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방관의 기도
오영환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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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쌤앤 파커스에서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

 

어느 소방관의 기도.


제목만 봐도

무슨 책인지 짐작이 가는 

이 시대의 소방관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7년차에 접어드는 소방관이 

7년 동안 겪어왔던 아픔과 현실을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적어 내려간 책이라 

오랜만에 읽는 내내 마음이 울컥했었다. 

 

 

 

 

 

 

우리는 다들 알고 있다. 

우리나라 소방관들의 열악한 직업 환경을...

소방 공무원이라고 불리지만

밤도 낮도 없이

명절도 연휴도 반납하고 

오로지 삶과 죽음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임을...



이 책을 읽는 내내

그저 짐작하기만 했던 소방관들의 현실과 맞닿은 느낌이라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동안 알고도 모른 채, 

방관하면서 살아왔던 내 모습에 괜히 짜증이 나서...

 

 

 

 

홍제동 가정집 화재 사건.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에

나도 내 기억을 뒤져 본다. 

기억에 없다. 

나도 그저 내 아픔이 아니면 쉽게 잊어버리고 사는

흔한 사람중에 한 명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역시 '어느 소방관의 기도'라는 이 책은...

자꾸 나의 양심을 찔러 온다 ㅠ



홍제동 가정집 화재 사건은 

서울 홍제동의 어느 골목 안쪽 2층집에서 화재가 났던 사건이었다. 

다닥 다닥 좁게 붙어지어진 건물들 사이로

화염은 무섭게 번졌고 

할머니가 '우리 아들이 아직 집에 있어!' 라는 한 마디 말에 

아홉명의 소방관들이 화염에 휩쌓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건물은 무너졌고 

6명의 소방대원이 목숨을 잃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집 안에 있다던 아들은 

술을 먹고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도망갔던 방화범이었다. 

불을 지르고 도망갔던 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여섯 명이나 되는 소방관이 불 속에서 죽어갔다. 


이 사실도 무섭지만, 

이런 사건을 기억조차 못하는 내 모습이

아마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일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게 더 무서워지더라.

 

 

 

 

 

책 서두에 담겨있는  

'어느 소방관의 기도' 라는 시다. 


한 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려다 죽어가는 소방관의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또 부상당하고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소방관들은 얼마나 많을런지.


 

 

 

 

 

 

 

 

사람이 죽음에 익숙해진다는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죽음이 일상이 된 생활 속에서 

매번 아파하고 힘들어 해서는 버틸 수가 없고 

그렇다고 무던해지기 시작하면

스스로가 인간이 아닌 듯한 생각에 괴로워진다. 


소방대원들의 이런 삶을

나라에서 조금이라도 보살펴 주면 좋으련만...

우리나라는 매년 오히려 소방경비를 삭감하는 실정이니...

진짜 한숨이 나온다. 


 

 

 

 

 

사고는 연휴를 가리지 않고  

명절이라 피해가지도 않는다. 

아니 오히려, 

사람들이 모이는 시기일수록..

사고는 더 많이 난다. 


그래서 소방관들은 대부분 명절에 고향에 가지를 못한다. 


 

 

 

  

구절 구절, 

슬픈 이야기가 너무 많다. 

수 많은 사람들의 죽음. 

많을 때는 하루에도 몇 건씩이나 경험하게 되는데...

더 슬픈 것은...

그 가족들의 오열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란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강원 소방본부 특수구조단 소속의 소방헬기가 

세월호 수색을 지원하고 돌아오던 중 사고로 광주의 외곽에서 추락을 했다. 


이 사건은 나도 기억이 난다.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던 젊은 소방관 한 명도 

이 헬기에 타고 가다 죽었다는 것 까지도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아니 기억이랄 것도 없을게다.

뉴스에서는 그냥 거기까지만 계속 반복 보도를 했을 테니..


우리나라 소방관들은 '소방공무원'이라고 명칭되어있지만

전국에 배치되어있는 소방관 중 99.7%는 정부 소속의 공무원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되어있다. 

때문에 아무리 장비가 낡아도 각 지자체의 예산이 충분하지 않으면 

장비를 교체할 수가 없다. 

낡은 헬기가...

아이들을 구조하고 돌아오다 떨어져

다섯 명의 소방관을 죽음으로 이끌었음에도...

여전히 정부는 소방예산을 줄이기만 할 뿐이고 

낡은 장비들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지금의 나처럼...

그러한 사실들도 기억하지 못한채 잊고 살아가겠지...


뭔가 읽으면 읽을수록

씁쓸해진다. 


 

 

 

 

 

소방관에 대한 보호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마치 서비스업에 종사하듯...

무조건 친절만을 강요한다.


 

 

 

 

답답한 현실.

 

어쩌면 너무 답답해서 짜증이 나는지라

그래서 더 외면하고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우리 곁에서 늘 힘겹게 사선을 넘나들며 
누군가의 목숨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소방관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 만으로도 많은 것이 바뀔거라 생각이 된다. 


 

 

 

 

 

읽는 내내 

너무 마음 아팠던 책. 

하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책.

어느 소방관의 기도.




오랜만에 너무 마음 저미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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