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라디오 키드 -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유쾌한 빈혈토크
김훈종 외 지음, 이크종 그림 / 더난출판사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20세기 라디오키드 (김훈종,이승훈,이재익)

 

 지금처럼 디지털 기기들이 발전하지 못했던 그 시절, 우리들의 유일한 낙은 밤늦게까지 라디오를 듣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팝송, 가요들을 마음껏 들을 수 있으니, 청소년기의 우리들에게 라디오는 파라다이스 그 자체였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처럼 그 시절을 지내온, 게다가 청취자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을 업으로 삼은 PD 세사람의 귀중한 회고록이다. 나와는 몇살의 갭이 있지만, 같은 시절의 추억을 공감할 수 있어 읽는 내내 즐거웠다. 

 

세사람의 지은이 중, 여러권의 책을 써낸 이재익PD의 첫사랑의 추억은 마치, 건축학개론을 보는 듯한 감상에 젖게 한다. 미스터빅 사인회에서 우연히 만난 소녀와 함께 록으로 교감하고 순수한 사랑을 나누던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재익PD가 좋아하던 레드제플린의 드러머 존 본햄의 때 이른 죽음처럼 그 소녀도 짧은 생을 마감했다는 슬픈 스토리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책 속에서 펼쳐진다. 누군가의 러브스토리를 훔쳐보는 재미, 그 이상의 가슴 시린 이야기가 나처럼 나이 많은 독자에게도 먹먹함을 느끼게 한다. 

 

 

 

 

SBS 라디오에서도 두시탈출 컬투쇼, 김창렬의 올드스쿨 등 잘 나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낸 PD들 답게 그들의 유년기, 청년기는 어딘지 모르게 톡톡 튀고 멋져보인다. 생각이 없어보이는 자유로운 영혼처럼도 보이지만 생각이 매우 깊은 세사람이다. 공부도 썩 잘했고, 노는 것이나 취미 생활에도 자신만의 고집이 보이는 멋진 인생들이다. 

 

라디오를 통해 학창시절을 추억하고픈 독자들이나 멋진 인생의 교범을 미리 보고 싶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볼 것을 권한다. 세 사람의 살아온 길이 너무도 부럽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재익PD의 '닥치고 인문학' 챕터의 일부를 나누고 싶다. 

 

 

 



'인문학'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 영역.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데 반해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 탐구와 표현 활동을 대상으로 한다. 


쉽게 말하면 인문학이란 사람에 대한 학문이다.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의 카테고리에 담겨있는 여러가지 이름의 학문들은 모두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최근들어 인문학이 무슨 트렌드처럼 입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현실은 반대다. 비인기 학과를 솎아내는 대학에서 가장 먼저 건드리는 것이 인문학부의 학과들이다. 인문학과를 기피하는 고등학생들도 많고 인문학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자괴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 이유는 생산성에 도움이 안 되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나는 인문학을 전공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업이 결국 지향하는 바는 인간이다. 인간이 없다면 스마트폰도 우주항공기술도 첨단 의학도 무슨 소용이 있나? 


그러니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인문학은 모든 산업의 성태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스티브잡스가 천명한 것처럼, 현대 기술의 화두도 변했다. 많은 기업들이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더 인간적인 제품을 만들 것인가? 


몇몇 분야에서는 인문학이 직접적으로 소용되기도 한다. 인문학이 무슨 돈이 되냐고 묻는 사람들은, 나를 보라, 어쩌면 나는 한국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 중에서 전공을 가장 잘 써먹고 있는 사람일 지도 모른다. 


내가 일하는 영역인 방송, 영화, 문학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루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인문학으로 먹고 산다. 그것도 아주 잘 먹고 잘 산다. 명심해라. 언론이나 문화계 계통에서 일하고 싶다면 인문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인문학이 필요한 또 한가지 이유는 인문학이 사회를 더 부드럽고 여유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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