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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만 있다면
고사카 루카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6년 5월
평점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이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잇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어느 날, 하루카를 찾은 그의 조카 지카게는 수신인이 비어 있는 편지 봉투를 발견한다. 그 위에는 ‘하네다 아키하’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죽기로 결심한 지카게는 마지막 할 일로 심장이 좋지 않은 하루카를 위해 ‘하네다 아키하’를 찾아 오사카로 떠나게 되면서, 이 소설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키무라 하루카, 봄. 그리고 하네다 아키하, 가을.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에서 처음 만나게 된 둘.
하루카는 아키하의 이름을 듣자마자,
ー“아키하, 결혼하자!”
프러포즈를 한다.
ー“봄과 겨울을 잇는 건 여름과 겨울.”
이 소설은 아키하가 하루카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과, 하루카가 아키하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문장이 무척 섬세하다.
ー표류 끝에 마침내 해안에 다다른 듯한 환희와도 같은 이 안도감은, 대체 무엇일까.
하지만 두 사람에게도 이별의 순간은 찾아왔다.
ー“당신의 슬픔에 사랑으로 다가간다.”
모두가 아키하에게 포기하라고 말할 때, 하루카만은 그가 포기하지 못하도록 자신을 희생하려고 했다. 하루카는 아키하의 슬픔에 용감하게 다가가려 했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은 더이상 만날 수 없게 된다. 서로에게 닿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아키하가 느끼는 상실감은 지독할 만큼 생생하게 전해졌다.
이 소설을 읽으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나는 행복했던 순간들은 떠올릴 수 있어도 그 순간을 ‘진정한 행복’이라고 이름 붙여본 적은 없었다. 너무, 너무 철학적인 개념 같지 않은가.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진정한 행복’이란 거창한 개념이 아닌,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아주 가까운 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ー“살아 있기 때문에 슬픈 일이나 절망스러운 상황을 겪게 되는데도?”
“살아 있지 않으면 슬픔도, 절망도 극복할 수 없어. 살아서 앞으로 나아가야 감동과 기쁨, 그리고 사랑을 만날 수 있는 거니까.”
살아만 있다면, 사랑도 시작할 수 있다.
살아 있다면.
‘진정한 행복’을 찾는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
하루카와 아키하의 사랑은 결코 행복하기만 하지 않았다. 갈등이 있었고, 상처를 주고 받았으며, 절망과 이별이 함께 찾아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살아있는 이 순간에, 살아있기에 모든 감정을 단단히 타래로 엮어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
이 소설은 모든 살아있는 사람에게 건네는 다정한 약속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