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의 사회학 - 세속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지음 / 사계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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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영웅으로 추대된다고 그들은 구원되지 않는다. 영웅이라는 호칭은 현재를 지배하고 싶은 사람이나 좋아한다. 구원을 기다리고 있는 죽은 사람에게 영웅이라는 칭호는 부질없는 명예에 불과하다. 유일한 구원의 가능성은 그들을 영웅으로 추대하는 요란한 소동이 아니라, 그들의 고통에 대한 기억에 있다. <세상물정의 사회학 86>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댓글 하나. ‘올해의 목표, 살아남기’. 우리 상황을 잘 드러내는 이야기인지라 공감하면서도 서글픈 현실에 마음이 짠해진다. 아까운 생명이 스러지는 연이은 대형 참사에 얼마 전까지 우리 사회의 키워드였던 힐링은 맥을 못추고 있다. 위로하기 위해서는 당면한 문제나 사건을 공유하거나 설명할 수 있어야하는데 그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노명우의 좋은 삶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특별한 삶과 달리 좋은 삶은 제로섬게임의 관계가 아니라 화수분貨水盆처럼 나누어도 줄어들지 않는 호혜의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좋은 삶이 화수분의 관계를 통해 얻어질 때, 특별한 삶이 아닌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좋은 삶을 감히 꿈꿀 수 있다........좋은 삶은 선물 받을 수도 없다. 좋은 삶은 삶의 오랜 습관으로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이다.’

 

특별한 삶과 달리 좋은 삶을 어떻게 보장되는가?

 

 ‘좋은 삶은 착한 삶과 동일하지 않다.’

 

지은이는 좋은 삶은 착한 의지만으로 또는 술수에 능한것만으로 이룰 수 없는 것이라 한다.

 

좋은 삶은 한편으론 영리하되 영악하지 않은 지혜로움을 구하고, 다른 한편으론 선함이 지나쳐 주어진 모든 것들을 긍정으로 받아들이는 무비판적 태도와 거리를 둘 때 가능하다며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 교활해서는 안 되지만 영리할 필요는 있다. 영리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처세술좋은 삶을 향해가는 비법이라는 의미의 복원을 꿈꾸는 지은이는 상식’, ‘명품’, ‘이웃’, ‘성공’, ‘게으름25가지 주제어로 세속적 삶을 설명하며 독자들이 처세술의 달인이 되기를 응원하고 있다.

 

상식 편의 한 대목. 누구나 인정하는 보편타당한 사실로서의 상식은 그 자체로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한 사회가, 그 사회의 일원들이 오직 하나의 상식만을 틀어쥐고 내달릴 때 상식은 괴물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십 여 년 사이 우리의 단 한 가지 상식은 이 되었다. 괴물이 된 하나의 상식은 그 안에 잉태된 또 다른 괴물을 낳는다. ‘좋은 삶에 대한 사회적 사유나 공감은 없고 오직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만 남았다.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하는 사회라니, 등골이 오싹하지 않는가? 공포영화가 현실의 불안과 두려움을 반영하는 기제라면 우리는 지금 결코 끝나지 않을 공포영화 속에서 살아가는 셈이다.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힘은 좋은 사람들과 기울이는 소주 한 잔과 그들과 나누는 속 깊은 이야기일 것이다. 내 고단함과 너의 고단함이 다르지 않음이며 그것으로 내일 아침 잠자리에서 눈을 뜰 것이다. 그러므로 서로의 고통을 기억한다는 것은 자해가 아니라 공감의 시작이다. 고단한 우리, 좋은 삶을 꿈꾸는 우리는, 우리가 견뎌 온 고통의 시간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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