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문성호 지음 / 사람소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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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년 전, 빌 클린턴의 자서전 My Life를 읽은 적이 있다. 그는 할 말이 어찌나 많았던지 책의 두께가 대단했다. 고등학교 시절 클린턴의 선생님은 그에게 말이 많으면 정치가가 되든가, 난처한 일을 당할 거라고 했단다. 결국 선생님의 말씀은 둘 다 맞았다고 회상하는 클린턴의 유머와 재치가 돋보이는 책이었다. 흑인밀집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지낸 클린턴은 흑인 친화적인 대통령이었다. 혹자는 클린턴을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진짜 흑인 대통령 후보가 나타났다. 그 이름, 버락 오바마!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미 대통령 선거 기사 덕분에 버럭 범수와 함께 너무도 친숙한 이름이 되었다. 그러나 정작 그에 대해 아는 바는 거의 없었다. [버락 오바마,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읽으며 조금쯤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계 흑백혼혈인으로 출생, 부모의 이혼, 인도네시아인 새 아버지와 이복동생들, 본토가 아닌 인도네시아와 하와이에서 자란 유년과 청소년 시기 등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정체성의 갈등과 차별에 의한 고뇌... 선택이 아닌 존재적 이슈들만으로도 그가 감당해야 했던 삶의 무게가 짐작되었다.




  버락 오바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서로 다른 이해 집단들을 모두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능력에 있다고 한다. 오바마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오바마가 자신들을 깊이 이해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지지한다고 느낀다고 한다.

  반면, 오바마는 신사처럼 보이고 깨끗한 정치를 내세우지만 유리한 쪽으로 입장을 바꾸고 승리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면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불우한 성장기를 거쳐 신분의 수직 상승을 한 사람들이 갖는 엘리트주의도 엿보인다고 한다.




  공화당 출신 부시 대통령의 여러 정책 실패로 인해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시점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확률은 상당히 높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가장 궁금하다. 




  책의 말미에 참고 문헌 목록을 보면서 저자의 근면한 노력이 느껴졌다. 단, 방대한 자료에서 짜깁기를 해서 올린 듯 매끄럽지 못하고 중언부언 중복된 부분이 보인다. 오바마 지지자와 반대자들 모두의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어서 편향되지 않은 정보 전달이라는 의미는 있지만 인간 오바마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은 부족해 보인다.

  오바마에 대해 대략적 정보를 원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오늘 날, 오바마가 있기 까지 1863년 링컨의 노예 해방 선언이 있었고, 1963년 마틴 루터 킹의 흑백 평등을 위한 평화 행진이 있었다. 그 사이 사이에 인간의 평등과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이 있었다.

  2008년 오바마는 흑인의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어 국제사회에서 올바른 위상을 확립하는 미국을 이끌어 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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