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해결사 나비
남희영 지음 / 바움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책을 읽기 전에 제목과 목차, 그리고 책 표지에 소개되는 문구들을 통해 먼저 내용을 가늠해 보고 상상해본다. 그리고 대게 '이런 내용이겠구나'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책을 읽고 느끼며 생각하고 메모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멍했다. 이렇다할 감정도, 생각도 없었고 [리뷰]는 고사하고 여기까지 쓰는데도 한참을 망설이고 고민했더랬다.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해서.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몰라서.

만능해결사라고 했다. 똑똑하고 다부진 남자가 어떤 큰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아닐까 했다. '나비'라는 말은 그저 은유적 표현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모든 생각들은 내가 만든 허술하고 보편적인 틀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거듭 [반전]이었다. 만능해결사라지만, 진짜 만능해결사는 없다. 나비는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주인공 이름에 불과했다. 생각지 못한 전반적인 이야기로 주를 이루는 사건은 없고, 소소한 사건들과 학창시절 이루지 못한 주인공의 짝사랑 이야기가 전부다.

실망스러우리큼 허술하고 못난 남자. 유아적 발상과 행동들로 정말이지 비호감 캐릭터인 주인공-나비. 그는 게으르고 지저분하며, 식탐이 많고 못생긴 능력없는 남자다. 그런 그의 직업이 해결사다. 사실, 해결사라기보다 상담자라는 말이 더 적합할듯 하다. 그에게 의뢰되는 사건이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한 일거리들은 하나 같이 부질없는 고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뻔히 답이 보이는 고민거리들. 가령, 남편에게 쌍커플 수술을 숨기고 결혼했다가 뒤늦게 옛 사진이 발각되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좋지않게 헤어진 남자친구랑 다시 사귀는데, 이를 친구들에게 어떻게 이해 시켜야 하는가?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남자가 카드 빚을 지닌 여자는 무조건 싫다고 하는데, 카드빚 3천을 지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마이클잭슨의 비호적 캐릭터 전락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이런 질문들을 의뢰 받고 해결해주는 나비는 그저 고민을 들어주고 누구나 해줄 수 있는 조언을 하는 무능한 해결사이다. 그리고 그의 단초란 주변인. 나비가 염모한 얼굴만 예쁘장한 선생님과 그의 딸 위니.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전국1%의 수재-서열. 이들이 엮는 황당한 사건. 그리고 앞서 나열한 고민거리들.   

사실, 나는 이 책을 꼭 읽어보라거나 혹은 재밌었다고 주변인에게 추천하지는 않을것 같다. 다만, 만능해결사 나비는 인간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이 무릇 든다. 하여, 어쩌면 저자가 우리에게 전달하고픈 것은, 인간성-즉 따뜻한 인간의 내면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던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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