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닿지 못해 절망하고 다 주지 못해 안타까운
최유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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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내게 온 이유는 딱 하나다. 사랑. 시대를 막론하고 다른 누군가의 사랑은 어땠을까가 궁금해서였다. 또한 책 표지를 보면서 '조금만 더 그 사랑에 미쳐라'를 완벽하게 실행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더 어려워지고 더 두려워지는 것이 사랑이었고, 더 갈망하게 된 것이 사랑이었다. 사랑. 책 속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던 색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 사랑들은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그리고 한번도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다 읽게 만들었다.

  고통 마저도 사랑이라 일컬으리라.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의 사랑. 사랑과 집착은 종이 한장 차이이며, 사랑과 집착은 같은 종류의 감정이라 느껴지게 만드는 사랑이었다. 그림이 자신이라 말하는 그녀는 자신을 관통하는 수많은 화살앞에서도 꿋꿋할 수 있던 그녀였다. 그러나 그녀의 사랑인 디에고 앞에서는 한없이 여자였던 그녀였다.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더 사랑하고 더 사랑했던 그녀의 고통은 사랑이었으리라.

  스무살, 사랑을 앓았다. 가네코 후미코와 박열. 민족성을 버리고 사상과 만난 사랑. 여자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던 그 시대에 가네코 후미코가 박열을 보면서 느낀 사랑은 일종의 경외심과도 닮아 있었다. 그리고 가네코 후미코가 하는 사랑은 사랑하는 님을 닮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랑이었다. 떨어져 있어 더 이상 닿을 수 없던 그 사랑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 그 때 사랑이 남아있는 그 순간을 마지막으로 장식하고 싶음은 스무살 가네코 후미코였기에 가능하다 믿는다. 그녀의 마지막 또한 사랑이 숨쉬고 그 사랑이 지금 이 순간까지도 떠돌아 다닐 것이다.

  평범하지 않았던 사랑. 그것도 사랑이다. 버지니아 울프와 레너드 울프. 평범하지 않은 사랑의 형태는 평범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가 참 쉽다라 이야기한다. 버지니아와 레너드의 러브 스토리는 버지니아가 레너드에게 이제서야 사랑을 고할 수 있음을 말하며 그대에게서 받은 사랑에 감사하다는 유서였다. 감사함 또한 사랑이라 단호하게 말할 수 있게 만든 버지니아의 사랑은 마지막까지 감사한(사랑한) 사람에 대한 예의와 걱정이 가득했다.

  사랑과 전쟁. 사랑은 언제나 전쟁이었다. 오노 요코와 존 레논. 만인의 연인이던 존 레논의 마지막을 함께한 오노 요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은 연인이었던 존 레논과의 전쟁이 아닌 존 레논의 많은 연인들과 전쟁이었다. 그 전쟁에서 오노 요코는 언제나 이기고 싶어했음을 이 책에서 느낄 수 있었다. 사랑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었던 그녀의 사랑은 강인함이었고, 그 강인함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심프슨 블루. 언제나 처음처럼. 윌리스 심프슨과 에드워드 8세. 누구나 신데렐라가 되는 꿈을 한번쯤 꾼다. 윌리스 심프슨이 신데렐라가 될 수 있었던 사랑. 절대권력을 하찮은 이득이라 말하며 모든 것을 포기한 채 그녀 옆에서 한결같이 사랑을 함께 한 에드워드 8세가 있기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록 반쪽짜리 신데렐라이지만 말이다. 에드워드 8세에겐 고결한 사랑이라 칭하고 윌리스 심프슨에게는 불결한 사랑이라 일컫는 사람들이 몰아부치는 거센 풍파에도 굴하지 않은 믿음과 당당한 사랑만이 둘의 사랑이 절대적인 고결한 사랑이라는 결백이었다.

  점점 뜨거워지는, 모든 것을 묵묵히 지켜주는 사랑. 빅토리아 여왕과 로버트 공. 처음은 비록 사랑이 아니었다 말할지라도 혹은 시간이 지나 사랑이 아닌 의리가 될 지라도. 서로가 옆에 있기에 인지하지 못했던 묵묵히 지켜주는 사랑. 그 사랑이 곁을 떠난 그 순간 빅토리아 여왕은 모든 것에 대해 무관심해졌다 말했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랑이 시간이 흐를수록 관계를 견고하게 만들었음을 떠나는 그 순간에도 슬픔이 아니라 기쁨을 느꼈음을 빅토리아 여왕은 이야기했다. 

  사랑을 위한 사랑. 사랑은 편지를 타고. 엘리자베스 브라우닝과 로버트 브라우닝. 사랑을 꿈 꿀 힘도 없다던 그녀에게 아름다운 사랑이 찾아왔다. 글로써 교감을 하며 사랑을 느꼈고, 그 사랑은 조건이 중요하지 않은 사랑이었다. 나이차이, 장애, 집안의 반대, 가난.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그들은 했다. 사랑을 할 수 없을 거라 믿었던 그녀에게 로버트 브라우닝은 꿈과 기적 사이의 어떤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는 서로가 같이 있을 수 없는 죽음 후에도 더 사랑하리라고 말한다.

  세상엔 여러 종류의 사랑이 존재한다. 집착과도 같은 사랑, 존경과도 같은 사랑, 배려하는 사랑, 강인해야만 하는 사랑, 절대적인 사랑, 존중하는 사랑, 무조건적인 사랑. 더 많은 종류의 사랑이 존재하겠지만, 책 속의 인물들의 사랑을 보면서 사랑을 하기 위해 어느 누구도 무엇 하나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었다라는 사실이 보였다. 사랑은 언제나 얻을 수만도 없는 사랑에 대해 겁을 내게 만드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그렇지만 이 책은 사랑을 하라 이야기한다. 사랑하지 않는 것보단 사랑을 하는 것이 더 행복할거라고 말이다. 다시금 읽어보고 싶은 책이 생겼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_노희경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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