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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페이션트 ㅣ 에디션 D(desire) 14
마이클 온다치 지음, 박현주 옮김 / 그책 / 2018년 1월
평점 :
1996년 제작되어 무려 9개의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 이 책은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주목받으며
우리나라에도 1997년 개봉되어 호평을 받은 영화<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원작으로, 영화로 만들어지기 전 이미 부커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야기는 2차세계대전이 막 끝난 시점, 온 몸이 까맣게 타는 화상을 입은 영국인 환자와 그를 간호하는
간호사 '해나', 그리고 해나의 아버지 친구이며 전쟁으로 한 손을 잃은 '카라바지오',그리고 인도인이면서도 영국공병대에 근무한 '킵', 이렇게
네 사람이 한때 수도원이었던 빌라에 모여 살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들 넷은 각자 전쟁으로 인한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었고, 전쟁이
끝나도 그 아픔은 치유되지 못한채 그들을 힘겹게 하고 있었다. 고통으로 인해 모르핀을 맞아가며 버티던 영국인환자는 어느 날 친구의 아내를 사랑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고 그의 이야기에 그들은 마음을 열고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해가기 시작하는데....
영화는 사막을 배경으로 한 영국인 환자의 아름다운 사랑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만, 책은 그 누구에게 무게중심을 맞추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진행된다. 또한 책은 사랑보다는 전쟁이 남기고 간 깊은 상처에 더 촛점을 맞추며, 이들 넷이 어떻게 자신이 가진 상처들을 조금씩 치유해가는지 보여주며
잔잔한 감동으로 이끌고 있다.
제목은 <잉글리시 페이션트>지만,그는 결코 영국인도 아니었고, 전쟁중 그가 벌인 놀라운 행적은 추리소설처럼 서서히 드러나며 책에
빠져들게 만든다. 하지만 그 마저도 덮어주는 카라바지오의 모습을 보며, 그들 개인은 전쟁을 결코 원하지 않았고 아군, 적군을 떠나 그들 모두가 전쟁의 희생양이었음을 이 책은
다시금 느끼게 한다.
전쟁이
끝났지만, 결코 그들 안의 전쟁은 끝나지 못했다.
아군도, 적군도,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전쟁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네 사람의 아픔과 치유를 통해 다시금 명분없는 전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