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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평점 :
신영복의 <담론>은 동양 고전을 관계론, 석과불식, 노자 사상 등을 통해 문명과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려는 노력은 돋보이나, 저자 특유의 편향적 정치 이념이 과도하게 투영되어 여러 가지 내용적, 서술적 문제점들이 드러나는 책이다.
1. 내용상의 문제점
이념적 편향성과 도식화: 서구 근대성을 '존재론(개인주의, 정복)'으로, 동양 철학을 '관계론(공동체, 상생)'으로 이분법적으로 대비시킨다. 이는 서구 철학 내부의 공동체적 전통이나 동양 철학의 전제주의적 폐해를 간과한 지나친 도식화라는 비판을 받는 부분이다.
고전의 자의적 해석: '시경', '주역', '논어' 등의 텍스트를 감옥에서의 수형 경험과 민중주의적 관점에 결합해 해석하는데, 이 과정에서 원전이 가진 본래의 역사적 맥락이나 보수적 위계 질서(예: 군신 관계)가 진보적인 '연대'의 메시지로 자의적으로 치환되었다는 학술적 지적이 많다.
현실 대안의 구체성 결여: '관계'와 '성찰'이라는 추구 가치는 뚜렷하지만, 그것이 복잡한 현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어떻게 구체적인 제도나 시스템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천적 해답은 추상적인 수준에 머무는 '용두사미'의 경향이 있다.
2. 서술상의 문제점
감성적 호소에의 의존: 논리적 증명보다는 서화(書畵)와 일화, 감성적인 문체를 통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지만, 이는 독서의 몰입도를 높이는 대신에, 비판적 거리두기를 방해하고 메시지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게 만드는 '낭만주의적 서술'의 한계를 보인다는 점이다.
강의록 체제의 산만함: 이 책은 대학 강의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구어체적 친근함이 있으나, 논점의 비약이 잦고 주제 간의 연결이 엄밀하지 않은 부분이 다수 발견된다. 특정 경구(예: "머리에서 가슴으로의 여행")가 반복되면서 논리적 깊이보다는 격언 위주의 서술로 흐르기도 한다.
수형 경험의 절대화: 저자의 감옥 생활 경험이 모든 철학적 판단의 최종 근거가 되는 구조를 띠고 있다. 이는 특이한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그 특수한 경험이 보편적인 사회적 담론으로 확장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류들을 덮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나만큼 경험해본 놈 있으면 나와봐! 같은)
결론적으로 '담론'은 인본주의적 시선을 제공하려는 노력은 돋보이지만, 이론적 엄밀함보다는 저자의 주관적인 윤리적 지향에 편향된 텍스트라는 점에서 문제점과 한계가 많은 저술이라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