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 브라더
케네스 오펠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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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괜히 책을 고를 때 홍보문구를 많이 보게 된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니 무슨 상을 받았느니 누가 극찬한 책이라는 등등의 수식어가 새 책을 고르는데 꽤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오바마 대통령이 두 딸과 함께 읽은 책이라는 홍보문구에 나도 오바마 대통령이랑 같은 책 좀 읽어볼까 해서 보게 됬다.


딱 내용만 뽑아놓고 보면 어린이 동화같은 스토리다.

아빠의 연구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함께 살게 된 침팬지 잔,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했는데 같이 지내면서 점점 동물과 교감하는 어린 주인공 벤 톰린,

가족이라며 데려와놓고 오로지 실험용 동물로만 잔을 대하는 벤의 아버지,

비인간적으로 매정한 아버지의 관리 아래에서도 소복소복 정을 쌓아가는 잔과 벤,

연구에 문제가 생겨 다른 실험실로 팔려가게 되는 잔,

불쌍한 잔을 구출해내는 벤,

이 와중에 벤의 학교생활과 연애생활도 나오고 잔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또 다른 연구원과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마음이 따뜻해지고 감동적인 드라마가 연출된다.


잔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아끼는 벤의 마음이 가식이 아님을 알지만 애초에 눈도 못 뜬 채로 어미 품 안에 안겨있던 잔을 억지로 데려왔다는 것에서부터 반감이 생기는걸 막을 수 없었다.

처음부터 잔을 일방적으로 인간세계로 끌어들이지 않는게 제일 좋은거 아닌가? 아 그럼 이 소설은 나오지 못했겠구나.

책을 보며 다른 그 무엇보다도 사람의 욕심으로 함부로 동물실험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다.

대체 인간이 무슨 권리로 다른 생명체의 삶을 좌지우지 한단 말인가.

다른 동물들과 달리 말을 하고 생각할 줄 안다는게 사람에게 못미치는 동물들을 위협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라고 신이 인간에게 그 어떤 동물보다 더 많은 선물을 준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적당히 판타지도 있고 현실적이기도 하고 순수함도 묻어나는게 휴가철에 자식들과 함께 읽기에 참 적합한 책이다.

오바마 대통령 책 보는 안목이 꽤 괜찮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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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
김새별 지음 / 청림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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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 이야기를 전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라는 표지글에 호기심이 생겨 책을 들게 되었다.

유품정리사? 이런 직업이 있다는걸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장례지도사의 한 종류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사체를 다루지 않고 고인의 흔적을 정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일의 성격상 멀쩡히 좋게 잘 하늘나라로 올라간 고인의 뒷정리를 하지는 않아 보인다.

자살, 고독사, 타살 등으로 외롭고 쓸쓸하게 떠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보며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절절히 와닿았다.

어쩜 저렇게 구질구질할 수 있을까 저게 사람이 할 짓인가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은 일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

직업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계속 볼 수 밖에 없는 저자가 제정신으로 살고 있다는게 신기했다.

책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에필로그에서 아무리 힘든 일을 보고 겪어도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돌아가신 분들의 유품을 정리하다 보면 제일 많이 나오는게 빈 술병이라서 술병들을 볼 때마다 술로 인생을 허비하고 스스로를 파괴하지 말자는 생각이 든단다.

요즘 머리가 복잡해서 심신이 불편했는데 누군가 야구빠따로 머리를 한대 후려 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맞는 말이다. 술이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으니까.

나도 가끔 술에 의지하는데 다 부질없는 짓이다.

마음속에 두고두고 새겨둬야할 좋은 얘기를 해준 저자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스스로 사는 것을 포기한 사람들에게 저자가 좋아하는 책에 나온 문구를 말해주고 싶다며 인용한 글이 있다.

'죽음에 대해 말하지 말아야 하는 건, 생명이라는 말의 뜻이 살아있으라는 명령이기 때문이야'

생명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표현한걸 보는건 처음이었다.

