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한지수 지음 / &(앤드)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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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것은 참 설레면서도 오묘한 일입니다.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향할 때,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감 이면에는 '내가 거기서 잘 해낼 수 있을까, 헤매지 않을까?' 하는 작은 두려움이 동반되니까요. 특히 캐리어를 쌀 때 그런 감정은 더 짙어집니다. 캐리어란 결국 낯선 곳에서 나를 견디게 해줄 나의 가장 '익숙한 물건'들을 담아내는 작은 도피처이기 때문입니다.
이상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한 한지수 작가의 소설집 <캐리어>는 바로 이 지점을 섬세하게 파고듭니다.
이 책에는 5편의 여행 소설과 과거와 현실을 담아낸 2편의 단편이 묶여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 일본 교토, 스페인, 튀르키예, 프랑스 등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 아픔을 잊기 위해,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무작정 낯선 곳으로 떠납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몸은 타국에 있으면서도 이들의 마음은 계속해서 한국에 두고 온 일들 주변을 맴돈다는 점이에요. 마치 우주로 떠난 SF 영화의 주인공들이 끊임없이 지구를 바라보며 지구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죠. 멀리 도망쳐 왔다고 해서 단숨에 해결되는 건 없다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발리, 그 섬에서>는 15년 만에 불쑥 연락해 온 친구와의 기묘한 동행을 그립니다. 나만 느끼는 알 수 없는 기운 속에서도 이어지는 여행의 긴장감이 엄청난 몰입감을 줍니다.
<그녀의 허니문 룸메이트>는 절망적인 순간에 불쾌한 사람과 동행해야 하는 아이러니를 그립니다. 읽는 내내 답답함을 느끼다가도, 결국 서로에게는 그 서툰 온기라도 필요했던 게 아닐까 위로를 받게 됩니다.
<목소리들>은 '미투'라는 민감한 사건 앞에서 침묵해버린 방관자 '유'의 프랑스 도피기를 다룹니다. 도피처에서 겪은 사건을 통해 스스로의 위치를 깨닫는 과정이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여행을 떠나면 평소와 다른 내가 되기도 합니다. 갑자기 용기가 생기기도 하고, 끈질기게 붙잡고 있던 집착을 스르륵 놓아버리기도 하죠. 익숙했던 사람이 문득 낯설어 보이기도 하고요. 그런 여행의 특별하고도 오묘한 순간들을 섬세한 이야기로 담아낸 이 소설을,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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