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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끝나기 전 꼭 해야 할 12가지 ㅣ 풀빛 청소년 문학 4
비외른 소르틀란 지음, 김라합 옮김 / 풀빛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막연하게 책 제목만을 보고 나는 생각했었다. 20대, 30대, 40대 등 그 나이때에 꼭 해야할 몇가지, 무엇을 하기전에 꼭 해봐야할 몇가지등 이런 부류의 책이 방대하다 보니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끝나기 전이란다. 우리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 몇 십년을 가족과 이웃과 친구와 함께 세상을 지고 살다가 이 많은 세월과 시간을 뒤로한체 죽는 마지막 그 순간. 그 길고 긴 시간안에서 우리가 꼭 해야할 것들은 무엇일까? 그것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12가지. 궁금했다. 지은이가 들려준 12가지의 반짝이는 행복의 지침들. 그래서 읽고 싶었고, 궁금했으며, 기대했었다.
그런데, 이거 좀 수상하다. 책장을 넘기면서 느꼈다. 내가 미리 견주어 생각했던 내용들과 무관한 이야기임을. 이 책은 사실 제목과 내용이 조금 어울리지 않는듯한 느낌과 생각이 강하게 드는 책이다. 내용인 즉, 새침때기 열네살 소녀 [테레제]양의 이야기다. 부모님의 이혼 결심으로 충격을 받은 [테레제]. 소녀에게는 자폐증상을 가지고 있는 언니가 있으며, 하나님의 존재성에 강한 의문을 가지고 있고, 같은반 목사님의 아들인 [얀]을 좋아한다. 새침때기 소녀는 [얀]에게 적극 관심을 표현하지만 내성적이고 어른스러운 [얀]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이혼 통보로 정신적 혼란을 겪는 [테레제]. 세상의 종말론을 믿는 소녀는 어느날 막연하게 [세상이 끝나기 전 꼭 해야 할 12가지]목록을 작성한다. 14살 소녀의 시선과 마음으로 말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쉬이 공감을 내주지 못했다. 다만 유쾌하고 가볍게 읽어내려갈 뿐 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아이의 눈과 마음으로 [테레제]와 시선을 마주하자. 하고자 하는,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세상의 종말론을 믿고, 항상 염두하여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하며, 혹 세상이 끝나기 전에 꼭 해두어야 할 자신만의 목록을 만들어 보고, 그 목록을 실천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삶을 살라. 뭐 이정도?
역시, 내가 어른이긴 하다보다. 아이들의 맑은 눈으로 [테레제]와 함께 하기가 좀처럼 쉽지가 않다. 그저 귀엽고 유쾌한 하나의 이야기로 그치고 마는 나를 보면서 못내 나의 순수성을 되집어 본다. 궁금하다. 14살 소녀, 소년-그 또래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고,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간직하고 있을까? 문득 10대의 문화와 공유하고 싶은 강한 충동이 든다.
" [테레제] 반가웠어. 내 비록, 너의 마음을 온전히 함께 느끼지는 못했으나 너의 열정만은 높이 칭찬하며 감탄할 따름이구나. 너로 인해 나도 내 인생이 끝나기 전에 꼭 해야할 일들을 적어보려고 해. 너가 가지고 있는 열정에 내게도 충분히 내재되어 있기만을 가슴 깊이 바래보는 깊은 밤이로구나.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