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모와 검녀 - 조선의 다섯 여인이 남긴 다섯 빛깔의 삶 샘깊은 오늘고전 14
고영 글, 성민화 그림, 송지양 외 원작 / 알마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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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여인들의 이야기를 따라 읽다보면, 과거의 이야기 같기도 하면서, 지금 내 현실 같기도 하다. 아마도 시대를 뛰어넘는 여인들의 공감대 때문일까. 읽는내내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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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 反하다
하승우 지음 / 낮은산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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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나고 결과를 보면서 여러가지 의문이 들었다. 우리 같은 일반 서민들이 원하는 게 무엇이길래. 사람들은 제수씨를 성폭행 했다는 사람을 뽑고, 표절한 사람을 뽑는 것일까. 납득이 가지 않는 사실 앞에, 그것에 숨겨진 의미가 궁금했다. 아마도 투표장에 간 사람들, 그리고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들 또한 자기들만의 판단 기준이 있으리라. 하지만 결국 동네의 아줌마들 그리고 남편까지 모두가 한숨을 내쉬면서 투표장에 가지만, 그렇게 힘들게 투표가 끝나면 다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가 벅차다. 삶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예전엔 누가 좀 어깨를 토닥거리고 기운내라고 해 주면 좋아했는데, 지금은 그저 돈을 주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각박해지고 사는 게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지금보다 훨씬 힘든 시대를 이전 세대들이 살아냈다는 사실이었다. 100년이란 세월속에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일제 시대를 살았고, 지금에 비판받는 386세대는 독재 정권 아래에서 살았다. 우리 아들, 딸들은 무한 경쟁의 학교 속에서 살고 있고,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대다수가 아토피를 겪으면서 아파하고 있다. 그래... 서민들이 민중들이 대중들이 고통받지 않은 세월은 없었다. 하지만 그 세월 속에 우리 앞 세대들이 도대체 어떤 선택을 했길래... 늘 이 모양 이꼴일까?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늘 힘들고 어렵고 아파하면서 살아야 하나. 그 고민 속에 예전 역사에서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 눈에 들어왔다.

 

지난 100년의 역사속에 어떤 사람들은 만날 살기가 힘들다면서, 그냥 그렇게 살아 온 사람들도 있지만 뭔가 다른 선택을 한 이들이 있었다. 내가 중, 고등학교 시간에는 배우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남해의 소안도라는 작은 섬에서는 일제 시대에 한 섬 전체가 일제의 교육 과정에 동참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교육과정을 꾸리면서, 국가가 강요하는 삶이 아니라, 섬 사람들이 살고 싶은 인생을 살아낸다. 그 결과 소안도에서 만들어진 학교에서는 수 없이 많은 독립운동가가 배출된다. 그들은 일제의 강요나 있는 자들의 회유에 넘어가지 않고, 동네 사람들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꾸려낸다. 또한 암태도란 곳에서는 지역 행정관료와 말을 섞지 않는 불언동맹(말을 섞지 않는 것)이란 것을 펼치면서, 지금 생각해도 획기적인 방식으로 지배에 저항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누군가에게 지배를 받거나, 혹은 누군가가 잘 살게 해 주겠다고 하는 약속을 믿는 대신, 모두들 자신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일구어 냈다는 것이다. 물런 이런 사람들은 나라의 핍박을 받았다. 일제시대 뿐만 아니라 해방이후,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서 모두 그랬다. 국가란 이름으로 무조건 희생을 강요하는 삶 속에, 큰 언니는 하루에 15시간씩 봉제공장에서 일을 했고, 막내 고모는 오빠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연애 한번 못하고 20~30대를 보냈다. 지금은 어떨까. 김대중 시대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자살했고, 내 남편이 실직했다. 노무현 시절이라고 달라지진 않았다. 이명박 이후로는 삼겹살 먹기가 그렇게 어려워졌고, 무슨 낙으로 삶을 살아가는 지 어려울 지경이다. 돌이켜보면 나라가, 국가가, 대통령이, 정부가 우리들에게 무언을 해 주었는지 알 수가 없다. 북한으로 부터 나라를 지켜주었다고? 하지만 최전방에 총들고 오들오들 떨고있는 아이들은 다 없는 집 자식들이고, 천안함에서 수장당한 아이들은 모두 서민의 자식들이었다.

