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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 - 노희경이 전하는 사랑과 희망의 언어
노희경 지음, 배정애 사진.캘리그라피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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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길지 않은 대사 몇 마디로
사람을 웃고 울게 만들 수 있는 작가 노희경.
지금껏 20여년간 써 내려온 스물 두 편의 작품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
'겨울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
작가님 스스로가 '마지막 대사집'이 될 것이라 말한 것 처럼,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때로는 언젠가 봤던
드라마의 그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포토그래퍼이자 캘리그라퍼인 배정애 작가의
감성가득한 사진과 손글씨가 유독 가슴을 콕콕 찌른다.
아 스페셜 에디션.
게다가 친필 싸인본이라니
마치 여고생 시절로 돌아가
좋아하는 가수에게 싸인이라도 받은 듯이
입꼬리가 자꾸 말려 올라간다.
노희경 작가가 20년을 녹여낸
작품들이 담겨있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간소하다 느껴지는 목차.
사랑, 어머니, 인생, 함께, 그리고 다시 이별과 사랑.
이 책의 차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구구절절한 우리의 삶 역시도 어쩌면,
저 다섯가지 이야기속에
모두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눈물 콧물을 다 짜내면서 봤던 바로 그 드라마다.
사랑을 시작하는 것도 그리고 끝내는 것도
두 사람이 모두 동시에 할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언제나 누군가는 먼저 떠나고
누군가는 남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사처럼,
사랑은 거래가 아니기에
배신이 없다.
진정으로 사랑했었던 것,
그게 전부일뿐이다.
늘 '더 사랑하는 사람이 손해' 라는 말을 한다.
그건 어쩌면
우리 스스로에게 하는 핑계일 뿐이지.
진심으로 사랑했었기에 행복한것이고
미련도 없는 것이다.
결국 미련이 남는다는 거
잘해줘서 남는게 아니라
잘못해줘서 남는거잖아.
'내가 더 잘할게'
끝나고 나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는 말.
이별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어쩌면 이별하고 난 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을지도.
'그러므로 다 괜찮다'
제주도에 살고있는 포토그래퍼 배정애 작가의
감성넘치는 따듯한 사진들이
직접 써 내려간 캘리그라피랑 어우러져
책을 읽는 내내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때론 바람에 갈대가 흩날리기도 하고
가슴저린 대사와 함께
마음 언저리를 콕콕 찔러오기도 한다.
그래서 서둘러 책장을 넘겼지만,
이내 다시 한번 더 펼치게 된다.
자식은
마흔을 먹어도 자식이고
예순을 먹어도 자식이라는데
아마도 이 한 구절 대사에 공감해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사람이
나 말고도 또 있을거라 생각한다.
내 새끼가 아프면
그 아픔이 못내 걱정되면서도
부모가 아프면,
엄마없이 살 내가 더 걱정되듯이...
아픈 시절을 겪어봤기에
우리는 행복한 시간의 소중함을 더욱 간절히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 아픈것도 힘든것도
언젠가는 내 인생의 기둥이 되어줄거다.
삶이 힘들때는
그렇게 생각하고 견뎌나가자는 듯이
대사 한 마디가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온다.
죽는다 소리 할 정신있으면
그 정신으로 살아.
제 스스로 제 목숨을 끊을 정도의 각오를 한 놈이
그럭저럭 사는 것 따위를 못하겠어.
영원할 것 같던 시간도 금새 지나고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순간도
언젠가는 오게 된다.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적어내려간 손글씨라서
더욱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말 그대로 정말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사랑의 대사들을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고
어머니에 대한 글을 읽을때면
왠지 모르는 죄책감에
그리고 붉어지는 눈시울에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느려졌다한다.
제 발이 저린 것이겠지.
페이지 하나하나가 모두
대사로 이루어져 있기에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에게 위로를 들은 듯한 기분이었다.
산다는 것이 원래 그런거야.
나도 다 겪었어.
라고...
20년 동안,
한 해도 쉬지않고 써내려갔던
스물 두 편의 드라마.
그 엄청난 분량의 글들 중에서
정말 극히 일부만 뽑아내서 담았다는 것이
못내 짧게만 느껴질 정도로
읽는 내내 아쉬움이 가득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책이 더 두꺼웠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
정말 오랜만에
'선물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게 한 책이다.
사랑받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로구나.
이 책에 담긴 스물 두 편의 작품 중 일부
<거짓말>
<내가 사는 이유>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소리>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굿바이 솔로>
<괜찮아 사랑이야>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