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바로 세상을 배웠다 -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인생 사용 설명서
황해수 지음 / 미래타임즈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 왜 읽고 싶었는지 

 책은 대리경험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다. 하지만 자칫 작가의 치우친 생각으로 인해서 나에게도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여러 종류의 책을 읽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내가 살면서 돌아보는 세상과 다를 바가 없는 작가의 솔직한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이렇게 젊은 작가를 통해 세상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어 우리 아이들에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음을 감사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작가를 알고보니 

17살부터 10년 동안 27가지의 알바, 숫자만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경험이 있었는지 느끼게 해준다. 안정적인 공무원의 가족들 사이에서 알바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작가의 소개를 보면 그냥 고개를 돌리면 편의점, 도서관 총무, 쇼핑몰 등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청년이다. 하지만 자신의 알바 경험을 이토록 진실된 마음과 함께 풀어낸 책을 출간하여 사람들과 공유하는 점은 어느 대기업 사옥에서 사원증을 목에 메고 휴대폰 들고 점심 먹으러 나오는 소위 공채들보다 더 값진 경험담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 책을 살펴보니 

 여느 에세이와 동일하다.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담이고, 그리고 사회에 대한 생각, 주변인들과의 에피소드,  그리고 한 챕터의 제목에 대한 짦은 글로 시작해서 에피소드를 풀어내고, 마무리 하고 알바 tip의 한 문장으로 끝을 낸다. 경험담을 통해 대리 경험을 하고 알바 한수로 다시 한 번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알바의 가짓수는 많지만 알바의 불안함은 모두 같은 무게이다. 그래도 성취감은 같을 수가 없고, 좌절감도 같을 수 없다.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도 다르기 때문에 여운도 모두 다르다. 

 

◐ 계속 읽다보니 

 처음부터 어두운 자신의 자라온 배경, 솔직하게 부모님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알바를 하게 된 원인이 될 수 있는 배경이 마음 아프다. 하지만 아직 넘기지 않은 뒤편에 책을 생각하면 작가가 어떻게 인생을 헤쳐나가는지 기대할 수 있다. 정말 안 해본 알바가 없구나~ 싶을 정도로 식당, 패스트푸드점, 야식배달, 카드영업, PC방, 보따리 장사, 유흥주점, 건설현장,,,등을 자세히 이야기 한다. 그들만의 용어와 현장을 처음엔 자세하게 이야기해주는 덕분에 생소한 배경을 알게 되고, 이후 발생되는 상황을 이해하게 되고 마지막은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갑을관계, 최저임금, 근로자들의 처우 등의 사회적인 상황과 문제점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비판한다. 문제는 알지만 아직 직접 해결할 수 없는 약한 힘을 대변이라도 하듯 너무나 꾹꾹 누르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지금 젊은 청년들의 솔직한 상황인 것 같아, 또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상황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p.37 청춘+끈기+절실=돈을 조금 줘도 된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이 시대의 청춘들은 젊은 시절의 열정을 표현한 이 말을 강요당하고 있다. 열정을 강요하는 사회, 그 이면에는 공짜 노동이 있다. 


p.44 야간에 일을 해야 4,000원을 받는다는 현실이 슬펐다. 야간은 낮보다 차가 적게 다니기 때문에 사고 날 위험도 적었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철가방을 들고 배달하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기에 더욱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야식은 중국집처럼 빈 그릇을 찾으러 갈 필요도 없기에 다른 배달에 비하면 수고로움이 적다. 


p.55 일을 배우는 게 아니라 근로자들과 똑같은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현장감을 익히고 일을 배우기 위해 실습하는 것이라는 학교 설명과는 완전히 달랐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짜로 혹은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막 부려먹을 수 있는 근로자를 공급받는 것과 다를 바 없다. 


p.79 많은 사람들이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하고 하루하루 해야할 의무에 급급해 살아간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훌륭한 책을 읽어도 잠깐의 위로를 얻을 수 있을 뿐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임시방편적 처방만 한 것이다. 


p.111 흔히 영업은 열심히 한 만큼 가져간다고 하지만, 정확히는 잘 한만큼 가져가는 것이다. 


p.118 칭찬은 내가 하는게 아니야, 영업사원은 통장에 찍힌 금액으로 대신 칭찬 받는거야. 


p.149 멸시받아도 마땅한 직업은 없다. 당신을 하찮게 취급하는 사람에겐 당신도 그렇게 취급해라. 


p.165 내 생각과 결정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과, 정해진 시간 동안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부담감, 사방의 수많은 CCTV로  누군가 매 시간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 그에 따라 내 모든 행동을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 너무 싫었던 것이다. 


p.197 부디 일하는 노동자를 믿어주었으면 한다. 내가 손을 떼는 순간 쟤들은 분명 농땡이를 부릴 거야, 라고 바라노는 한 누가 최선을 다하고 싶겠는가, 노동자를 평가하기 전에, 내가 어떤 마음으로 노동자를 바라보았는가 하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p.201 인생을 불행하게 사는 확실한 방법은 하기 싫은 일을 돈 때문에 억지로 하는 것이다. 행복하려고 돈을 버는 건데 행복을 팔아가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면, 난 그저 돈을 벌기 위해 불행해진 사람일 뿐이다. 


p.213 원래 그래, 시키는 대로 해, 와 같은 말들이 반복되면, 우리 사회도 원래 희망이 없었던 사회에 머물 수 밖에 없다. 

 

◐ 마지막

 나는 정말 좋은 스펙이 아니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잠깐 주말 알바를 해봤고, 그 이후는 어떻게 운이 좋은 것인지 정규직으로 계속 근무 중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회의 이런 저런 면을 정확하게 못 본 것 같다.

 비교적 현실적인 엄마이기 때문에 가끔 어린 아이들에게 무서운 세상을 이야기 한다. 내가 경험한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 함부로 현실이라고 말하지 못하겠다. 내가 겪지 않은 많은 곳에서 이렇게 고생하고 견뎌내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읽는 내내 상기하였기 때문이다. 

 오늘도 연휴지만 지금 사는 곳 곳곳엔 도시개발로 인해서 상가, 아파트 공사에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그중엔 공원에서 식사도 하는 어르신들도 있다. 아직 입주가 안된 아파트지만 이들을 위해 식당이 곳곳에 오픈되어 있다. 이렇게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근로자들을 잃어버리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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