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베라는 남자가 자기 딴에는 사기당하지 않기 위해 컴퓨터가게 점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표지의 일러스트와 첫 에피소드를 보고 스크루지 영감이 생각났었는데 알고보니 전형적인 '츤데레'였다.

 

여기 이제 막 '할아버지'소리를 들을만한 나이가 되어 버린 한 남자가 있다.

법 없이 살아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은 이런 사람을 보고 말하는 거구나 싶을 정도로 자기절제가 완벽한 남자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이라 남들에게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까칠하다는 평을 듣는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나쁜 사람은 아닌데 융통성 없고 조금 피곤한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남자가 평생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순정파라면?

남에게 쉽게 마음을 주지 않지만 한 번 마음 열기 시작하면 누구보다도 든든한 아군이 되는 사람이라면?

 

많은 여자들이 모두에게 잘하는 남자보다 나한테만 잘하는 남자가 좋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내가 죽은 뒤에도 그리워하다 못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겠다고 자살까지 생각하는 오베의 순정이 빛을 발한다.

모두까기 인형마냥 세상 모두에게 차갑고 까칠하지만 나한테만은 한없이 누그러지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남자, 얼마나 매력적인가.

중간 중간 아내 소냐와의 추억이 그려지는데 이런 사람 만나게 되면 결혼이 하고 싶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그저 성가시다고만 생각하던 동네 이웃들과 우연인지 인연인지 의도치 않게 자꾸 엮이게 되는 오베.

아내가 죽은 뒤 다시 무채색이 되어 버린 그의 삶이 주변 사람들과의 부딪힘으로 점점 알록달록 컬러풀하게 물들어간다.

오베가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다르게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게 된 이웃들도 그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그를 더 귀찮고 성가시게 만든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를 위로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인간냄새를 듬뿍 담아낸 소설이다.

띠표지에 써있는 '30초마다 웃음이 터지는'라는 홍보문구가 어울리는 소설은 아닌데 잔잔하게 엄마미소를 지으며 봤다.

이사한지 3년이 넘었는데 나는 아직 우리 동에 누가 사는지 앞집사람들은 뭐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이사할 때 떡 돌리는 것도 이젠 옛말이라고 하는 시대라 이웃에 대한 정 같은건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이런 책을 보면 살짝 부러워진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웃과 소통하게 될 날이 올지 안올지는 모르겠지만 이왕 만나게 된다면 좋은 이웃을 만나고 싶다.

물론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이웃이 되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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