 

내가 거품물고 떠들지 않아도, 사람들은 다 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약속하는 건 모두가 거짓이라고. 그러면서 모두가 어떻게든 이 사회에서 살아남고자 기를 쓰고 대학을 가고, 돈을 벌려고 주식을 하고, 주말이면 로또를 산다. 어떻게든 우리 가족은 내 자식은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모든 짓을 하면 할 수록, 권력을 가진 사람들, 잘 사는 사람들이 더 잘 살게 된다. 물가가 오르고 비정규직이 늘어나지만 삼성전자는 역사상 가장 큰 수익을 보이고, 대외무역은 최고의 흑자를 보이며,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가 대표로 있던 회사는 몇 조가 되는 돈을 쉽게 벌고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은 그냥 나라가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면 그냥 살아야 하니까... 다른 방법이 없으니깐 그냥 산다고 한다. 그 좌절감 속에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침 지하철 속에서 마주치는 얼굴들을 보면 가끔은 눈물이 난다.

 

이 책을 읽으면 약간의 용기가 생긴다. 지난 100년간 그냥 포기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스스로 존중받기 위해서 살아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고민하는 새로운 정치, 혹은 새로운 화폐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 지역 화폐라는 것을 처음 들으면서, 우리 동네에서도 얼마든지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핵 개발에 맞서서 싸우는 녹색당이란 곳을 보면서, 정말 미약하지만 세상을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들과 자주 만나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시켜주고... 그러다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되지 않을까. 그런 순진한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시작으로 이런 게 희망이라면,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사회에도 있다면 그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해 내 삶과 내 친구들의 삶이 조금은 낳아지지 않을까. 정말 마지막 기대를 걸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선이 끝나고 8개월 후면 대선이다. 사람들은 아마도 다시 술자리에서 박근혜와 안철수, 문재인과 같은 대선 후보들 이야기에 여념이 없을게다. 술자리 안주로서 제격이지만, 정말 삶의 진실은 그들이 진정 안주꺼리란 사실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한 약속은 이행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이 한 약속은 기득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로 인해 바뀌리란 것을 알고 있다. 마루타처럼 매번 당하면서도 다시 희망고문을 스스로에게 하는 우리들. 나는 이런 내가 참 밉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내가 못났음을 절실히 느꼈다. 변화는, 희망은 나의 움직움 부터 시작한다.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더 고민을 해 보아야겠지만, 지금의 선거제도와 지금의 국가로은 행복해 질 수 없다는 확신이 생겼다.

 

저자인 하승우씨는 학력이 박사임에도 알기 쉬운 대화로 어떤 어려운 이론없이, 우리 삶이 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지를 말해준다. 또한 민주주의 핵심이 다수결이 아니라 추첨제도, 즉 제비뽑기에 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려준다. 낯설지만 새로운 이야기에 뭔가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상상을 하게 해 준다.

 

책의 들어가는 말에 이런 글이 나온다.

 

"근대 산업 문명에 정면으로 맞섰던 사상가 이반 일리치는 "'누군가의 머리' 속에서 나와 '누군가에게 이렇게 해 보자'고 하는 것이 유토피아라면, '자신의 마음'에서 나와 '자신이 이렇게 해 보려 하는 것'이 희망"이라 말했다. 행동하려 마음을 먹는 순간 나는 희망의 근원이다."

 

저자를 알아보니, 그는 경희대학교 교수였다가 실제 자기 삶과 자기 생각을 맞추어가기 위해 교수직을 때려치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용인에서 살며 지역 도서관에서 동네 아줌마와 가출 청소년, 동네 백수들을 만나서 같이 책을 읽으며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머리 속에서 나온 생각으로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사람이 아니었다. 행동하며 같이 걸어가자는 사람. 책을 읽고 저자를 보며, 정말 희망을 보았다. 어려운 이론으로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이 아닌, 진짜 조금이라도 행복해지기 위해 고민하는 지식인을 만난 기분이었다.

