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
김새별 지음 / 청림출판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나는 마지막 이야기를 전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라는 표지글에 호기심이 생겨 책을 들게 되었다.

유품정리사? 이런 직업이 있다는걸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장례지도사의 한 종류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사체를 다루지 않고 고인의 흔적을 정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일의 성격상 멀쩡히 좋게 잘 하늘나라로 올라간 고인의 뒷정리를 하지는 않아 보인다.

자살, 고독사, 타살 등으로 외롭고 쓸쓸하게 떠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보며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절절히 와닿았다.

어쩜 저렇게 구질구질할 수 있을까 저게 사람이 할 짓인가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은 일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

직업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계속 볼 수 밖에 없는 저자가 제정신으로 살고 있다는게 신기했다.

책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에필로그에서 아무리 힘든 일을 보고 겪어도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돌아가신 분들의 유품을 정리하다 보면 제일 많이 나오는게 빈 술병이라서 술병들을 볼 때마다 술로 인생을 허비하고 스스로를 파괴하지 말자는 생각이 든단다.

요즘 머리가 복잡해서 심신이 불편했는데 누군가 야구빠따로 머리를 한대 후려 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맞는 말이다. 술이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으니까.

나도 가끔 술에 의지하는데 다 부질없는 짓이다.

마음속에 두고두고 새겨둬야할 좋은 얘기를 해준 저자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스스로 사는 것을 포기한 사람들에게 저자가 좋아하는 책에 나온 문구를 말해주고 싶다며 인용한 글이 있다.

'죽음에 대해 말하지 말아야 하는 건, 생명이라는 말의 뜻이 살아있으라는 명령이기 때문이야'

생명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표현한걸 보는건 처음이었다.

살아있으라는 명령... 누가 내린 명령일까? 내가 원해서 태어난게 아닌데도 그 명령을 따라야 하는건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고 축복이라는 말이 모두에게 통용되는 말은 아니지 않나?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그럼에도 자살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말해줘야 한다면 난 뭐라고 해야할까.

내가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서 행동으로 보여주는게 제일 확실한거 같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없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단어가 너무 멀고 생소하게 느껴졌었는데 이 책을 통해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가족들이 있는데도 혼자 대충 밥 먹고 방으로 들어가고 했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오늘 돌아가면 가족들한테 사랑한다고 얘기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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