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구픽 콤팩트 에세이 6
남유하 지음 / 구픽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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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픽에서 시리즈로 나오는 ‘이 좋은 걸 이제야 알았다니’를 잘 읽고 있기에, 호러라면 일단 피하고 보는 사람이지만 도전해보았다. 마니아뿐만이 아니라 호러 문외한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소개글을 믿었는데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

호러 작가로 성장하게 된 작가님의 유년시절 에피소드들로 재밌고 솔직하게 시작하여, 호러를 왜 쓰는지, 호러에 대해 우리가 알고 싶은 내용들을 다룬 2장과 3장에서는 호러와 공포에 대한 작가님의 철학도 느낄 수 있었다.

“사랑과 공포의 공통점은 가슴속에서 점점 부풀어 오른다는 것. 로맨스와 호러는 둘 다 인간의 심연에 맞닿아 있는, 본능에 호소하는 장르라는 공통점이 있다. (중략) 너무 지나친 로맨스는 호러와 서로 모른 척 등지고 사는 쌍둥이와 같은 것이다(90~91쪽)”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면,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 두려워 하는 것에 집착해보자(82쪽)”

사랑과 공포가 둘 다 본능에 호소하는 장르라는 말을 통해 왜 이 두 감정이 가장 인기 있는 소재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동안 주로 좋아하는 소재와 문법이 등장하는 미디어와 소설을 소비해왔기에 반대의 접근법이 왜 유용하고 필요한지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호러 마니아와 입문자라면 호러 거장들과 호러의 각 하위 장르들을 풍부하고 상세하게 소개해 준 파트를 재밌게 읽으실 뿐 아니라, 호러 작가로 자리 잡으시면서 겪었던 경험들에도 많이 공감을 하실 것 같다. 나와 같은 호러 기피자에게는 ‘내가 왜 호러를 무서워하는지’, ‘내가 느끼는 공포는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면서, 호러라는 장르가 매우 크고, 사람의 본능에 맞닿아 있는 장르라는 걸 느끼게 해 주는 책이 될 것이다. 호러가 아직도 무섭긴 하지만 조금 더 가깝게 느껴졌다랄까. 호러의 하위 장르가 이렇게 넓구나, 내가 무서워했던 건 이런 장르였구나, 호러가 나라별로는 이렇게 다르구나! 호러에 대한 백과사전처럼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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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동자의 모험 - 프롤레타리아 장르 단편선
배명은 외 지음 / 구픽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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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수록된 단편들의 개성 있는 제목을 보고 기대가 되었던 구픽의 새 앤솔로지 신작은 노동자들의 이야기! ‘프롤레타리아 장르’라는 말이 무겁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어느 노동자의 모험>이라는 제목처럼 현실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려낸 단편 모음집이다. 도시와 시골을 아우르며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을 비롯하여 노동운동가, 엄마와 딸, 경찰과 시민 등 평범하고 다양한 삶이 등장한다. 현실과 매우 가깝기에 읽으면서 마음이 아파올 때도 많았지만, 문제의 원인을 냉철하게 그려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채 쓰여졌기에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소망을 품게 되는 단편집이었다. 수록된 작품들마다 장르가 다양하고 개성이 달라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단편 1. <삼도천 뱃사공 파업 연대기>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려는 노력이란 걸. 그들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노동자가 있는 어느 곳이건 더 나은 노동조건을 위한 파업은 생겨날 수 있다는 걸 다시금 보여준 단편! 모두들 현실에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감히 나서지는 못할 때, 한 사람만 있으면 바꾸어 나갈 용기를 가지게 된다는 메세지를 주었다.