 

우리가 지금 진정으로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것들이, 이 책에 스며있다. 국가와 거대 자본들이 정말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지, 선거 제도가 민주주의의 힘인지, 좋은 대통령이 우리의 희망인지... 그런 고민을 다시 할 때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고민을 회피하지 말고 더욱 거세게 부딪칠 때 희망은 밝게 빛을 낸다. 희망버스를 통해 살아온 김진숙씨처럼. 지금 사람들이 고통받고 싸우고 있는 현장에 희망이 되어야 한다. 제주의 강정마을과 밀양의 송전탑 싸움. 4대강 곳곳의 폐허들. 도시 재개발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 비정규직들... 그들과 함께 연대하고 힘을 키울 때, 국가의 지배자들이 아닌, 우리의 삶을 위한 정치가 가능하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벚꽃이 만발한 계절이지만, 아직까지 꽃을 볼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 마음이 얼음장처럼, 그리고 배가 고픈 사람들.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 온 종일 먹은 게 없어도 하루는 배가 부르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밥값을 하는 책이란 말이다. 고맙다. 이런 책을 써 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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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 지음 / 낮은산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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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지금보다 훨씬 힘든 시대를 이전 세대들이 살아냈다는 사실이었다. 100년이란 세월속에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일제 시대를 살았고, 지금에 비판받는 386세대는 독재 정권 아래에서 살았다. 우리 아들, 딸들은 무한 경쟁의 학교 속에서 살고 있고,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대다수가 아토피를 겪으면서 아파하고 있다. 그래... 서민들이 민중들이 대중들이 고통받지 않은 세월은 없었다. 하지만 그 세월 속에 우리 앞 세대들이 도대체 어떤 선택을 했길래... 늘 이 모양 이꼴일까?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늘 힘들고 어렵고 아파하면서 살아야 하나. 그 고민 속에 예전 역사에서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 눈에 들어왔다.

 

지난 100년의 역사속에 어떤 사람들은 만날 살기가 힘들다면서, 그냥 그렇게 살아 온 사람들도 있지만 뭔가 다른 선택을 한 이들이 있었다. 내가 중, 고등학교 시간에는 배우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남해의 소안도라는 작은 섬에서는 일제 시대에 한 섬 전체가 일제의 교육 과정에 동참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교육과정을 꾸리면서, 국가가 강요하는 삶이 아니라, 섬 사람들이 살고 싶은 인생을 살아낸다. 그 결과 소안도에서 만들어진 학교에서는 수 없이 많은 독립운동가가 배출된다. 그들은 일제의 강요나 있는 자들의 회유에 넘어가지 않고, 동네 사람들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꾸려낸다. 또한 암태도란 곳에서는 지역 행정관료와 말을 섞지 않는 불언동맹(말을 섞지 않는 것)이란 것을 펼치면서, 지금 생각해도 획기적인 방식으로 지배에 저항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누군가에게 지배를 받거나, 혹은 누군가가 잘 살게 해 주겠다고 하는 약속을 믿는 대신, 모두들 자신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일구어 냈다는 것이다. 물런 이런 사람들은 나라의 핍박을 받았다. 일제시대 뿐만 아니라 해방이후,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서 모두 그랬다. 국가란 이름으로 무조건 희생을 강요하는 삶 속에, 큰 언니는 하루에 15시간씩 봉제공장에서 일을 했고, 막내 고모는 오빠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연애 한번 못하고 20~30대를 보냈다. 지금은 어떨까. 김대중 시대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자살했고, 내 남편이 실직했다. 노무현 시절이라고 달라지진 않았다. 이명박 이후로는 삼겹살 먹기가 그렇게 어려워졌고, 무슨 낙으로 삶을 살아가는 지 어려울 지경이다. 돌이켜보면 나라가, 국가가, 대통령이, 정부가 우리들에게 무언을 해 주었는지 알 수가 없다. 북한으로 부터 나라를 지켜주었다고? 하지만 최전방에 총들고 오들오들 떨고있는 아이들은 다 없는 집 자식들이고, 천안함에서 수장당한 아이들은 모두 서민의 자식들이었다.

 

내가 거품물고 떠들지 않아도, 사람들은 다 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약속하는 건 모두가 거짓이라고. 그러면서 모두가 어떻게든 이 사회에서 살아남고자 기를 쓰고 대학을 가고, 돈을 벌려고 주식을 하고, 주말이면 로또를 산다. 어떻게든 우리 가족은 내 자식은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모든 짓을 하면 할 수록, 권력을 가진 사람들, 잘 사는 사람들이 더 잘 살게 된다. 물가가 오르고 비정규직이 늘어나지만 삼성전자는 역사상 가장 큰 수익을 보이고, 대외무역은 최고의 흑자를 보이며,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가 대표로 있던 회사는 몇 조가 되는 돈을 쉽게 벌고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은 그냥 나라가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면 그냥 살아야 하니까... 다른 방법이 없으니깐 그냥 산다고 한다. 그 좌절감 속에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침 지하철 속에서 마주치는 얼굴들을 보면 가끔은 눈물이 난다.

