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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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의 쫙 핀 손바닥보다 조금 큰 책. 표지도 개인적으로 차분하고 그어진 선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애도일기"(롤랑 바르트)을 번역하기도 했던 작가가 동일한 형식의 책을 냈다. 역시 손수 마무리는 본인이 하지 못했다. "애도일기" 또한 읽어보리라 다짐해본다. 


철학자의 죽기전 1년 1개월간의 메모장을 한데 묶은 책. 그만큼 죽음의 무게감이 있다. 비록 하루하루의 기록과 자신의 느낌을 짧게 짧게 쓰고 한 페이지 속에 짧은 문장 겉의 여백이 하늘의 구름만큼이나 둥둥 떠있다. 


실제 돌아가셨다고 하는 점을 알아서 일까. 마지막부터 펼쳐보았다. 죽기 3일전 그가 쓴 말은 무엇일까. 

234. 내 마음은 편안하다. 

언제 올지 모르는 죽음 앞에서 초연한 태도로 약해질 때, 힘들 때 스스로를 다독이고, 위로한다. 


처음엔 아포리즘 [an aphorism.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금언 ·격언 ·경구 ·잠언 따위를 가리킨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형식의 책은 읽기 쉽지 않고 어려울 때가 많았는데 점점 나도 시간이 지나가면서 깊은 뜻을 알아가게 되고 내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읽는 즐거움이 상당하다. 

여백에는 메모하며 이해하고(작가님의 어려운 단어와 철학자들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에) 죽기 전 1년을 함께 해본다. 


220. 아침. 다시 다가온 하루. 또 힘든 일들도 많으리라. 그러나 다시 도래한 하루는 얼마나 숭고한다. 오늘 하루를 정중하게 환대하기. 


185. 사랑의 마음이란 무엇인가. 그건 내부에만 거주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외부로의 표현이다. 사랑의 마음, 그건 사랑의 행동과 동의어다. (사랑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 


139. 내가 저지르고 그래서 나를 괴롭히는 패배들에는 근거가 없다. 다만 어리석음의 소치일 뿐. 


89. 이 여름이 밉다. 그래, 미워한다는 것, 그 또한 사랑이고 생이리라....


75. 비 오는 날 세상은 깊은 사색에 젖는다. 그럴 때 나는 세상이 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가득하다는 걸 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세상을 사랑하는지도 안다. 


암 선고를 받은 2017년도 이야기는 삶에 대해 애절함이 느껴진다. 가슴이 같이 먹먹해지고 읽는 내내 슬펐다. 출근길에 읽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출근하는 날에는 인생이 더욱 더 무겁고 간절하게 느껴졌다. 


책장을 계속 넘겨 넘긴 책들이 많아 뒤로 갈수록 오로지 작가님을 위해 써진 사적인 글이 나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생각해본다. 


마지막 작가의 말은 정말 눈물없이 읽기 힘든 부분이었는데. 아직도 먹먹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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