단편 2. <카스테라>
달콤한 빵 뒤에 감춰진 제과제빵사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그린 단편. 현실의 어느 프랜차이즈가 떠오를 수 밖에 없는 그런 작품이었다. 1인칭 시점의 단편으로 ‘나’의 감정에 공감하기 쉽게 서술되었고, 그 덕분에 ‘나’가 겪는 고난 중에서도 희망을 암시하는 마무리를 보며 나도 모르게 위안이 되었고, 이들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단편 3. <노조상근자가 여주 인생 파탄내는 악녀로 빙의함>
매우 독특한 제목답게 실제 단편 내용도 수록된 단편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미소를 유발한 단편이었다! 로판에 익숙한 독자라면 더욱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단편! 물론 나이 어린 공장 노동자들이 등장하는 이 단편 역시 무거운 현실을 가감없이 전달한다. 시대와 배경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면서, 속도감 있는 전개로 빠르게 읽히는 단편이었다.
“대체 네가 못할 게 뭐야?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리가 대체 못할 게 뭐가 있어?”

단편4. <슈퍼로봇 특별수당>
의료민영화와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소재 덕분에 가까운 미래에 겪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에 제일 무서웠던 단편. 앞선 3편의 단편이 노조를 결성하고 운동을 시작하려는 내용에 가까웠다면, 이번 작품은 그에 더해 노동 투쟁의 힘들고 폭력적인 과정도 그렸다. 그리고 긴 싸움의 시작도. 희생과 고통이 수반되는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 투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알려 줘요. 뭐든지 할게요”

단편5. <살처분>
시골의 과거와 현재의 삶이 생생하게 녹아 있는 단편. ‘그땐 그냥 그런 시절이었어’라고 쉬이 넘길 수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런 시절’을 살고 있으니 노동 문제를 계속해서 주목해야 한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 깊은 단편이었다. 변화가 너무 느린 것 같은 현실에 답답할 때가 많다. 그렇지만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고, 등장인물들의 대화에서 이들이 더 나아질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동력이 될 것을 암시하듯이, ‘옛날에는 그랬대’라고 할 날이 오리라고 믿는다.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수록된 모든 작품들의 주인공에 공감이 잘 되어서 이들의 이야기를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소망을 이제 실제 노동자들의 여러 투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가는 게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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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마법사
해도연 지음 / 구픽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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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중 도시를 배경으로 홀로 당당히 서 있는 표지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책 <마지막 마법사>. 마법사와 용의 이야기가 간략히 소개된 후 바로 서울의 광화문 거리가 나와서 서양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어 온 내게는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다. 크리스마스 광화문 거리, 10대 주인공 연애의 순수한 감정에 몰입하다가 본격적으로 사건이 시작되고 나선 결말까지 이야기가 쉼없이 전개된다.

마법사와 용, 외계인, 힘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간의 싸움 등 판타지 장르에 익숙한 소재들로 전개되지만 초반부에는 유사건강식품에 대한 집착,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분노 등 한국인으로서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는 설정들이 많아서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초반부 주인공 세나의 평범한 일상을 지나 후반부로 그로테스크해지며 무거워진다.

비교적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소개되는 캐릭터들마다 욕망과 성격을 입체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한게 느껴졌다. 숨겨진 의도는 무엇일지 끊임없이 의심을 하면서 읽게 되어 끝날때까지 긴장감을 늦츨 수 없었다. 이러한 속도감 있는 전개에서 자칫하면 주인공의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원동력을 놓칠 수 있는데 <마지막 마법사>에서는 주인공 세나가 원치않게 얽힌 사건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감정의 원천을 보여줌으로써 설득시킨다. 다만, 분량이 짧은 소설이라서 이러한 부분이 더 많이 소개되었다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작가님이 세계관을 충분히 넓혀놓았기에 마지막 책장을 덮고 이 세계에 대해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판타지 소설의 익숙한 소재들을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하여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

**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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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스 크로싱
존 윌리엄스 지음, 정세윤 옮김 / 구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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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부터 끝까지 영화를 보는 것처럼 머리에 생생히 그려지는 훌륭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던 책. 기존의 서부극들이 성공을 보여줬다면 이 책은 무모한 성공을 쫓는 과정에서 어떻게 자신을 잃어가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존 윌리엄스의 첫 책이었는데 작가의 다른 책에도 관심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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