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
윤지현 지음, 박지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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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소설은 안개가 자욱하고 서늘한 미국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괜히 축축하게 느껴지는 이 글에는 슬픔이 진득하게 묻어 있었다.

엄마와 언니, 사랑하는 가족을 둘이나 잃은 수진은 그리움 속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버티지 못한 수진은 결국 죽은 이를 되살릴 수 있는 능력으로 언니를 불러온다. 사랑하는 이와 다시 함께하는 일상은 분명 행복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들의 일상에는 빗물이 조금씩 스며들고 있었다.

수진은 어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런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 번만 더 눈을 맞추고, 한 번만 더 안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살아 있다면. 그래, 살아만 있어 준다면. 살릴 수만 있다면. 죽은 이를 되살리는 건 모든 이야기에서 금기 되는 일일지라도, 그런 마음만큼은 금기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어쩌면 죽은 사람이 바라지 않았던, 산 사람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게 내가 언니를 가둔 곳이구나.”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슬퍼할 시간조차 없이 어른이 되어야 했던 이를.
슬픔에 갇혀 끝내 어른이 되지 못했던 이를.

소설은 결국 남겨진 이가 슬픔을 딛고 일어나는 이야기다.

사랑했기에 죽음을 붙잡고 있던 이가
사랑하기에 비로소 손을 놓는 순간을-.
나는 오래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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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
이희영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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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가제본)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에 왜 죄를 물을 수 없어요? 그게 얼마나……. 얼마나…… 잔인하고 끔찍한 결과를 불러오는데.

이 소설이 좋다. 이 소설이 좋은 이유를 설명하려니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줄줄 읊어도 모자라기에, 모든 이유를 한 단어로 압축했다.

망한 사랑.

말하건데, 『낙하』는 내가 읽었던 망한 사랑중에서 제일 망했다.


-

소설은 주인공 ‘나’와 ‘나’가 써 내려간 소설이 번갈아 진행되는 액자식 구성이다.’ ‘나’의 소설에는 정과 현, 그리고 진이 등장한다. 세 사람의 관계는 직접 확인하는 편이 흥미로울 것 같으니 적지 않겠다.

분명한 건, 이 소설은 정의되지 못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랑을 하는 그들은 끝내 ‘사랑’이라고 대답하지 않았고,
사랑을 지켜보는 이는 끝내 ‘사랑’이냐고 묻지 않았다.

그 침묵은 비겁한 것이 아니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나는 이 소설의 제목이 『낙하』지만, 어쩐지 낙화 같다고도 느껴졌다.
꽃잎이 하나씩 하나씩 떨어지고 결국에는 툭, 꽃모가지가 떨어지고 마는 낙화.

꽃은 아름답다.
하지만, 꽃잎을 채 피우지 못하고 떨어지기도 한다.

좋아하는 마음에 왜 죄를 물을 수 없어요?

그들의 사랑도 그래서-

결코 피워내지 못한 마음이 결국, 낙하한다.

내 심장까지 툭, 떨어뜨린 이 소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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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대연쇄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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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블라인드 가제본)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미래를 알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에게 미래를 말해줄 것인가, 아니면 미래는 미래로 남겨둘 것인가.

그가 죽을 날을 알고 있는데도 미래로 남겨둘 것인가.

나는 그 사람의 ‘신’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ー

유하는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도중 낡은 전화기를 발견했다. 어린 시절, 그는 어떤 번호도 누르지 않은 채 수화기에 대고 마냥 떠들어댔었다. 그에게는 뚜ー뚜ー뚜ー 소리가 대답이었다. 그 소리라도 다시 들을 수 있을까 했더니, 음성사서함이 연결되었다. 그 메시지의 주인은 무려 로마 제국의 세 번째 황제였던 폭군 칼리굴라였다. 유하는 약간의 심술로, 수화기를 들어 미래를 읊었다.

유하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유하, 유하ー 왜 나를 버렸지? 왜 말해주지 않았어?

칼리굴라가 듣고 있었다는 것을.

“유하, 나의 피, 나의 기쁨, 나의 지혜, 나의 죽음, 나의 생명, 나의 신......“

•
•
•


“나의 사랑.”

가려진 소설의 제목은 『존재의 대연쇄』다.

그 누군가가 나의 삶을 뒤집어놓도록 허락하는 것.

유하는 칼리굴라의 신이 되었고, 칼리굴라는 유하의 세계를 바꿨다.

