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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킨 노트 - 마음을 전하는 5초의 기적
가스 캘러헌 지음, 이아린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보니 2011년에 방영한 드라마 <여인의 향기>가 생각난다.
딱 먹고 살 만큼의 월급을 받기 위해 드럽고 치사해도 꾹꾹 참고 직장생활을 하던 주인공이 암 선고를 받고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하루하루 즐기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의 드라마였다.
직장을 관두고 여행을 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랑도 하고, 탱고도 배우고, 콘서트도 가고.
죽기 전에 꼭 하고싶은 일을 버킷리스트에 적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난다.
누군가 내 인생 최고의 드라마를 물어본다면 주저없이 이 드라마를 추천할 수 있다.
아마 마지막회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주인공의 "우리 내일은 뭘 할까요~"란 대사에서 느꼈던 울림을 아직까지 다른 드라마에선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거 같다.
나는 당장 내일 죽을 몸이 아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 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이 되어 함께 울고 웃었던 드라마였다.
위 드라마의 주인공이 온전히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남은 생을 불태웠다면 이 책의 주인공은 남은 삶을 딸을 위해 쓰고 싶어한다.
이 책은 얼마 남지 않은 삶에서 제일 중요한 것을 딸과의 소통으로 정한 주인공의 딸에 대한 큰 사랑이 가득 담긴 책이다.
매일매일 딸을 위한 도시락을 싸고 경건한 마음으로 냅킨에 메세지를 남긴다는 주인공과 아빠의 진심이 넘치게 적혀있는 냅킨노트를 받으며 바르게 성장하고 있는 엠마의 이야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적신다.
일단 죽을병에 걸렸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 부담으로 다가왔을 텐데 주인공은 어떻게든 제대로 잘 살아보려고 수술도 계속 받고 그 와중에 일자리도 계속 구하고 딸아이 남자친구에게 칵테일 만드는 방법도 알려주고 페이스북도 하고 그렇게 방송 출연도 하고 몸이 안아픈 사람보다 더 바쁘고 알차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니가 무심코 흘려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이가 갈망하던 내일이다'라는 명언을 주인공도 알고 있는 거 같다.
선물받은 소중한 '오늘'을 사랑하는 딸과 함께 채울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진한 부정이 느껴진다.
내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부모님의 마음을 절대 알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책을 보면서 정말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만약 내가 암 선고를 받아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는다면 난 당장 무엇을 하려고 할까?
적어도 매일매일 가족들의 도시락을 싸며 쪽지를 써 마음을 전달하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은 안할 것 같다.
음, 새삼 부모님께 정말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이 샘솟는다.
주인공이 딸 엠마에게 보낸 냅킨쪽지에는 주인공이 하고싶은 말 뿐만 아니라 여러 유명인들의 명언도 쓰여 있다.
매일 점심 도시락을 먹기 전에 좋은 글이 적힌 아빠의 메세지를 본 엠마의 하루가 어떨지 예상이 간다.
가족들에게 손편지를 쓴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대충 카톡으로 사랑한다고 필요할 때만 온갖 아부를 떨며 보낸적은 많은데... 괜히 양심에 찔리네.
비록 난 앞으로 살아갈 날이 짱짱하지만 앞으로 가족들에게 고마우면 고맙다 미안하면 미안하다 좋으면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그때 가서 많이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아 근데 말로 하기엔 영 쑥쓰러운데... 쪽지도 너무 오글거리는거 같고...
뭐 괜찮은 방법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