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여자 1 - 개정판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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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한 해 독서계에 엄청난 페미니즘을 불러온 <82년생 김지영>. 이 책 공지영의 <착한여자>는 그 책보다 무려 20여년 전인 97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두 작품은 모두 여성들의 삶을 예리하게  파고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그렇다면 그 20여년의 세월은 여성들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켰을까. 그 오래전 발표된 이 책이 구 시대의 소설로 여겨지지 못하고 여전히 현재 여성들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아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할까.

오정인. 그녀는 딴살림을 보란듯이 차리고 어쩌다 한번 집에 올때마다 엄마를 아무런 이유없이 때리는 아버지, 그럼에도 그저 맞고 사는 엄마, 그런 매 맞는 엄마를 온전히 엄마탓으로 돌리는 할머니를 보며 성장한다. 오빠도, 언니도 그런 집이 싫어 떠나버려도 착한 그녀는 엄마곁을 떠나지 못한다. 결국 엄마는 아빠에게 매를 맞은 날 물에 뛰어들어 죽고 그녀 홀로 남아 늙은 할머니를 봉양하며 집을 떠나지 못한다. 그런 그녀를 유일하게 안타깝게 바라보는 옆집 오빠 명수는 정인이 울고 힘들 때마다 그녀에게 울타리가 되어준다. 하지만 자신이 불행만 몰고 다닌다는 생각에 그녀는 명수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엉뚱한 남자에게 자신을 삶을 떠맡기듯 결혼을 하게 되고 자신의 엄마처럼 매맞는 여자가 되어 살아가고 이를 지켜보는 명수는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오랜 고통 끝에 그녀는 결국 이혼을 결심하고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그녀에게 삶은 그저 가혹하기만 하고 그녀는 결국 자살을 시도하는데...

어릴적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그녀에게 세상은 마냥 두려웠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탓에 사랑을 할줄도 모른채, 그녀는 그저 버림받지 않는 삶을 원했고 그 바람은 부족한 이들에게 자기삶을 희생함으로써 얻어지리라 생각했다. 행복이 뭔지도 몰랐고, 감히 행복 따윈 바라지도 않았던 그녀의 삶의 자세는 딱 그만큼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누군가를 당당히 사랑하기보다 사랑을 구걸했고, 노력해서 찾기보다는 저절로 굴러오길 바라는 늘 수동적인 삶이었으니까 말이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 만으로 교육에서도 배제되고, 늘 수동적인 삶속에서 단 한번도 오정인 자신의 얼굴로 당당하게 살아내지 못하는 그녀의 삶은 읽는 이를 답답하게 하지만, 불과 20여년전 나 또한 여자는 수동적이어야 한다고 배운 세뇌의 결과물이다. 어디 기지배가 얌전하지 못하게, 어디 여자얘가 먼저. 나또한 그런 얘기를 끓임없이 들으며 착한 여자로 자랄것을 강요 당했었다. 분명 내가 자라던 세대보다는 좋아지긴 했다지만, 아직도 세상은 '착한 여자'를 여성의 미덕으로 내세우며 순종을 강요하고 있다.
읽는 내내 정인의 삶은 답답하기 짝이 없지만, 그것은 어쩔수 없는 우리사회의 여성들의 삶의 민낯이었다.작가는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정인의 모습을 통해 그 길을 제시하고 있다. 힘겹지만, 우리가 이겨내고 나아가야 할 길이기에...



오랫만에 읽은 공지영작가다운 책이었다. <도가니>,<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 늘 그 시대의 문제를 제시하고 늘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공지영작가. 작가의 이런 노력들이 우리 삶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고 믿는다. 오정인의 삶이 많이 안타까워 읽는 내내 우울하긴 했지만, 오랫만에 공지영작가의 글을 읽을수 있어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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