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가의 석양 - Always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한성례 옮김 / 대산출판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석양하면 어떤 이미지와 느낌이 떠오르는가?. 나는 석양하면 붉은 빛이 떠오르고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깊은 감탄과 마음 어느 곳에서 잔잔히 피어나는 따스함과 엷게 그려지는 입가의 미소. 일상에서 누리는 자연의 행복과 축복이다.

오래 기다렸다. 어떤 따스한 이야기로 내 가슴을 울리고 잔잔하 따뜻함으로 깊은 여운과 울림을 선물할런지. 

따뜻한 4월. 이야기는 시작된다. 매월마다 계절의 변화를 담으며, 계절의 느낌과 닮은 따뜻한 이야기들을 마구 쏟아낸다. 특히나 나는, 6월 - 여름의 장마 이야기로 가슴이 뭉클 했다. 우산 하나가 귀하고 값지던 그 시절. 세가족에게는 닳고 닳은 우산 하나가 전부다. 비가 오는 날이면 아들과 아버지는 함께 역까지 우산을 같이 쓰고 나가며, 학교까지 많은 거리를 걸어야 하는 아들이 우산을 가져간다. 비가 하루 종일 내리는 날이면 아들의 하교 후 엄마는 그 우산을 쓰고 장을 보러 나가고, 저녁이 되면 아버지 퇴근 시간에 맞춰 아들이 아버지를 마중 나가 함께 우산을 쓰고 집에 와 따뜻한 저녁을 함께 한다. 많은 불편함이 있음에도 어느 누구하나 불만을 표하는 사람이 없고, 가정의 형편과 서로의 마음을 너무 잘 알기에 그저 닳고 닳은 그 우산 하나에, 만족해 하고 소중히 여기는 따뜻한 사람들. 여름의 장때 비가 쏟아지던 어느날, 아들은 본의아니게 우산을 잃어버린다. 가정 형편과 혹 부모님께 혼나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 마음에 오후내 진흙길을 뛰어다니던 아들. 그러나 우산은 어디에도 없었고, 눈물과 걱정으로 뒤섞인 아들에게 아버지는 그저 따뜻하고 단단히 손을 잡아주셨다. 그리고 어느때보다 환한 미소를 보이며 우산 3개를 사시는 아버지.

나는 정말이지 몇번이고 다시 읽었는지 모른다. 무릇 가족이란 이런 모습이지 싶은것이 가슴 한켠이 쿵 하면서 아리고 아픈것이 알수 없는 여러 이유로 눈물이 찔금했다. 읽는 내 생각했다. 너무 덜렁거리는 나는 학창시절 가지각색 잊어버리곤 했는데 가장 기억이 나는 것이 보온도시락 밥통 뚜껑이었다. 1남 3녀로 형제가 많은 우리집은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다. 큰언니가 입던 옷을 물려 입고, 쓰던 물건을 물려 쓰고, 그렇게 우리는 줄줄이 연이어 입고 쓰고를 하였는데, 보온 도시락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언니들이 모두 중고등학생이고 나역시 중학생이던 그때. 처음으로 내것인 빨강 보온 도시락이 생겼는데 그 기쁨은 뭐라 말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기쁨도 정말 잠깐. 도시락 뚜껑을 잊어버린거다. 집에와서 도시락을 꺼내면서 얼마나놀랐던지. 나는 그길로 버스를 타고 다시 학교로 갔다. 아무도 없는 빈 교실을 여기저기 살피며 뚜껑으 찾아 헤메던 그때. 참 아련하면서 따스한 기억이며 추억이고 행복이며 기쁨이다. 

책을 보면서,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으나 그 나름, 행복하고 따뜻했던 옛 학창시절과 유년시절을 그릴 수 있어서 참 좋았던것 같다. 모처럼 가슴 가득 따뜻함을 안고, 그리운 옛일을 회상하며 그 시절, 우리들만이 느낄 수 있었던 따뜻함과 정겨움을 몇십년이 지난 오늘 새삼 가슴가득 느끼며 만져본다. 이런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을 마련해 줄 수 있는 넉넉함이 베어 있는 책.

각박한 요즘, 나를 더불어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누어 읽어봤으면 한다. 그리하여 그들도 모처럼의 옛 추억으로 따스함과 정겨움이 몸과 얼굴 곳곳에 스미길.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 전보다 환하고 큰 미소가 스민다면 또한번의 감동의 신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보이는지 모르겠다. 지금 내 얼굴에 그려지는 크고 환한 미소가 말이다. 참,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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