 

이 책을 읽으면 약간의 용기가 생긴다. 지난 100년간 그냥 포기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스스로 존중받기 위해서 살아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고민하는 새로운 정치, 혹은 새로운 화폐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 지역 화폐라는 것을 처음 들으면서, 우리 동네에서도 얼마든지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핵 개발에 맞서서 싸우는 녹색당이란 곳을 보면서, 정말 미약하지만 세상을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들과 자주 만나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시켜주고... 그러다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되지 않을까. 그런 순진한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시작으로 이런 게 희망이라면,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사회에도 있다면 그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해 내 삶과 내 친구들의 삶이 조금은 낳아지지 않을까. 정말 마지막 기대를 걸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선이 끝나고 8개월 후면 대선이다. 사람들은 아마도 다시 술자리에서 박근혜와 안철수, 문재인과 같은 대선 후보들 이야기에 여념이 없을게다. 술자리 안주로서 제격이지만, 정말 삶의 진실은 그들이 진정 안주꺼리란 사실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한 약속은 이행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이 한 약속은 기득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로 인해 바뀌리란 것을 알고 있다. 마루타처럼 매번 당하면서도 다시 희망고문을 스스로에게 하는 우리들. 나는 이런 내가 참 밉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내가 못났음을 절실히 느꼈다. 변화는, 희망은 나의 움직움 부터 시작한다.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더 고민을 해 보아야겠지만, 지금의 선거제도와 지금의 국가로은 행복해 질 수 없다는 확신이 생겼다.

 

저자인 하승우씨는 학력이 박사임에도 알기 쉬운 대화로 어떤 어려운 이론없이, 우리 삶이 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지를 말해준다. 또한 민주주의 핵심이 다수결이 아니라 추첨제도, 즉 제비뽑기에 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려준다. 낯설지만 새로운 이야기에 뭔가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상상을 하게 해 준다.

 

책의 들어가는 말에 이런 글이 나온다.

 

"근대 산업 문명에 정면으로 맞섰던 사상가 이반 일리치는 "'누군가의 머리' 속에서 나와 '누군가에게 이렇게 해 보자'고 하는 것이 유토피아라면, '자신의 마음'에서 나와 '자신이 이렇게 해 보려 하는 것'이 희망"이라 말했다. 행동하려 마음을 먹는 순간 나는 희망의 근원이다."

 

저자를 알아보니, 그는 경희대학교 교수였다가 실제 자기 삶과 자기 생각을 맞추어가기 위해 교수직을 때려치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용인에서 살며 지역 도서관에서 동네 아줌마와 가출 청소년, 동네 백수들을 만나서 같이 책을 읽으며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머리 속에서 나온 생각으로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사람이 아니었다. 행동하며 같이 걸어가자는 사람. 책을 읽고 저자를 보며, 정말 희망을 보았다. 어려운 이론으로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이 아닌, 진짜 조금이라도 행복해지기 위해 고민하는 지식인을 만난 기분이었다.

 

우리가 지금 진정으로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것들이, 이 책에 스며있다. 국가와 거대 자본들이 정말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지, 선거 제도가 민주주의의 힘인지, 좋은 대통령이 우리의 희망인지... 그런 고민을 다시 할 때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고민을 회피하지 말고 더욱 거세게 부딪칠 때 희망은 밝게 빛을 낸다. 희망버스를 통해 살아온 김진숙씨처럼. 지금 사람들이 고통받고 싸우고 있는 현장에 희망이 되어야 한다. 제주의 강정마을과 밀양의 송전탑 싸움. 4대강 곳곳의 폐허들. 도시 재개발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 비정규직들... 그들과 함께 연대하고 힘을 키울 때, 국가의 지배자들이 아닌, 우리의 삶을 위한 정치가 가능하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벚꽃이 만발한 계절이지만, 아직까지 꽃을 볼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 마음이 얼음장처럼, 그리고 배가 고픈 사람들.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 온 종일 먹은 게 없어도 하루는 배가 부르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밥값을 하는 책이란 말이다. 고맙다. 이런 책을 써 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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