살아있으라는 명령... 누가 내린 명령일까? 내가 원해서 태어난게 아닌데도 그 명령을 따라야 하는건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고 축복이라는 말이 모두에게 통용되는 말은 아니지 않나?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그럼에도 자살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말해줘야 한다면 난 뭐라고 해야할까.

내가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서 행동으로 보여주는게 제일 확실한거 같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없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단어가 너무 멀고 생소하게 느껴졌었는데 이 책을 통해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가족들이 있는데도 혼자 대충 밥 먹고 방으로 들어가고 했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오늘 돌아가면 가족들한테 사랑한다고 얘기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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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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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일본 고전을 봤다.

이번에 본 <앵무새 죽이기>와 위 책의 공통점이 있다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이걸 끝까지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수백번 했다는 거다.

만약 독서토론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덮어버렸을 책을 꿋꿋하게 참고 읽은 내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을 이제 막 두권 읽었을 뿐인데 내게 남은 인상이 너무 좋지 않다.

앞으로 더 읽어봐야 하겠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앵무새 죽이기>는 영화로도 나왔고 워낙에 유명한 책이라 예전부터 존재를 알고만 있었는데 읽어보진 않았었다.

이번에 열린책들에서 새로운 개정판이 나왔다는 홍보글을 보고 마침 토론해야 할 책인데 잘됬다 싶어 보게 되었다.

근데 중간부분까지 도무지 어떤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주인공 애들도 이상한게 집에서 안나오는 래들리 아저씨가 무섭다면서 대체 왜 자꾸 집앞에서 알짱거리는 건지,

옹이구멍에 물건들은 누가 가져다 놓는건지,

방학때마다 온다는 여주의 약혼자(?) 팀은 무슨 역할을 하는 건지,

중간중간 병들어 누워계신 할머니한테 책을 읽어주고 화재사고가 났었던 이야기도 나오는데 대체 이게 무슨 상관이 있는 내용들인건지 도무지 짐작가지 않았다.

내가 이해력이 딸리는건가 책 속에 담겨있는 작가의 심오한 의중을 읽어내지 못한 것 같다.

 

다만 단 한 장면, 주인공들의 아버지인 애티커스가 흑인인 톰 로빈슨을 변호하는 법정 씬은 기억에 남는다.

작가가 뭘 얘기하고 싶었는지 너무 명확하게 보였기 때문에 시원했다.

사실 동양사람들끼리는 인종차별이라는 단어가 마음으로 와닿지 않을 것이다.

서양에서 옛날에 인종차별이 정말 심했다는 소리는 들었었는데 책에서 보여진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피부 색이 다르다는 것 자체가 죄가 된다는 사상을 2015년에 살고있는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옛날엔 그랬나보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지만 옛날보단 정도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내가 흥미롭게 본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그러면 지금 우리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상이 100년 뒤에는 변할수도 있다는 말 아닌가.

가장 먼저 최근에 크게 이슈가 된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미국 대법원의 판결이 떠올랐다.

또 꾿꾿하게 과거일을 사과하지 않는 일본의 작태도 같이 연상됬다.

어쩌면 100년 뒤의 세상은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변해있을 것 같다.

 

작가는 애티커스의 변호를 통해 아닌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가 흑인을 변호함으로써 마을사람들에게 받았던 경멸과 무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신껏 자신의 길을 나아간 그의 모습에서 정의로움의 정의가 보인다.

나는 과연 애티커스처럼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인가? 음...

 

'책을 읽을 때 단 한 문장이라도 마음에 들었다면 그 책은 이미 너에게 충분히 가치있는 책이다'라는 문장을 본 적이 있다.

이렇게 관용적인 마음을 가지고 본다면 이 <앵무새 죽이기>는 너무나도 훌륭한 책이지만... 솔직히 재미는 없었다.(법정씬 빼고)

내가 이 책을 다시 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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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소풍
목혜원 지음 / 화양연화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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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하다.
왜 이렇게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지 모르겠다.

