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의 제주는 즐거워 - 심야 편의점에서 보고 쓰다
차영민 지음, 어진선 그림 / 새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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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회사 업무 탓에 한 2주 동안은 내가 내가 아닌 것인냥 숨쉬고 있었다.
엄마와 아내는 간신히 한줄타기를 하고 있고 회사에서의 나만 연신 숨가쁘게 뛰어가고 있었다.

일하면서도 아.. 이러다 실수라도 하면 짤리겠구나... 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하고
이 책을 고른 것이.. 이제 나이 먹으면 나도 편의점 알바라도 하며 살겠구나.. 라며
완전 학교 - 집 - 회사 의 둘레에만 맴맴맴 돌던 내게 알바라도.. 라는 생각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구나 라는 교훈을 남기고 책을 덮었다.

참 오래도 읽었다. 그렇게 어려운 내용도 아니었고, 힘든 것도 아니었지만
나에게 시간이 없었을 뿐이고 중간에 띄엄띄엄 읽기도 했지만 마지막 날에는
바로바로 넘기며 읽어나갈 수 있는 에세이이다.

제주도 심야 편의점에서 일도 하면서 글도 쓰면서
한가로운 듯 바쁘게 보내는 작가의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누군가는 꼭 해야하는 재고정리, 우수사원선정되려고 애쓰는 모습, 직장전화받기,
업무의 구분이 없는 빵 만들기까지 여느 직장 내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다른 시간 대에 근무하는 누님? 들과의 회식 이야기까지 추가되기도 했다.
미성년자들의 술, 담배를 사려는 부자연스러운 행동까지 훤하게 들여다보는 노하우와
반대로 자연스러운 행동의 기술까지 설명해주는 지침까지 포함되어있다. :D
중국인들까지 무리로 방문하는 글로벌한 직장이기도 하다. 젊은 사장님과 일하며
때로는 맛집 탐방을 함께 하고 생일 축하도 해주는 아는 형의 인연이 이어간다.

동네 마실 같은 편의점의 안방 주인, 비록 남은 음식이지만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을 시작으로

도도하게 들러주는 고양이 손님 이야기, 삼각김밥과 호빵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했고,
술에 취한 아저씨.. 다양한 진상 손님들과 경찰서까지 동행하기도 하고,

찐한 남녀의 애정행각도 밀어내지 않는 바람 많은 제주도에서 이만한 곳도 없겠다.

 

비록 밤에 일하며 글을 쓰는 작가이지만 제주도에서 지내는 달밤이 즐겁다고 한다.
진짜 즐거운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중간중간 삽입된 사진들과 일러스트는 매우 즐거워 보인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한다. 결과보다는.
하지만 지금 직장에서는 결과가 중요하다. 좋은 결과가 있으려면 어떠한 과정이 있어도 괜찮다.
달밤의 서울은 영~ 즐겁지가 않다.

 

하지만 작가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순간을 붙잡아 두기 위한 기록이란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순간이기도 하단다.

 

"우리 삶에는 순간이 있다.
우리는 그 순간들을 바람처럼 스쳐 지내고 살아간다.
바람은 붙잡을 수 없지만, 난 내 삶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잠시라도
붙잡아두고 싶다.
이 글은 나만의 순간이 아닌 편의점에서 함께한 사람들과 지금쯤 어딘가에서
나와 닮은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순간들이다. "

그래도 이렇게 쓰여진 에세이를 읽고 있자니 베스트셀러 작가는 아니지만 편의점 알바도 하며
소위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번듯한  성공남들이 말하는 좋은 결과는 아니지만 하나하나 진심으로 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과정만큼은
정말 즐거운 것이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나의 순간도 기록하기 위해 이 책과 함께 2월부터 새롭게 남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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