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 - 삼성은 번영하는데 왜 한국 경제는 어려워지는가
미쓰하시 다카아키 지음, 오시연 옮김 / 티즈맵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한국의 대기업, 아니 이제는 세계 시장에서도 그 이름을 위세 좋게 떨치고 있는 삼성, LG, 현대 등의 대기업들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기업들인가? 물론, 그렇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기업들은 대한민국이란 한 나라가 아닌, 국민들 마음속에서도 자랑거리인 삼성, LG, 현대가 될 수 있을까? 잠깐!
이 두 번째 질문은 '그럼!', '아니!'란 말로 쉽게 답변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많은 생각과 고민을 불러 일으키는 질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답변에 앞서 기업이란 무엇인가? 기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등의 고민을 먼저 해 본 연후에 대답을 해도 늦지 않다. 짧게나마 고민을 한 후에 본인의 답을 찾았다면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나?

신간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은 위에서 주저리 나열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 아니 고민을 덜어주는데 있어 명쾌한 설명을 하고 있다. '경제'란 분야에 '명쾌'란 단어를 사용하기가 적절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책을 완독한 후의 느낌은 명쾌함이다. 정답이란 말을 붙일 수는 없어도 사고의 범위를 꽤나 확장시켜주었고, '경제의 진실'을 바라보는 시선을 밝히는데 일조를 했다.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
뭔가 심기를 건드리는 제목이다. 삼성은 부자인데 한국은 가난하다니.
지금의 경제상태와 주식시장을 생각하면 맞장구와 함께 일종의 적개심마저 품게 만드는 제목이다. 왜??? 사실임을 체감하고 있으니까. 제목을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국민>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고 해야할까.

한국사람이 썼을 것 같은 이 책은 '미쓰하시 다카아키'라는 일본 사람에 의해 쓰여진 외국도서 번역판이다. 저자는 전에 <위기의 한국 경제>란 책을 써서 한국의 외환위기 사태를 정확하게 예측하여 화제를 모았고, 책 또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최고의 한국 경제 전문가로 인정을 받았던 사람이다. 베스트셀러였다고 하는 <위기의 한국경제>는 읽지 못해서 코멘트할 것이 없다. 암튼, 그런 그가 이번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기분을 약간 일그러뜨리는 제목의 신간을 들고 다가왔을까?  이 책도 현재의 상태를 정확히 짚어냄으로써 베스트셀러에 그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책장마다, 문장마다 들었던 수많은 생각들과 감정들을 어찌 정리해야 할 지, 정리가 잘 될런지 모르겠지만 써내려가 보기로 한다.

처음의 시작은 분노(?)였다. 책을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화가 나기 시작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생각의 패턴만 살짝 바꾸었어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들에 대한 나의 짧은 생각과 후회, 그리고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경제의 진실'을 현실에 대입하여 바라보게되자 울컥 치밀어 오른 화였다고 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경제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밀려오는 감정은 허탈감, 무력감, 분노, 안타까움, 포기 등 어느 한가지로는 설명하기가 힘들다.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이 - 물론, 미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의 경제 이야기도 하고 있지만 - 한국기업이고, 한국경제이고 글을 읽는 나는 한국사람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내내 저자가 현재 바라보고 있는 한국경제의 '기업과 국민'과의 관계는 '자식과 부모'와의 그것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자식'은 성공한 '불효'자식이다. 어감이 좀^^;;

둘의 관계를 보면 부모는 퍼 주는데 익숙하고, 자식은 당연하다는 듯이 받는데 익숙하다. 부모는 자식이 커서 불효자가 될 것 같다는 것을 고려할만큼의 이해타산을 가지지 않으며, 설령 불효자가 된다고 해도 포기를 하지는 않는다. 언제나는 아니지만 자신에게는 자랑스런 아들이고 딸이기 때문이다. (불효)자식은 어떤가? 더 주지 않는 부모를 원망하기도 하고, 자신의 성공은 오롯이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에게는 자신의 것을 나눠줄 맘이 전혀 없다. 왜? 부모는 자신에게 해 준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사회에 발을 들인 후 자신에게 도움(돈)이 되는 사람들은 밖에 존재하기 때문에 부모는 방치하는 수준에까지도 이르게 된다. 그러면서 가끔 부모의 의무를 들먹이며 희생을 강요하기도 한다.

갑자기 무슨 생뚱맞은 말을 하고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은 <부자 자식 가난한 부모>로 대치될 수 있다고.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도중,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여러 사람이 읽는다면 한국이 꽤나 시끄러워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웃음섞인 생각도 해 보았다.^^;

다시 원론으로 돌아와서, 이 책이 던지고 있는 질문은 이렇게 요약된다.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일본형에서 미국형 자본주의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경쟁의 승자가 된 한국 기업들! 국내 시장 과점화, 환율 및 법인세 혜택 등 수많은 특혜를 받으면서 성장한 한국 대기업들은 혼자만의 번영에 도취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질문만으로도 위의 비교가 어느 정도는 와 닿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는 GDP, 실질임금, 명목임금, 자본재, 경상수지, 비교우위 등 두통을 일으키는 경제용어들이 많이 나온다. 실제의 자료를 토대로, 근거로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설득력이 있으며, 그 안에서 저자는 '경제의 진실'을 바라볼 것을 제시한다.
이길 수 없는 졸음과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각종 경제용어와 수치가 나온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우리(대한민국 국민)가 현재 겪고 있는 현실이기에 몰입도는 상당히 높다. 모든 경제용어들에 대한 지식이 없다고 해도 읽기를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저자가 설명하는 것을 완전히 이해할 필요도 없다. 저자의 적절한 예와 설명으로 논지를 파악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경제/경영/마케팅 분야의 책들에서 정답을 구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설령 그 책이 베스트셀러일지라도 정답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의 저자가 바라보는, 제시하는 것들이 정답이고 전부일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은 경제를, 경제의 진실을 바라보는 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것이다.

주식투자자 뿐 아니라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경제관련 책 추천 목록>에 그 이름을 올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