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 섬 제주 유산 - 아는 만큼 보이는 제주의 역사·문화·자연 이야기
고진숙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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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있어서 제주도는 사실상 고향일 정도로 애착이 깊은 곳입니다. 지금의 저의 최소 3분의 1 정도는 제주도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제주도에 대해서 의외로 많이 몰랐던 것 같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이 책 '신비 섬 제주 유산' 을 읽어보며 저의 제주에 대한 무지가 까발려지는 것 같아 뭔가 부끄러웠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이 책은 제주도에 관해 뭔가를 알려주기보단, '내가 이렇게 제주도에 대해 모르고 있었구나!' 라고 자성하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책의 구성 자체는 간단합니다.

1월부터 12월까지의 제주도를 각 달마다 보여주며, 제주도에 대한 여러 가지 사실을 이야기 형식으로 엮어나가는 책입니다. 날이며 날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섬이 제주도이기에, 이렇게 1달 단위로 제주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구성 자체도 상당히 좋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이 구성 속에는 정말 많은 정보, 즉 'TMI' 가 들어 있었습니다.

제주도에 대한 기초부터 심화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톺아볼 수 있는 책이에요.



성산일출봉이 원래는 우도와 같은 섬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며 제주도 본도와 이어졌다는 사실,



제주 삼다수의 원천은 수백만년 전부터 제주도의 밑을 지탱해온 퇴적층 '서귀포층' 이라는 사실,



제주도는 신화의 섬 그 자체지만, 정작 제주도를 상징하는 돌하르방은 제주 신화와 거의 관련이 없다는 사실,



탐라국 건국 신화인 '삼성신화' 등을 조금만 뜯어보면 외부에서 유입된 세력이 제주도 토착세력을 몰아내고 정권을 차지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는 사실,

이 모든 걸 한권에 담은 책이 어디 있겠습니까?



인문학과 자연과학, 고대사부터 근현대사, 의식주부터 신화까지 제주도의 모든 것을 말 그대로 꾹꾹 눌러담아 채운, 아주 옹골찬 책입니다.

특히 막연한 신화로 여겨진 제주도의 여러 설화들을 작가 특유의 시각으로 해석한 점은 정말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역사상의 정설은 아닐지라도, 이런 시각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엔 감복했습니다.

(앞서 말한 삼성신화와 백주또 설화로 탐라국의 지배구조 변화를 설명한 게 대표적입니다)



또한 제주도가 '육지' 에게 상당한 차별을 받아왔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느낄수 있었습니다.

조선 조정의 강요로 반강제로 재배해야 했던 귤이라던가,

제주도의 신당을 죄다 뿌리뽑아버려 제주 신화를 다 없애버리려 했던 이형상 목사라던가,

제주의 갈색 갈옷을 무시하고 우리 민족을 '백의민족' 이라고 부르는 행태라던가... 제주도민 입장에서는 충분히 분통터지는 일들이었습니다.

만약 지금까지 독립국가 '탐라 공화국' 이 유지되었다면, 이 나라는 한국을 보는 감정이 결코 좋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즉 이 '신비 섬 제주 유산' 은 제주도를 하나도 모르는 '육지 사람' 뿐만 아니라, 제주도를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제주도민에게도 적극적으로 추천할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우리가 알아야할 최소한의 제주 이야기' 라고 칭하고 있지만, 사실 최소한의 기준은 애초에 뛰어넘고도 남았어요. 그만큼 컨텐츠가 풍성합니다.

다시 한번 이 책을 저술한 고진숙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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