사실 인물들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또 이들이 엮이게 되는 순간순간을 살펴보면 이게 웬 막장인가 할 것이다.
이제 막 공익생활을 마친 22살의 남주인공 은우는 사촌여동생과 잠자리를 나눴던 한국 정서로는 이해할 수 없는 프랑스식 마인드를 가진 사람으로 나오고
한국 토박이로 살아온 29살 여주인공 미란은 결혼까지 한 남자와 1년 넘게 만나다가 대충 조건에 맞는 남자와 결혼하려고 하던 중 은우를 만나 전남친과 추억의 장소를 함께 돌아다니게 되는, 남주보다 더 서구적인 마인드를 가진 여자로 나온다.

우리 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남녀를 가지고 흔치 않은 로맨스를 그린 소설.
미란은 모든 여자들이 원하고 갈망하는 그런 사랑을 은우로부터 받게 된다.
1년동안의 짝사랑 끝에 용기내어 말을 걸고 결혼할 사람이 있다는걸 알면서도 함께 있고 싶다는 제안을 하고 미란이 결혼을 하고 난 뒤에도 못잊고 있다가 이혼했다는걸 알고 다시 찾아와 말한다.
자신과 함께 있지 않아도 된다고, 그냥 당신이 사는 도시에 함께 있고 싶다고.

다른 모든 설정이 구질구질하게 현실적이어서 그런가 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만큼은 판타스틱하게 소설처럼 그려져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이 더 몽환적이고 아련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그래서인가 보다.
너무 비현실적이라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꿈꿀 수 없어 보여서.
또 작가님이 너무 예쁘게 글을 쓰셔서 나처럼 소녀감성이 넘치는 사람들에게는 감동이 두배가 되는 거 같다.
둘이 농구장에서 밤새 하늘구경한 장면에서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비록 사정상 제대로 함께 있을 순 없었지만 그래도 주인공들이 부러웠다.
어쨌든 서로 좋아한다는걸 서로 아니까, 짝사랑이 아니니까.
예전에 읽은 웹툰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어"라는 대사가 심금을 울린 적이 있다.
그 때 당시 읽었을 때는 저게 무슨 기적이야 했는데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뼈저리게 느낀다.
서로 같은 마음이 되는게 기적이라고 부를 만큼 쉽지 않다는걸.
그래서 이 책 속에서 정상적인 연애는 아니지만 그래도 둘의 마음이 통했으니까 그게 너무 예뻐 보인다.

사랑이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음 나 진짜 사랑하고 싶다. 연애 말고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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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순례하다 - 건축을 넘어 문화와 도시를 잇는 창문 이야기
도쿄공업대 쓰카모토 요시하루 연구실 지음, 이정환 옮김, 이경훈 감수 / 푸른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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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가치가 있는 책들이 있는데 이 책이 그런 책이라고 본다.

안에 들어있는 수백장의 건축물 사진들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를 하기 때문이다.

한 권의 사진집을 보는 느낌으로 책을 쭉 읽어 내려갔다.


이제껏 건축물을 보면서 창의 모양을 자세히 살핀적은 없던 것 같다.

창이 건축물을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든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새로운 각도로 창을 들여다보게 만들어준 이 책이 참 좋다.


신기한 다양각색의 창들이 소개된다.

창을 내는 그 공간을 활용해서 아기자기한 1인 독서실을 만들기도 하고

서로 다른 크기의 창문으로 신비로운 빛을 들이는 방도 있고

조각조각낸 창문모양으로 멋을 낸 집이 있는가 하면

이보다 더 넓을 수 없어 보이는 큰 통유리로 환하게 뚫린 집도 있다.

유리로 된 창이 아닌 창이 있는 건축물을 소개할 때 우리의 한옥을 소개하는데 그런 시선으로도 본다는게 참신했다.


세계의 특이한 건축물을 다 구경해서 짧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든다.

창이 건축물의 구조에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

창 하나만으로도 방의 분위기가 전체적인 건물의 풍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돈을 많이 벌어서 땅을 산 다음에 그 위에 나만의 집을 만들고 싶다는 작고 소박한 꿈이 있다.

잠을 자는 침실의 천장을 통유리로 만들어 매일매일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자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을 했는데

이 책 덕분에 창을 좀 더 실용적이고 예쁘게 활용할 방법이 떠올랐다.

일기장에 그려놓아야지 잊어버리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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