미술을 나의 눈을 통해 재해석하는 것이다. <뜻밖의 미술관>은 그림을 해석하는 작가의 눈을 통해 그림을 보는 시각 하나를 더 트여주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아무리 '추'의 범주에 속하더라도 결국 그것 또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미술 작품을 재조명하는 기회가 되는 작품이었다.

습작부터 완성작까지 다양한 작품을 다루어 더욱 의미있었던 책, <뜻밖의 미술관>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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