이 제목이 아니고서야, 이 소설은 완성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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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공포
이종산.정보라.허진희 지음 / 스프링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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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공포는 언제나 어둠 속에서 찾아온다고 생각했다. 침대 아래에 괴물이 숨어 있지는 않을까, 눈을 감았다 뜨면 귀신이 눈앞에 있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현실에 존재하는 공포는 무엇일까.

나는 적어도 태양 아래 모든 것이 환히 드러난 한낮이 공포의 순간이 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도시를 배경으로 한 세 편의 이야기들은 나를 순식간에 숨을 곳 하나 없는 도시 한복판에 세워 두었다.

이종산 작가님의 「태양 공포」는 부모를 잃고 홀로 살아가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태양을 보면 안 된다는 설정은 뱀파이어를 떠올리게 하며,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섬뜩함을 남긴다. 하지만, 이 소설의 공포는 뱀파이어의 존재가 아니다. 최소한의 보호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 던져진 청년들의 현실이다.

정보라 작가님의 「탈출기」는 성폭력 피해자였던 주인공이 어느 순간 피의자로 의심받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피해자가 피해자로서 보호받지 못하는 데다가 단지 잼있으니까라는 이유로 디지털 범죄의 표적이 되는 모습은 공포를 넘어 역겨울 정도였다. 세 편의 이야기 중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졌으며,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두려움이다.

생존자를 응원하고 가해자들을 저주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썼다. 나는 생존자들이 악몽에서 탈출하여 안전한 삶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그 악몽 속에는 가해자들만 남아 영원히 고통받기를.
작가 노트 중에서ー

허진희 작가님의 「피터와 모」는 입양된 주인공이 죽음을 앞둔 엄마에게 도리를 다 하기 위해 어렸을 때 살던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과 상처 입은 내면을 묘사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차별받았기에 엄마의 사랑을 갈망했으며, 갈망했던 만큼 깊이 상처받는다. 스스로 만들어 낸 어둠은 무섭다. 설령 누군가를 해치지 않더라도 끝내 나 자신을 망가트리고 마는 어둠. 용서를 구하는 엄마에게 주인공이 건네는 말은 잔인하게 들리지만, 그의 어린 시절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오히려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 소설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건 이 모든 이야기들이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뉴스나 기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실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다.

일상에 들러붙은 공포는 그 어떤 괴물이나 귀신보다도 소름 끼친다.

『태양 공포』는 우리 사회가 외면한 문제들을 마주하게 만든다. 마치 태양 아래, 이 모든 문제들을 환히 비추어 드러내겠다는 듯이. 동시에 상처 입은 이들을 향한 위로 또한 잊지 않는다. 작가 노트를 읽음으로써 완성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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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안녕은 없다 ㅣ 텍스트T 21
김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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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내가 청소년 소설을 사랑하는 이유는,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음에도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어른인 척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소설은 다정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내게 말을 건넨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면 주인공과 함께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 소설도 그렇다.

탐정 사무소 소장과 그의 조수는 의뢰를 수행하던 중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다. 저승사자와 계약을 맺은 그들은 죽은 지 일 년이 되지 않은 영혼을 성불시키는 일을 맡게 된다. 그렇게 만나게 되는 인물이 우리의 주인공, 서동찬이다. 어릴 적부터 귀신을 볼 수 있었던 동찬은 미영 프라자에 나타나는 귀신을 성불시키기 위해 그가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찾기 시작한다.

영혼을 성불시키기 위해 귀신의 살아생전 행적을 좇던 중 동찬은 가장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귀신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이가 누구일까, 내내 궁금한 마음으로 소설을 읽었다. 이야기 속에 흩어져 있던 단서 조각들이 하나로 모여 진실을 밝혔을 때는 심장이 죄어들었다.

“넌 좋은 애야, 서동찬.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졌지. 부디 그 온기를 간직하고, 더 뜨겁게 앞으로 나아가. 인생은 회귀물이 아니야. 어떤 짓을 해도 삶을 처음으로 되돌릴 수는 없어. ー”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적이 없다. 그런 사람을 잃은 내가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는 한, 언젠가는 분명 마주하게 될 이별이다. 많이 힘들고 아파서 외면하고 싶고 받아들이기 어려울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동찬이 안녕을 배우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나 또한 안녕을 배웠다.

솔직히, 아주 솔직히 그때가 되어서도 완전한 안녕을 말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너무 늦은 안녕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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