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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잡히는 전쟁과 미술
최영진 지음 / 평화서각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얼마전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을 다녀왔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카피본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대리석으로 조각된 아름다운 모습에 한참 서서 구경하였다.
이 첵 전쟁과 미술의 첫장에는 바로 그 다비드상이 등장한다.
아름다운 나체 조각품으로만 생각했던 다비드상의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었다.
부풀어오른 핏줄과 근육을 보며 남성성만을 생각했는데, 이는 거인 골리앗과의 전시를 앞둔 긴장한 전사의 모습을 반영한것이며 손에 든 것은 적을 상대하기 위한 무기, 짱돌이었다.
또한 그 시대에는 르네상스가 꽃 피던 시기로 신에서 인간으로 관심이 옮겨가던 시기라 이상적인 모습보다는 인간 본연의 모습과 가깝게 예술품을 만들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평소 미술관을 가서 다양한 작품감상도 하고, 역사를 좋아해 역사소설이며, 드라마도 즐겨보는 편이었는데, 이 책은 이 두가지 모두를 다루었다는 것에서 특색이 있다.
저자는 정치국제학 대학교수로, 국방일보에 기고해 연재되었던 글들을 모아 이책을 펴냈다고 한다.
이 책은 다양한 참고문헌을 아울러 미술품에 대한 예리하고 폭넓은 저자의 식견과 세계사를 함께 풀어내 그 재미가 배가 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건너편에 말을 탄 금빛의 잔다르크상이 있는데, 수많은 꽃다발이 놓여져 있어 프랑스 국민들이 그녀를 참으로 사랑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백년전쟁의 프랑스 영웅인 잔다르크를 다루고 있는데, 일반적인 화가들이 순결함과 전사의 이미지가 강한 잔다르크를 그리고 있지만, 영국의 가브리엘 로세티는 원래 검은머리의 소녀 잔다르크를, 강렬한 붉은 머리에 다소 관능적인 여성성을 강조하여 르네상스의 고전적인 시대를 초월한 감정적 격렬함을 표현했다고 한다.
소피아 왕궁에 전시되어 여러번 보았던 게르니카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전쟁화하면 빠지지 않는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7미터가 넘는 대작으로 보기만 해도 압도되는 그림이다.
그림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분해되어있고, 절규하는 모습, 땅에 짓밟혀진 모습을 보여줘 다소 괴기스럽고, 불안하며 비탄에 잠긴 느낌을 볼 수 있는데 책에서는 입체적으로 분해된 육체는 온전한 신체를 유지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며, 절규하는 병사의 의미와 백열등이 전략폭격을 상징하고, 램프를 들이미는 사람은 포기할 수 없는 생명의 힘을 보여준다는 설명이 곁들여 있다.
이 책이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전쟁이라는 소재를 미술과 함께 소개함으로써 세계사를 난해하지 않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고, 역사와 미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시간이 지나도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